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임미화의 부동산, 가격 너머] 수요를 창출하는 ‘국가균형발전’

입력 2026-07-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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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배분 개발은 격차만 확대할 뿐
산업 생태계 조성해 거점 구축하되
차별화로 지역별 다른 미래 키워야

사람들은 왜 지역을 떠날까. 흔히 일자리를 찾아 이동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유는 훨씬 복합적이다. 더 나은 교육과 의료, 편리한 교통, 풍부한 문화시설, 쾌적한 주거환경,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가 있는 곳으로 사람들은 이동한다.

사람들이 모이면 기업이 투자하고, 정부는 도로와 철도, 학교와 병원 등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한다. 확충된 인프라는 다시 사람과 기업을 끌어들이며, 수도권은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통해 발전해 왔다. 반면, 지방은 인구감소와 함께 학교가 문을 닫고 상권이 위축되며, 의료와 교통 서비스가 축소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생활여건이 악화될수록 청년은 떠나고 기업은 투자를 줄인다. 지방소멸은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니라 도시의 기능과 경쟁력이 동시에 약화되는 구조적 문제가 된다. 그래서 국가균형발전은 대한민국의 중요한 과제이다. 다만 이제는 균형발전의 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수요를 따라가는 개발’에 익숙했다. 인구가 계속 증가하던 시대에는 효과적인 방식이지만, 인구감소와 초고령사회, 저성장 시대에는 현재의 수요만을 기준으로 투자해서는 수도권 집중을 막을 수 없다. 현재의 수요를 따라가는 개발은 오히려 현재의 격차를 더욱 확대한다.

이제는 ‘수요를 따라가는 개발’에서 ‘수요를 만드는 개발’로 전환해야 한다.

수요를 만든다는 것은 단순히 기반시설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 미래 산업을 유치하고, 혁신기업을 키우며, 청년과 인재가 모여드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개발의 목적은 시설을 건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 그리고 미래의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최근 정부의 호남권 반도체 산업 육성도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존 산업을 단순히 분산하는 것이 아닌 첨단산업과 연구개발, 전문인력이 함께 성장하는 산업생태계를 조성해 새로운 성장거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의 수요를 배분하는 정책이 아니라 미래의 수요를 창출하는 국가균형발전의 새로운 접근이다. 국가균형발전은 현재 수요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투자를 미루면 그 지역은 앞으로도 성장 기회를 갖기 어렵다. 수요가 없으니 투자하지 않고, 투자가 없으니 다시 수요가 생기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미래 산업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바꿀 수 있다. AI, 반도체, 이차전지, 재생에너지, 바이오, 데이터센터와 같은 산업은 충분한 개발 공간과 에너지, 연구개발 기반을 갖춘 지역이라면 새로운 성장거점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새만금은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오늘 수요만 보면 미완성처럼 보일 수 있지만, 넓은 부지와 재생에너지, 항만과 공항을 갖춘 국가 자산이다. 지금의 인구와 기업 수가 아니라 앞으로 20~30년 뒤 대한민국의 산업지도를 바꿀 가능성까지 함께 봐야 한다. 미래 산업이 먼저 자리 잡으면 기업과 사람이 모이고 도시는 성장한다. 수요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지역개발은 모든 지역이 같은 산업을 유치하는 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의 고유한 자원과 특성을 미래 산업과 연결해 차별화된 수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균형발전은 지역을 똑같이 만드는 정책이 아니라 지역마다 다른 미래를 키우는 전략이어야 한다.

국가균형발전은 예산을 나누는 정책이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축을 만드는 국가전략이다. 인구감소 시대에는 현재의 수요를 배분하는 방식만으로 지역의 미래를 바꿀 수 없다.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국가균형발전만이 지역을 살리고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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