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센느 전원 오열⋯'중소의 기적'은 계속될 수 있을까 [엔터로그]

입력 2026-07-0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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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리센느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출처=리센느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거제, 야호~!

그룹 리센느(RESCENE)가 마침내 해냈습니다. 유튜브 웹예능에서 시작된 '리센느 붐'이 음원 차트로도 번지더니, 대표적인 국내 음원 스트리밍 차트 멜론 '톱 100' 최정상을 찍은 겁니다. 이들은 눈물의 라이브 방송으로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뭉클함을 안겼습니다.

리센느의 성과가 반가운 이유는 단순히 '음원 역주행'에 그치지 않습니다. 대형 기획사 중심으로 시장의 무게추가 기울어진 상황에서도, 중소 기획사 소속 걸그룹이 온라인 화제성과 음악의 힘을 바탕으로 대중에게 닿을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인데요. 동시에 이 성과는 한 가지 질문을 남깁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관심을 지속 가능한 원동력으로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까요?

▲(사진제공=더뮤즈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더뮤즈엔터테인먼트)

1등 공신 '유튜브'…고퀄리티 음악도 재조명

리센느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유튜브에서 먼저 시작됐습니다. 중심에는 리더 원이의 개인 유튜브 채널이 있었는데요. 멤버들이 자연스러운 말투와 캐릭터를 드러낸 콘텐츠가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리센느를 향한 관심도 빠르게 커졌죠.

특히 일본인 멤버 미나미가 외친 "거제, 야호~!"는 리센느 붐에 불을 붙인 결정적 장면이었습니다. 맥 빠지지만 묘하게 중독적인 억양, 갸루와 상충되는(?) 친근한 지역명, 멤버들의 자연스러운 케미스트리가 맞물리면서 해당 장면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 관심이 단순한 밈(meme) 소비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원이의 고향인 거제, 미나미의 갸루 콘셉트, 제나의 '신라공주' 캐릭터 등 멤버별 개성이 온라인상에서 차례로 주목받았고 이는 팀 전체를 향한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리센느는 거제, 수원, 경주, 고양 등 지자체 홍보대사로도 위촉됐는데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자연스럽게 멤버들의 고향과 지역색까지 조명받으면서 각 지자체와의 협업으로 확장된 겁니다.

이후 관심은 자연스럽게 '본업'으로 향했습니다. 2024년 발매된 '러브 어택(LOVE ATTACK)'은 뒤늦게 재조명되면서 멜론 '톱 100' 순위를 끌어올렸고, 마침내 8일 오후 10시 기준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밝고 청량한 사운드, 귀에 남는 후렴, 눈길을 끄는 포인트 안무가 온라인상에서 형성된 호감과 맞물리면서 음원 소비로 이어진 겁니다.

멜론이 뮤직 빅데이터 분석 콘텐츠 데이터랩(Data Lab)을 통해 9일 발표한 2026년 상반기 멜론차트의 주요 기록과 트렌드에서도 리센느는 올해 상반기 대표 아티스트로 꼽혔습니다.

멜론 측은 '러브 어택'에 대해 "2024년 9월 일간차트 904위로 첫 모습을 드러낸 이후 끊임없이 역주행을 거듭하며 쌓아온 값진 결과"라며 "유튜브 채널 오픈 시점 대비 6월 말 스트리밍은 최고 2019%, 청취자는 977% 증가했다. 멜론 내 리센느 검색 이용자 수는 '거제 야호' 탄생을 기점으로 6550% 증가했다"고 설명했죠.

▲리센느 미나미(왼쪽)와 원이. (출처=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캡처)
▲리센느 미나미(왼쪽)와 원이. (출처=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캡처)

대형만 터지나?…돌파구 노리는 중소 기획사

리센느의 역주행이 더 눈길을 끄는 이유는 이들이 대형 기획사 소속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특히 신인 시장은 데뷔 전부터 막대한 제작비와 글로벌 유통망, 대규모 프로모션을 투입하는 대형 기획사 중심으로 무게추가 기울어져 있는데요. 팬덤 플랫폼, 숏폼 마케팅, 음악방송, 해외 쇼케이스 등 신인이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는 과정에서도 자본력의 차이는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기업의 연간 음악 제작비는 평균 431억1000만원에 달했지만, 중소기업은 평균 14억9000만원에 그쳤습니다. 단순 계산으로도 29배에 가까운 차이입니다. 출발선에서부터 투입할 수 있는 자본과 콘텐츠 물량, 해외 네트워크에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죠.

