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가 키운 소, 왕이 된 갈비"…갈비·통닭·순대의 도시 수원, 미식으로 대한민국을 부른다

입력 2026-07-0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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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순대·권선족발·행궁동 커피까지…맛집 100선 '터치수원' 공개

▲수원갈비, 통닭, 순대볶음, 족발, 디저트와 커피 등 '2026-2027 수원 방문의 해'를 맞아 관광객을 기다리는 수원의 대표 먹거리를 형상화한 이미지. (김재학 기자·미드저니-AI 생성 이미지)
▲수원갈비, 통닭, 순대볶음, 족발, 디저트와 커피 등 '2026-2027 수원 방문의 해'를 맞아 관광객을 기다리는 수원의 대표 먹거리를 형상화한 이미지. (김재학 기자·미드저니-AI 생성 이미지)
여행의 절반은 먹는 즐거움이다. 그 절반을 통째로 걸고 수원시가 승부에 나섰다. 정조대왕의 우시장에서 태어나 대통령의 입맛을 사로잡은 왕갈비, 반세기 골목을 지켜온 통닭거리, 전통시장 철판 위에서 익어가는 순대와 족발까지.

2026-2027 수원 방문의 해를 맞은 수원이 도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미식 코스로 바꾸고 있다.

7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시는 방문의 해를 찾은 국내외 관광객을 위해 수원갈비, 통닭거리, 순대·족발·국밥, 디저트·커피 등 지역 대표 먹거리를 전면에 내세운 미식 관광전략을 본격 가동했다.

▲수원의 한 갈빗집 불판 위에서 큼직한 갈빗대와 소금간이 특징인 수원갈비가 노릇하게 익어가고 있다. (수원특례시)
▲수원의 한 갈빗집 불판 위에서 큼직한 갈빗대와 소금간이 특징인 수원갈비가 노릇하게 익어가고 있다. (수원특례시)
△ 대통령이 찾던 그 맛…소금으로 완성한 '왕갈비 80년'

수원 먹거리의 정점은 단연 수원갈비다. 우리나라 3대 갈비로 꼽히는 수원갈비의 시초는 1940년대부터 영동시장에서 영업하던 '화춘옥'으로 전해진다. 이 식당이 갈비구이를 내놓은 이후 1960년대 당시 대통령이 자주 찾으면서 명성이 높아졌고, 1970년대부터 수원 곳곳에 갈빗집이 들어섰다.

뿌리는 조선 정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정조대왕이 수원에 화성을 축성하고 둔전을 만들면서 인근에 소가 늘었고, 우시장이 형성·발달하며 소갈비 음식문화가 꽃폈다는 것이다. 수원갈비는 간장을 쓰지 않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는 점이 특징이다. 갈빗대를 다른 지역보다 크게 잘라 '왕갈비'로 불린다. 양념으로 덮는 맛이 아니라 고기 본연의 맛으로 승부하는 음식이라는 얘기다. 역사가 오래된 대형 갈빗집은 업무중심구역과 관광지 인근에 밀집해 있고, 음식점마다 양념과 조리방식, 상차림이 달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2026-2027 수원 방문의 해' 마스코트 인형 앞에 수원 통닭거리에서 맛볼 수 있는 옛날통닭과 양념통닭 등 다채로운 통닭 메뉴가 차려져 있다. (수원특례시)
▲'2026-2027 수원 방문의 해' 마스코트 인형 앞에 수원 통닭거리에서 맛볼 수 있는 옛날통닭과 양념통닭 등 다채로운 통닭 메뉴가 차려져 있다. (수원특례시)
△ 프랜차이즈 없는 100m 골목…통닭거리의 50년 뚝심

K-푸드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치킨에서도 수원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정조로와 수원천 사이 100m 남짓한 골목에 통닭가게 10여곳이 밀집한 '통닭거리'는 저녁이면 건물 2~3층까지 손님이 들어찬다. 유명 프랜차이즈 매장은 단 한 곳도 없다. 수원 고유 지명을 간판에 내건 독자점포들이 50여년 역사를 이어가며 새로운 K-푸드의 역사를 쓰는 중이다.

