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을 불법 고용했다는 이유로 부과된 범칙금을 일단 납부했다면, 이후 행정소송으로 이를 다시 다툴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출입국관리법상 통고처분에 이의가 있으면 범칙금을 내지 않고 법원의 재판을 받아야 하는데 범칙금을 납부한 이상 확정판결에 준하는 효력이 발생한다는 취지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부(정은영 부장판사)는 최근 A 주식회사와 최모 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범칙금납부의무 부존재 확인소송에서 원고들의 소를 각하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원고들은 서울 종로구에서 업체를 운영하며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이 없는 외국인들을 근로자로 고용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9월 출입국관리법 위반에 따른 범칙금 900만원씩을 통고받았다. 원고들은 같은 달 범칙금을 각각 납부했다.
이후 원고들은 고용된 외국인 중 한 명에 대해서는 “차후 업체의 가맹점 사업을 함께 하기 위해 무급으로 도왔을 뿐 고용한 것이 아니다”라며 통고처분에는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외국인이 추방될 것을 우려해 범칙금을 납부했다며, 강박에 의한 납부 의사표시를 취소하고 범칙금 납부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들의 소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출입국관리법상 통고처분에 이의가 있는 경우 범칙금을 납부하지 않고 관서장의 고발을 거쳐 법원의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통고처분의 위법 여부는 이 같은 절차를 통해 다퉈야 할 사항으로 행정소송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봤다.
이어 출입국관리법상 통고받은 범칙금을 납부하면 동일한 사건으로 다시 처벌받지 않는데, 이는 범칙금 납부에 확정판결에 준하는 효력을 인정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 같은 효력을 뒤집으려면 법률상 특별한 규정이 있어야 하는데, 현행 법에는 이를 인정하는 별도의 규정이 없어 행정소송으로 범칙금 납부의무의 존부를 다시 다툴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범칙금 납부는 통고처분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는 사실행위에 불과해, 그 효력이 소멸했다는 이유로 납부의무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것 역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