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시설 고도화부터 핵·드론 대응까지…진화하는 민선9기 ‘서울형 방호체계’

입력 2026-07-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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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전국 유일 ‘대피소 비상용품함’ 확대
대피를 넘어 방호로… 핵·드론 대응 본격화

▲서울시 '민방위 비상용품함' 모습. (사진=정용욱 기자 dragon@)
▲서울시 '민방위 비상용품함' 모습. (사진=정용욱 기자 dragon@)

7일 오후 서울시청 지하층 한쪽에 붉은색 ‘대피소’ 표지판과 함께 육중한 철제 캐비닛이 눈에 띄었다. 서울시가 설치한 ‘민방위 비상용품함’이다. 시가 맞춤 제작한 파란색 철제 보관함 안에는 라디오, 랜턴, 응급처치세트, 은박담요 등 생존 필수품과 가지런히 쌓인 병물 아리수 300병이 담겨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서울시 민방위담당관은 “이 민방위 비상용품함은 수백 병의 물 하중을 견디고 훼손을 막기 위해 두꺼운 철제로 특수 제작한 모델”이라며 “비상용품함 설치를 통해 대피소는 텅 빈 곳이 아니라 구호 물품을 활용해 실질적인 생존을 도모하는 방호 공간으로 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불안정한 국제 정세와 북한 위협 확대 등 안보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민선 9기 서울시의 ‘서울형 방호체계’ 고도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전국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서울시만 설치·운영 중인 대피소 비상용품함 설치 사업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공공용 임시 대피시설 내 비상용품 비치는 의무 사항이 아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예산을 투입해 전국 최초로 물품 비치는 물론 설치 확대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안보 강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오 시장은 2024년 1월 아파트 대피소와 지하철 역사 등을 현장 점검한 뒤 “시민들이 대피소 간판을 보고 찾아갔을 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비상용품과 아리수를 확대 비치하라”고 지시했다. 또 오 시장은 올해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침범 사태 직후에도 “비상 물품이 제대로 구비됐는지 재점검하고 관리에 만전을 기하라”고 강조했다.

시는 시민 안전 확보를 위해 관내 민방위 대피 시설에 3500여 개의 비상용품함을 운영 중이다. 특히 1~8호선 지하철 전 역사에 1개 이상 비상용품함을 배치를 완료한 데 이어 올해는 우이신설선과 신림선 등 경전철 역사로 설치 범위를 넓힌다. 잠실역과 홍대입구역 등 유동 인구가 밀집한 주요 역사에는 비상용품함을 추가 배치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광진구 소재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찾아 유사시 시민들이 대피할 수 있는 민방위대피소에 마련된 병물아리수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광진구 소재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찾아 유사시 시민들이 대피할 수 있는 민방위대피소에 마련된 병물아리수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서울시의 안보 과제는 대피소 환경 개선에만 머물지 않는다. 인구 밀집 지역을 노리는 드론 공격과 고도화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해 방호 인프라를 확장하고 있다. 송파구 가락동 공공주택 지하에 추진 중인 ‘핵·화생방 대피시설 시범사업’이 대표적이다. 연면적 2147㎡ 규모로 최대 10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시설은 핵이나 화생방 상황 발생 시 14일간 생존 가능한 전문 설비를 갖추게 된다.

이와 함께 위협 고조부터 긴급 구호까지 이어지는 5단계 대응 개념을 담은 ‘북핵 대응 주민보호 기본계획’도 구체화했으며 수도방위사령부와 협력해 여의도 권역에 ‘대도시형 대드론 체계’ 구축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1월부터는 수방사와 연계한 ‘민방공 경보 자동 전파체계’를 정식 운영해 기존 1~3분가량 걸리던 경보 소요 시간을 20초 수준으로 단축했다.

시는 물리적 인프라 확충과 함께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실천형 안보 체계’ 전환을 준비 중이다. 시는 8월 을지연습 기간에 시민 체험형 훈련을 진행한다. 기부채납 공공시설을 활용해 도시 생존 특화형 ‘권역 비상안전체험센터’도 서울 전역에 총 10개소로 확충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과거의 전쟁 기억을 현재의 시민 보호 체계로 전환하고 이를 시민 참여와 국제 연대로 확장하는 서울형 도시안보 전략을 본격화해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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