메뉴는 화려함 대신 기본기로 승부한다. 소스나 치즈 같은 부재료 없이 후라이드와 양념이 주 메뉴다. 가마솥에서 통째로 튀겨낸 옛날통닭, 고유 양념 맛의 통닭, 왕갈비맛 양념통닭, 카레가루로 맛을 잡은 통닭까지 골라 먹을 수 있다. 투박한 종이봉투 모양 포장지는 오래전 추억을 되살린다.

수원시는 올해 통닭거리를 활성화하고 '치킨의 도시'로 브랜딩하기 위한 여행상품 개발에 착수했다. 한식진흥원·수원문화재단과 함께 미식관광 활성화 및 K-미식벨트 조성사업을 추진, 내국인 대상 나만의 치킨 만들기와 외국인 대상 치킨로드·치맥체험 등 프로그램을 하반기 중 운영할 계획이다.

▲원 지동시장 순대타운에서 손님이 순대를 깻잎에 올려 맛보고 있다. (수원특례시)
▲원 지동시장 순대타운에서 손님이 순대를 깻잎에 올려 맛보고 있다. (수원특례시)
△ 철판 위 순대, 김 오르는 족발…전통시장이 곧 맛의 거점

소박하게 즐기는 순대, 족발, 국밥도 수원의 대표 먹거리다. 대중적인 맛과 푸짐한 양으로 사랑받는 음식들이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거점화된 점이 특별하다.

수원화성 남문인 팔달문 주변의 지동시장은 순대타운으로 이름났다. 기와지붕 모양 간판이 눈길을 사로잡는 이곳에는 순대와 순대곱창볶음을 파는 가성비 음식점 수십여 곳이 모여 있다. 철판 위에 여러 재료가 섞여 언제 다 먹나 싶다가도, 먹다 보면 아쉬워 밥까지 볶아 먹게 되는 맛이다.

건물형 전통시장인 권선종합시장은 족발의 성지다. 110개 점포가 다양한 품목을 판매하는 가운데 순대와 족발을 파는 먹거리 상점이 유독 많다. 점포에서 직접 삶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족발이 오가는 사람들의 침샘을 자극한다. 국밥도 빼놓을 수 없다. 수원화성 관문이었던 장안문 주변 영화동 일대에는 오래된 해장국집의 명성이 자자하고, 젊은 세대가 모이는 수원역 일대와 인계동에서도 국밥 맛집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수원 약과부터 사대문 드립백까지…미식의 마침표

배가 꽉 차도 디저트를 좋아하는 관광객이라면 수원을 지나칠 수 없다. 밀가루·참기름·꿀에 잣과 깨를 더해 맛과 영양을 깊게 한 수원 약과가 포함된 다과상을 화성행궁 근처에서 체험할 수 있다. 팔달문을 형상화한 문양의 샌드쿠키, 통호두와 통팥을 가득 넣어 서북공심돈 모양으로 만든 빵은 선물용 기념품으로 제격이다.

수원만의 커피 브랜드도 성업 중이다. 행궁동에서 시작해 매장을 8곳으로 확장한 카페 브랜드, 신동 카페거리 일대에서 총 8곳을 운영하는 브랜드, 20여 년 전부터 수원 커피문화를 이끌며 수원화성 사대문을 모티브로 드립백 상품을 만든 브랜드 등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수원시는 미식관광 경쟁력 강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외부기관 추천과 현장방문·설문을 거쳐 맛집 100개소를 선정했다. 목록은 수원관광정보 앱 '터치수원'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영어·일본어·중국어로도 세부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든든하게 지켜온 수원 상인들의 노고 덕분에 수원은 미식관광이 풍부하다"며 "맛집 투어와 연계한 다양한 관광 콘텐츠를 개발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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