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_김한진의 시황읽기] 혼돈의 시장 ‘원칙의 힘’ 새길 때

입력 2026-07-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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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변동성에 단타 성행하지만
성장기업 장기보유가 ‘가장 안정적’
새로운 빅테크 등장 면밀히 살펴야

자산배분은 거창한 이론이나 막연한 개념이 아니라 내게 맞는 최적의 투자 조합을 찾는 실전 솔루션이다. 이론상 가장 안전한 자산배분은 주식·채권·금·현금을 각각 25%씩 기계적으로 나누는 것이지만, 이 경우 기대수익률은 낮아진다. 그래서 현명한 투자자는 자신의 투자 목적과 자금 성격에 맞춰 주식 등 위험자산과 국채나 현금과 같은 안전자산의 상대 비중을 정하는 데 우선 공을 들인다. 자산비중의 조절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특히 요즘같이 변화무쌍한 투자 환경에서 수시로 비중을 바꾸는 게 보통의 방식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한 번 정한 비중을 꽤나 진득하게 유지하는 방식이다.

시계를 10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2016년 초, 100만원을 코스피와 S&P500 지수에 각각 35%씩 묻어두고, AI 시대를 내다보고 매그니피센트 7(M7·빅테크)에 20%, 나머지 10%는 금에 투자한 뒤, 단 한 번도 매매하지 않았다고 가정해 보자. 10년이 지난 지금 이 계좌는 900만원이 됐을 것이다. 연평균 25%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이다. 여기에 배당까지 재투자했다면 수익은 더 커졌을 것이다. 물론 지난 10년간 숱한 위기와 부침 속에서 이처럼 평정심을 잃지 않고 ‘부동(不動)’의 장기 투자를 했다면 대단한 뚝심이다. 문제는 설혹 지금 이런 장기 투자를 결심했다 해도 앞으로의 10년이 지난 10년과 똑같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이 가상의 시뮬레이션이 우리에게 던지는 투자의 지혜는 명확하다.

첫째, 장기 투자가 무조건 옳고 단기 매매는 늘 손해라는 뜻은 아니지만 장기투자, 그중에서도 장기 주가지수 투자는 기업들이 벌어들인 이익의 총합을 좇는 투자이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유리해진다. 주식의 지독한 단기 변동성을 이기는 묘책은 결국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내는 기업을 바구니(지수)에 담아 길게 보유하는 전략이다. 특히 혁신기술 시대에 어느 기업이 최종 승자가 될지를 정확히 알 수 없기에, 전체 지수나 성장 산업의 꾸러미(ETF)를 길게 보유하는 것은 그런대로 합리적인 투자전략이다. 다만 장기 투자자라 하더라도 주가급등으로 밸류에이션이 너무 비싸 졌을 때는 주식비중을 일부 조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는 성장 기업의 복리 효과는 장기로 채권을 압도하므로 주식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게 바람직하다. 그간 미국 기술 섹터 기업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30%를 웃돌아 4~5%의 국채 이자율을 압도해 왔다. 성장기업의 강력한 현금흐름이 창출하는 복리 효과는 채권의 이자 수익과 체급이 다르다. 한국증시도 앞으로는 예전보다 한 단계 높은 15% 내외의 ROE를 지속해서 거둘 가능성이 있어, 장기투자 대상으로서 매력이 기대된다. 물론 주식은 결코 채권이 될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변동성이 큰 위험자산임을 기억해야 한다.

셋째는 긴 호흡에서 한미 증시의 지형 변화를 잘 살펴야 한다. 지금까지 미 증시는 세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수익을 주주에게 안겨다 준 시장이었다. 그러나 서비스산업 중심의 미국이 이제부터는 제조업 설비투자에 진심이어서 기업 마진이 둔화되고 주주환원 규모도 줄어들 소지가 있고, 중국의 추격은 더욱 거세 질 것이다. 반면에 한국은 제조업 인프라가 이미 어느 정도 갖춰져 있기에 추가 설비투자 부담이 크지 않고, 세계 시장에서의 점유율과 이익은 늘어나는 구조다. 또한 미국의 중국 견제에서 수혜를 받을 만한 산업도 많이 있다. 물론 반도체 중심의 초대형 투자가 예정되어 있지만 장기에 걸쳐 진행될 일이고 첨단 산업의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한 성격이 강해, 해당 기업들의 수익이 크게 훼손되지만 않는다면 무조건 악재로 보기는 어렵다.

넷째는 AI 패러다임 진화와 ‘새로운 빅테크’ 등장의 가능성을 엿봐야 한다.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AI 인프라 초기 투자 시대였던 지난 10년간, 증시는 익히 잘 알려진 빅테크(M7) 기업들의 독무대였다. 앞으로는 이 패턴이 일부 바뀔 수 있다. 컴퓨팅 인프라 투자의 전성시대에 병목이 큰 곳에서 성장기업들이 새로 부상하고, AI를 실제 비즈니스에 접목하는 기업도 많아질 것이다. 특히 로봇이나 자율 시스템, 신약개발 등 ‘새로운 얼굴의 AI 관련주‘가 등장할 것이다.

사실 투자에 절대 왕도는 없다. 그러나 소득자산이나 안전자산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을 구축한 뒤, 위험자산의 핵심인 주식은 현금흐름이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우량 성장 기업에 집중하는 것이 긴 호흡에서 최선의 자산배분 솔루션이다. 특정 기업을 발굴해 투자할 역량이 부족한 필자를 포함한 보통의 투자자 입장에서는 차선책으로 전체 지수나 성장 산업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 최선이다. 또한 시장의 일시적 급변동에 흔들리지 말고, 전략적으로 세운 자산 포지션을 나름 규율 있게 유지하는 ‘원칙의 힘’이야말로 장기로 시장을 이기는 최고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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