"재정 확대는 필요조건일 뿐"…구조 전환 강조
고민정 "나눠먹기 땐 실패…절박함 있어야"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의 첫 3곳 선정을 앞두고 성패는 돈이 아니라 구조에 달렸다는 진단이 나왔다. 5년간 한 대학에 5000억 원을 쏟아붓더라도 산업과의 연계와 대학 자체의 구조 전환이 없으면 '밑 빠진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은 13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5극3특(전국을 5개 초광역권과 3개 특별자치권으로 묶어 거점 중심으로 키우는 국가균형성장 전략) 국가균형성장 시대, 지역 및 거점국립대 특화 발전 전략'을 주제로 제5회 인구포럼을 열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의 목표는 거점국립대 10곳이지만, 출발은 3곳 집중 지원이다. 특히 서울대를 제외한 거점국립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서울대의 70% 수준(2030년 약 4400만 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게 큰 그림이다. 교육부는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인 이 정책을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방안으로 구체화하면서, 재정 여건을 고려해 거점국립대 일부만 골라 패키지로 집중 지원하는 방식으로 좁혔다. 첫 대상은 3곳으로, 7월 말 계획서 마감을 거쳐 3분기 중 확정된다.
이날 포럼에선 거점을 중심으로 임계 규모를 만들어야 산업도 인재도 모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첫 발제자인 김송년 산업연구원 지역산업입지연구실장은 비수도권 제조업이 중국발 저부가가치 밸류체인 이전 압박에 노출돼 있고, 조선·철강·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의 저부가가치 지역이 구조조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광역시에는 제조업이 들어설 땅이 없고, 광역도는 세수·소비가 광역시로 흡수되는 것을 꺼려 산업 입지를 경계에서 멀리 떼어놓으려 한다"며 국가 산업전략과 지역 산업전략의 목표가 어긋나는 구조를 지적했다. 거점에 임계 규모를 만들어야 혁신 역량과 휴먼 캐피털(인적 자본)이 모이고, 그 인재 저수지 역할을 할 연구중심 거점국립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재정 확대는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진단도 나왔다. 성문주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학령인구 급감으로 2042년이면 4년제 일반대 신입생 충원율이 52%까지 떨어진다는 추계를 근거로, 단순 정원 감축이나 외국인 유학생 유치로는 감당할 수 없다고 봤다. 그는 거점국립대를 연구중심·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전환하되 △권역 성장엔진 분야를 먼저 정한 뒤 대학 특성화 전략을 짜고 △준비된 대학부터 단계적으로 지원하는 선택과 집중 △권역 내 학부·대학원·연구소를 잇는 네트워크 구축을 제시했다. (가칭)국립대학법 제정 필요성도 언급했다. 돈을 넣는 순서와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과거 재정지원 사업의 전철을 밟는다는 취지다.
'나눠먹기'로 흐르면 사업이 실패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토론에 나선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거점국립대에 전환만 맡겨서는 실패한다"며 "거점대라고 무조건 10개 안에 들어간다고 여기는 순간 이 사업은 성공할 수 없다"며 균등 배분에 반대했다. 이어 "내가 안 될 수도 있다는 절박함이 있어야 국내 사립대가 아니라 세계 유수 대학과 경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과거 여러 대학 재정지원 사업이 성과 없이 반복된 점을 들어 "또다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 아니냐는 불신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을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고 의원은 "국민에게 가장 안 좋은 것은 불확실성"이라며,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사업이 흔들리지 않도록 정부 부처 차원에서 일관되게 끌고 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학원은 연구중심으로, 인접 대학은 학부 중심으로, 나머지는 평생교육 기관으로 기능을 재편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