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장부가 먼저 울린 경고…건설사 4곳 중 1곳 '위험 신호' [멈춘 현장, 다음은 어디上①]

입력 2026-07-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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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종합건설 감사보고서 239건 전수 분석
4개 지표 점수화…186곳 중 50곳 '경계' 이상
도산 건설사 장부에 같은 잣대, 1년 전 78% 포착
위험 22곳은 전원 비상장…신용등급·주가 없어
종합건설 폐업 675건…21년만 최다로 치솟아

[편집자주] 건설사 도산이 확산하고 있다. 종합건설사 폐업은 21년 내 최다로 치솟았고, 회생을 신청하는 중견 건설사가 줄을 잇는다. 분양 시장이 식고 미분양이 쌓이자 공사비를 떠안은 시공사가 흔들리고, 그 충격은 하청과 자재업체, 수분양자에게로 번진다. 본지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법원 회생 기록, 국토교통부 건설 행정 데이터를 직접 분석해 도산 위험도를 짚고, 멈춰 선 공사 현장을 찾아 피해를 점검하고 대응책을 찾아본다. ‘멈춘 현장, 다음은 어디’는 그 기록이다.

전국 상위권 종합건설사 4곳 중 1곳이 재무상태만으로도 도산 위험 신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장 위험도가 높은 업체 22곳은 모두 주가나 신용등급으로 시장의 감시를 받지 않는 비상장사로 확인됐으며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업체도 포함돼 있었다. 건설업 부실이 예상보다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8일 본지가 2025년 시공능력평가 토목건축 300위 이내 종합건설사 가운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에 외부감사 재무제표를 제출한 239곳의 감사보고서를 전수 분석한 결과, 재무자료가 확인된 186곳 중 50곳(26.9%)이 ‘경계’ 이상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위험도는 이자보상배율·부채비율·영업자산 회전율·영업활동 현금흐름 등 4개 재무지표를 바탕으로 산정했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NICE)신용평가의 건설업 신용평가 방법론을 적용한 결과 두 평가 결과의 일치율은 96%에 달했다.

이 잣대는 이미 무너진 사례에서도 상당한 예측력을 보였다. 과거 도산한 종합건설사의 직전 감사보고서에 적용한 결과 78%가 ‘경계’ 이상으로 분류돼 실제 부실을 1년가량 앞서 포착했다.

최고 위험군인 22곳은 모두 비상장사였다. 이들은 모두 시공능력평가 300위 이내 업체로, 100위권 기업도 포함됐다. 이 중 8곳은 4개 지표 모두 최하위 구간에 해당해 위험점수 100점을 받았다. 5곳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였고, 6곳은 미청구공사와 공사미수금이 자기자본의 10배를 넘었다.

부실의 신호가 장부에 먼저 나타난다는 진단은 업계도 같았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건설사 부실은 유동성 문제에서 먼저 신호가 나타난다”며 “이자보상배율이나 부채비율뿐 아니라 단기 상환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짚었다.

실제 부실도 현실화하고 있다. 위험군으로 분류된 영무토건은 지난해 9월 회생절차에 들어갔고, 유탑건설도 지난달 회생절차가 개시됐다. 경계 등급이었던 홍성건설 역시 지난 4월 회생계획 인가를 받았다. 이들 업체는 직전 감사보고서에서 영업손실과 자본잠식, 감사의견 거절 등의 징후가 확인됐다.

건설사 구조조정도 빨라지고 있다. 본지가 올해 1~5월 법원 회생·파산 공고 2787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회생 절차가 확인된 종합건설사는 155곳이었으며 이 중 시공능력평가 300위 이내 업체도 16곳에 달했다.

폐업도 역대 최대 수준이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 공공데이터에서 폐업 공고가 확인되는 2005년부터 2025년까지 종합건설 업종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종합건설업 폐업은 675건으로 최근 21년간 가장 많았다. 실제 시장에서 퇴출된 폐업은 574건으로 저축은행 사태 당시인 2011년보다 37% 늘었다. 신규 등록은 525건에 그쳐 2년 연속 폐업이 신규 등록을 웃돌았다.

