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자산 투자 명목으로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태영호 전 국회의원 장남이 피해자에게 8억여원을 배상하라는 민사 판결이 확정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0부(김석범 부장판사)는 피해자 A씨가 태 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태 씨는 A씨에게 8억6700여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24년 5월 태 씨로부터 스테이블코인 환전 사업 투자 제안을 받고 11억원 상당의 가상자산과 현금을 건넸다. 이후 태 씨가 경찰 수사를 받기 시작한 같은 해 9월 투자금이 편취된 사실을 알게 돼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태 씨가 국회의원 아들이라는 점과 경찰과의 친분 등을 내세워 A씨의 신뢰를 얻은 뒤 이를 범행에 이용했다고 판단했다. 태 씨는 A씨가 차용 관계나 변제 능력을 확인하려 하자 "자칫하면 진짜 터질 수 있고 그때는 저도 어찌 못하고 아빠한테 죽는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저희 다 끼고 합니다. 경찰까지", "안보과 과장님이 문제 되면 도와준대요", "오늘 형사 한 분 만남요. 앞으로 우리의 사업을 봐줄 형이요"라고 말하며 경찰과의 친분을 과시한 점도 기망행위의 근거로 인정됐다.
아울러 "우리 가족 한국 왔을 때 우리나라에서 제일 강한 형사들로 신변보호팀이 구성됐다", "전부 SWAT, 특전사 등"이라고 말한 사실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피고는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 아들로서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았거나 일부 경찰과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사정을 원고를 기망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태 씨의 기망행위로 A씨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 판결은 태 씨가 항소하지 않으면서 지난달 24일 확정됐다.
한편 태 씨는 가상자산에 대신 투자해 수익을 내주겠다며 지인들로부터 약 14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로 지난 5월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태 씨가 태영호 전 의원의 아들이라는 점을 내세워 투자금을 받은 뒤 실제로는 가상자산에 투자하지 않고 이를 편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