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너머] ‘중국 맹추격’ 성적표 감춘 정부

입력 2026-07-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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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년 전 언론과 산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보고서가 하나 있다.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이 발간하는 ‘산업기술수준조사 결과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국가 핵심 기술들의 현주소를 낱낱이 파헤치며, 기술 패권 시대에 우리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2년 주기로 발간되는 이 보고서의 최신판인 ‘2025년 보고서’가 올해 6월 발간됐음에도 언론은 물론 산업계조차 발간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지나갔다. 산업기술수준조사 보고서는 가벼운 참고용 자료가 아니다. 세계 최고기술국인 미국을 100%로 설정하고 일본, 유럽, 중국, 한국 등 주요 경쟁국들의 기술 수준과 격차(연수)를 산업 분야별로 체계적으로 비교·분석한 국가 핵심 데이터다.

이렇게 중요한 보고서가 왜 이번엔 철저히 ‘깜깜이’로 발간됐을까. 그 배경에는 KEIT 담당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부의 보고서 내용에 대한 부담감이 자리잡고 있다. 2025년 보고서에는 글로벌 기술 경쟁, 특히 중국의 거센 추격과 관련해 뼈아픈 결과들이 다수 포함됐다. 조사 대상 22개 산업기술 분야 중 미래 핵심 먹거리로 꼽히는 다수 분야에서 이미 한국이 중국에 기술 수준을 추월당했다.

무엇보다 핵심 전략 산업인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79.2%)이 중국(82.1%)에 밀렸다는 점이 뼈아프다. 또한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인 ‘자율주행차’ 분야(한국 79.8%, 중국 88.7%)를 비롯해 ‘차세대 항공’(한국 74.3%, 중국 81.5%), ‘지능형 로봇’(한국 83.2%, 중국 87.2%) 등 주요 신산업 분야에서도 중국의 기술이 한국을 앞지른 것으로 평가됐다.

산업부는 이러한 ‘불편한 진실’이 대외적으로 공개될 경우 쏟아질 비판 여론과 정무적 부담 때문에 보도자료 배포를 보류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KEIT는 언론에 보도자료를 내지 못한 채 홈페이지에 보고서 파일을 조용히 올려놓는 방식의 공개를 선택해야 했다.

‘눈 가리고 아웅’ 한다고 해서 이미 우리를 추월하기 시작한 중국의 발자국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성적이 떨어졌다면 그 성적표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고 뼈를 깎는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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