또 다른 신평사 관계자는 “수도권 일부를 제외하면 지방 사업장의 자금조달 여건은 여전히 어렵다”면서 “지역 건설사의 부실이 현장 중단과 하도급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위험은 지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위험군 22곳의 본사는 광주·부산은 물론 서울·경기에도 분포했으며, 수도권 본사만 10곳에 달했다. 지방 사업장 부실이 수도권 건설사 재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어떻게 분석했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로 2025년 시공능력평가 토목건축 300위 이내 외부감사 대상 종합건설사 239곳의 감사보고서를 전수 분석했다. 자회사 실적에 본체 부실이 가려지지 않도록 연결이 아닌 별도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삼았고, 회생·워크아웃 절차가 확인된 8곳은 본표에서 제외했다. 동명이인 법인의 오분류는 대한건설협회 시공능력평가 원본 명단 1만4234곳의 대표자·소재지와 대조해 정정했다. 위험 점수는 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가 공개한 건설업 평가방법론의 4개 지표(빚을 갚을 영업이익이 나오는지 보는 이자보상배율, 빚이 자본을 얼마나 웃도는지 보는 부채비율, 받을 돈이 과도하게 쌓였는지 보는 영업자산 회전, 영업에서 현금이 새는지 보는 영업활동 현금흐름)로 0~100점을 산출했다. 75점 이상은 '위험', 55점 이상은 과거 도산 건설사 78%가 도산 1년 전 서 있던 구간인 '경계', 35점 이상은 '주의', 그 미만은 '정상'이다. 배점은 두 방법론을 각각 따랐고(한국신용평가 균등 가중, 나이스신용평가 이자보상배율 최대 가중) 두 위험 명단은 96% 일치했다. 자본잠식 기업은 다른 지표와 무관하게 위험으로 분류했다. 모델의 사후 검증은 법원 회생절차 또는 워크아웃 개시가 확인된 종합건설사 9곳을 대상으로, 각 사의 절차 진입 직전 사업연도 감사보고서를 '도산 1년 전' 장부로 삼아 진행했다. 연도 비교는 각 사의 감사보고서에 공시된 2024 회계연도 재무제표를 같은 지표·배점·기준선으로 채점한 결과로 186곳 중 178곳(96%)에서 산출했으며, 2년 연속 집계에서는 같은 연도 장부가 중복되는 1곳을 제외했다. 폐업 통계는 국토교통부 KISCON 공공데이터의 2005~2025년 폐업·등록 공고 19만여 건을 사유별로 분류해 행정적 폐업과 실질 폐업을 구분했고, 집계치는 국토부 공식 발표·한국건설산업연구원 공표치와 일치함을 확인했다. 회생 통계는 올해 1~5월 법원 인터넷공고 2787건을 전수 수집해 시공능력평가 명단·DART와 대조하고 사건번호를 대법원 나의사건검색으로 재확인했다. 위험 등급 기업은 법원 기록 등 확정 사실이 있는 경우에만 실명으로 표기했으며, 모든 수치는 감사보고서 원문 주석과 법원 1차 기록으로 확정했다.

<싣는 순서>
① 무너질 건설사는 장부에 먼저 적힌다…종합건설 4곳 중 1곳 '위험 신호'
② 무너진 건설사는 장부를 다시 쓴다…빚 바꾸고 땅값 올려 만든 '자본'
③ [르포] 미분양의 두 얼굴…불 꺼진 입주단지, 무너진 원청
④ 국가 보증서 믿었다가 벼랑 끝…돌아오지 않는 보증금
⑤ 중소 하청 폐업 12년 만에 최대…사각지대에 놓인 기업들
⑥ 헛도는 PF·재고매입 대책…지방 건설 살릴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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