대표적인 음반 판매량 집계 차트에서도 이 같은 실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터차트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 K팝 음반 판매량은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면서도 대형 기획사 소속 그룹들에 집중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올해 상반기에 초동 밀리언셀러를 달성한 팀은 총 14팀이었지만, 이 가운데 하이브·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CJ ENM 등 대형 엔터테인먼트사 소속이 아닌 팀은 에이티즈와 플레이브가 유일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 기획사 아이돌이 택할 수 있는 전략 역시 달라지고 있습니다. 대형 기획사처럼 데뷔와 동시에 거대한 판을 벌이기 어렵다면, 오히려 멤버 개개인의 캐릭터와 콘텐츠 친화성을 앞세워 대중에게 먼저 발견되는 방식이 조명받고 있는데요. 무대 위 완성도뿐만 아니라 말투, 멤버들의 케미스트리, 고향, 취향, 콘셉트처럼 짧은 영상으로 소비될 수 있는 요소들이 팀을 알리는 또 다른 입구가 되는 중입니다.

물론 이런 방식이 모든 중소 아이돌에게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공식은 아닙니다. 온라인 화제성은 예측하기 어렵고, 밈은 빠르게 소비되는 만큼 휘발성도 높습니다. 그럼에도 리센느의 사례는 뚜렷한 가능성을 보여주는데요. 대형 기획사의 자본력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지 않더라도 멤버들의 개성과 음악적 완성도, 팬들의 자발적 확산이 맞물리면 대중에게 닿는 다른 길이 열릴 수 있다는 점에서죠.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대중음악 기획사 및 유관 협회 관계자를 만나 음악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한 현장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대중음악 기획사 및 유관 협회 관계자를 만나 음악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한 현장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차트 1위 다음은?…발견을 성장으로 바꿀 과제

다만 차트 1위가 곧바로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온라인 화제성이 음원 소비로 이어지며 대중적 접점을 만든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지만, 이 관심을 다음 앨범과 공연, 해외 활동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는 자본과 유통망, 공연 기획력 등 또 다른 기반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특히 K팝 시장에서 해외 진출은 공연과 음반 판매를 확대하며 팀의 활동 반경과 수익 기반을 넓히는 핵심 경로로 자리 잡았습니다. 리센느 역시 일본과 미국 활동에 주력할 예정입니다. 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해 처음 추진한 '중소기획사 글로벌 도약 지원' 사업에서 리센느는 지원 대상 10개 팀에 포함됐고, 일본과 미국 활동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 같은 정책 지원이 등장한 배경에는 K팝 산업의 성장 이면에 자리한 양극화 우려가 있는데요. 문체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대중음악 매출액과 수출액은 전년 대비 각각 15.4%, 32.4% 증가하며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지속적인 제작비 상승, 장르 편중, 기업 간 격차 심화, 공연 기반시설 부족, 지역 불균형 등 구조적 요인으로 산업 성장률이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소 기획사가 체감하는 부담은 작지 않습니다. 특히 2023년 기준 해외 공연 횟수는 대기업이 연 83.4건, 중소기업이 4건으로 20배가 넘는 격차를 보였습니다. 차트에서 이름을 알리는 것과 별개로, 해외 현지 마케팅과 공연 기획, 콘텐츠 제작을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서는 자본과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8일 음악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의식이 이어졌습니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중소기획사 글로벌 진출 지원 확대, 음악제작비 세액공제 도입, 인디 음악 활성화 등을 주요 과제로 언급했는데요. 특히 올해 신설된 '중소기획사 글로벌 도약 지원' 사업 규모를 내년에는 두 배가량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죠. 중소 기획사의 성장을 개별 팀의 역량에만 맡기기보다 산업 생태계 차원에서 뒷받침해야 한다는 취지로 볼 수 있습니다.

업계의 요구도 비슷합니다. 아이돌 한 팀을 만들어 궤도에 올리기까지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제작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수출형 콘텐츠인 K팝에 맞는 투자·융자 구조가 필요하다는 지적, 지방 공연장의 대관료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 등이 현장에서 나왔습니다. 이는 중소 기획사가 아티스트를 제작하고 국내외 활동을 장기적으로 이어가는 전 과정에서 마주하는 부담과 맞닿아 있습니다.

결국 리센느의 멜론 1위는 끝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출발점에 가깝습니다. '거제 야호'로 시작된 화제성이 음원 차트 역주행으로 이어졌다면, 이제 관건은 이 관심을 다음 앨범과 공연, 일본·미국 활동, 장기 팬덤 형성으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연결하느냐입니다. 중소 기획사의 성과가 일부 팀의 예외적인 사례에 머물지 않으려면 제작과 유통, 공연, 해외 진출로 이어지는 성장 기반을 보다 체계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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