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곳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이번에는 다르다”고 말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을 계기로 산업 지도를 새로 그리겠다는 구상이었다. 기업 유치 방식을 바꾸고 투자공사를 만들고 반도체를 비롯한 미래 산업을 키우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실제로 여러 기업과 접촉도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대형 프로젝트는 청사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업은 선거 주기에 맞춰 투자하지 않는다. 반도체 공장은 착공부터 양산까지 수년이 걸리고 산업 생태계가 자리 잡기까지는 10년, 길게는 그 이상이 필요하다. 정권이 바뀌고 지방 권력이 교체될 때마다 계획이 흔들린다면 기업은 결국 다른 지역을 선택할 뿐이다.
용인 국가산업단지 역시 정치 논리에 휘말린 사례를 지켜봤다. 보상률을 둘러싼 논란과 이전론이 반복되면서 국가 사업마저 정쟁의 소재가 됐다. 잘 가동되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컨트롤타워 ‘민·관·공 협의체’는 어느 순간 멈췄다. 어느 지역이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산업 전략은 지역 대결의 카드가 되는 순간 모두가 손해를 본다.
호남 역시 마찬가지다. “투자를 유치하겠다”, “반도체를 가져오겠다”는 구호보다 중요한 것은 끝까지 책임지는 일이다. 오늘 발표한 계획을 내일 다른 정치적 계산으로 뒤집지 않는 것. 기업이 10년 뒤를 믿고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와 예산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역 발전은 이벤트가 아니다. 선거용 공약은 더더욱 아니다. 한번 시작했다면 누가 집권하든 끝까지 완성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오랫동안 기다려온 지역에 국가가 보여줘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다.
한번 시작한 약속이라면 어느 정부든 이어받고, 어느 지자체장이든 완성해야 한다. 국가가 신뢰를 잃으면 기업은 떠난다. 그리고 가장 큰 피해는 또다시 “이번에는 다르다”는 말을 믿어온 지역이 떠안게 된다.
기업은 약속보다 예산을 믿는다. 통합시 특별법에 예산을 정해 못 박아두는 방법이 있다. 정권이 아닌 독립기구가 직접 관리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국가 산업 정책에 대한 지속성을 고민해야 한다.
‘호남을 키우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용인이든 호남이든 국가 프로젝트는 정치 논쟁에서 배제돼야 하고, 정권은 바뀌어도 약속은 남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