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한계 깨고 해외 리조트 제휴·독점 플랫폼 구축
신세계 ‘더 쇼케이스’ 객단가 일반 명품의 7배에도 인기 만점
문학살롱·뷰티 클래스 등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탈바꿈

백화점, 면세점 등 국내 주요 유통사들이 단순한 고가 제품 판매를 넘어 여행, 미식, 명상, 예술 등 VIP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경험형 콘텐츠’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VIP의 취향을 저격함으로써 ‘통 큰 소비’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VIP 매출 비중은 2023년 41.0%, 2024년 45.0%에서 2025년 46.0%로 치솟으며 전체 매출의 절반에 육박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2023년 44.1%, 2024년 45.3%에 이어 2025년 47.0%까지 VIP 매출 비중이 확대됐고 올 1분기 들어서도 44.6%를 기록하며 꾸준히 큰 손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또한 지난해 기준 VIP 매출 비중이 전체의 46.0%에 달했다. 고물가와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지만 VIP들의 ‘하이엔드 소비’는 견고하게 유지되는 경향이 뚜렷한 것이다.

이에 유통업계는 VIP를 대상으로 희소성 있는 프라이빗 체험을 제공, 록인(Lock-in) 효과를 공고히 할 수 있는 큐레이션 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 주요 백화점 3사는 각각 디지털 플랫폼, 독점 투어, 글로벌 제휴 등 차별화한 방식으로 VIP 취향 저격에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기존 포인트 제도를 ‘에비뉴엘 큐레이션’으로 전면 개편하며 경험형 혜택을 강화했다. 지난달엔 울릉도 럭셔리 리조트 ‘코스모스 빌라쏘메’에서 정호영 셰프의 다이닝과 와인 페어링, BMW 7시리즈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결합한 투어를 단독 진행했다. 앞서 진행한 미쉐린 3스타 셰프 ‘야닉 알레노’ 갈라 디너 등은 고가임에도 예약이 조기 마감돼 VIP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신세계백화점은 VIP 전용 큐레이션 앱 ‘더 쇼케이스’를 통해 큰 손 유치 성과를 입증하고 있다. 평균 객단가는 약 2000만원으로, 일반 명품 카테고리 객단가(약 300만원)보다 약 6.67배 높은 금액이다. 더 쇼케이스 론칭 후 유입된 5만 명의 VIP 중 3040세대가 63%를 차지해 젊은 자산가층을 성공적으로 흡수했다는 평가다. 일례로 9000만원 상당의 전기차 폴스타가 100대 가량 팔렸고 최근엔 10억원대 초고가 침대 브랜드 ‘해스텐스’ 최상위 라인을 단독으로 선보였다. 신세계의 여행 플랫폼 ‘비아 신세계’와 연계해선 전남 장성 백양사에서 사찰음식의 대가 정관스님과 함께하는 프리미엄 템플스테이도 단독 운영해 높은 관심을 얻었다.
현대백화점은 VIP 서비스 혜택을 해외로 넓히고 있다. 태국 시암피왓그룹, 일본 한큐백화점,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에 이어 최근 마카오 최대 리조트 기업 ‘샌즈 차이나’와 VIP 서비스 제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더 베네시안 등 마카오 대표 리조트 객실 20% 할인, 주요 레스토랑 10%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했는데, 현재 매월 100여 명의 VIP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VIP 마케팅은 면세업계까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VIP 대상 면세 쇼핑 혜택을 넘어 브랜드의 문화적 가치와 지적 충족감을 전달해 프리미엄 포지셔닝이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영인문학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최상위 SVIP 고객 대상 ‘문학살롱’을 운영, 고(故) 이어령 선생의 서재 관람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내국인 VIP 대상 ‘1:1 맞춤형 뷰티 클래스’를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또 외국인 VIP 유치를 위해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와 MOU를 맺고 쇼핑·엔터테인먼트 연계 원스톱 프리미엄 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급변하는 글로벌 리테일 환경에서 오프라인의 공간적 한계를 깨고 고객의 삶 전반을 설계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라며 “오직 해당 브랜드만이 제공할 수 있는 희소성 있는 프리미엄 경험을 정교하게 다듬어 VIP 고객의 로열티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