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멈춘 건 정치가 아닌 민생

입력 2026-07-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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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정치경제부 기자
▲유진의 정치경제부 기자
국회는 문을 열었지만 정치는 멈춰 있다. 22대 후반기 국회는 원 구성 협상에 발이 묶였다. 법제사법위원장 하나를 놓고 시작된 힘겨루기는 결국 상임위원회 전체를 세웠다. 국민의힘은 상임위원회 참석을 거부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단독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지만 결과는 하나다. 국회가 반쪽이 됐다.

정작 멈춘 것은 정치가 아닌 민생이다. 현재 국회에는 1100건이 넘는 법안이 계류돼 있다. 장애인 학대 신고 의무를 강화하는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보이스피싱과 마약 범죄수익을 유죄 확정 전에도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개정안, 중소기업 공동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 반도체·인공지능(AI) 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할 이른바 '3대 메가프로젝트' 지원 법안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기업들은 투자 시기를 놓치고 있다. 산업은 국회를 기다리지 않는다. 미국은 반도체와 AI 투자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고 일본과 유럽도 규제 정비를 서두른다. 한국 국회만 원구성 협상에 갇혀 있다. 민생은 더 절박하다. 자율주행 택시 전환을 위한 제도도, 장애인 보호도,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도 모두 정치 일정 뒤로 밀렸다. 어느 법안은 여당이, 어느 법안은 야당이 발의했다. 그러나 지금은 발의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처리 자체가 멈췄다.

원구성은 국회를 운영하기 위한 절차다. 목적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 국회는 절차가 목적이 됐다. 법사위원장을 누가 맡느냐가 민생보다 중요해졌다. 상임위원장을 누가 가져가느냐가 기업 투자보다 앞선 모습이다.

국민의힘도 자유롭지 않다. 상임위원회 보이콧은 정치적 압박 수단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가 민생법안 처리 중단이라면 국민은 그 명분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수적 우위를 앞세운 일방 운영은 협치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다수결은 민주주의의 원칙이지만 국회 운영의 전부는 아니다.

여야는 늘 “민생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국회 일정은 늘 정쟁이 먼저이고 민생은 뒷전이다. 기업에는 ‘골든타임’이라는 말이 있다. 투자 시기를 놓치면 경쟁력을 잃는다. 국회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법안은 늦게 처리될수록 효과가 줄고 사회적 비용은 커진다. 국회가 하루 멈출 때마다 기업은 투자 결정을 미루고 국민은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국회는 흔히 '민의의 전당'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지금의 국회는 민의보다 의석이, 정책보다 자리가 먼저다. 원구성 협상은 국회를 움직이기 위한 출발선이어야 한다. 지금처럼 국회를 세우는 장애물이 돼서는 안 된다.

국민은 법사위원장이 누구인지보다 내일 처리될 법안이 무엇인지에 더 관심이 있다. 정치는 그 단순한 사실을 너무 오래 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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