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Campus GRID로 여는 경기도의 미래혁신

입력 2026-07-0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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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지자체·기업 상생을 위한 지역경제 혁신 전략

▲김형태 성균관대학교 인공지능융합원 교수
▲김형태 성균관대학교 인공지능융합원 교수
퍼즐을 맞춰본 사람은 안다. 처음부터 전체 그림이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여기저기 흩어진 작은 단서들을 모으고, 색이 비슷한 부분을 맞춰보고, 가장자리부터 천천히 윤곽을 잡아간다. 어느 순간 흩어져 있던 것들이 서로 맞물리기 시작하면, 비로소 하나의 그림이 드러난다.

경기도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북부에는 접경지역과 평화경제의 가능성이 있고, 동부에는 자연과 치유, 생활인구의 흐름이 있다. 남부에는 반도체와 첨단제조의 심장이 뛰고, 서부에는 항만과 물류, 바이오와 미래산업의 길목이 놓여 있다. 지역마다 색깔도 다르고, 산업도 다르고, 생활권의 흐름도 다르다.

경기도의 과제는 자원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대학도 많고, 기업도 많고, 연구기관과 산업단지도 많다. 반도체, 인공지능, 바이오, 모빌리티, 콘텐츠, 로봇, 피지컬AI 등 미래산업의 현장도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이 많은 자산들이 아직 하나의 큰 그림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추미애 경기도정이 새롭게 출범했다. 향후 4년은 단순히 공약을 집행하는 시간이 아니라, 이재명 정부의 국가균형성장과 민생경제 회복 기조를 경기도 현장에서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지가 중요한 시기다. 중앙정부가 큰 방향을 제시한다면, 경기도는 그것을 산업현장과 지역의 삶 속에서 작동하는 실행모델로 만들어야 한다.

긴축재정의 시대에는 새로운 사업을 계속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예산의 규모보다 예산의 효용이다. 이미 갖고 있는 자원을 얼마나 정교하게 배치하고, 어떤 흐름으로 연결하느냐에 따라 같은 예산도 전혀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 대학의 인재와 연구역량, 지자체의 정책·공간·행정 역량, 기업의 현장수요와 실증공간이 맞물릴 때 비로소 지역혁신은 힘을 갖는다.

최근 교육부가 지역혁신중심대학지원체계(RISE)를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 이른바 앵커체계로 재구조화하려는 방향도 이와 맞닿아 있다. 대학을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니라 지역 성장을 견인하는 인재 양성의 거점으로 세우고, 학생의 성장과 지역기업의 수요, 취·창업과 정주를 하나의 선순환 구조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렇듯 지역혁신의 목표를 지역인재 육성, 취·창업, 정주의 선순환 생태계 구축으로 제시하고 있다.

예전에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인상 깊었던 장면도 바로 이 지점이었다. 보스턴과 케임브리지 일대에서는 대학이 도시 안에 있고, 도시는 대학을 하나의 성장 인프라처럼 활용하고 있었다. 강의실과 연구실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창업 공간, 병원, 기업 연구소, 투자기관, 도시 문제 해결 프로젝트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실리콘밸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스탠퍼드라는 대학 하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대학, 기업, 투자자, 지방정부, 창업가들이 서로 느슨하지만 강력하게 연결되어 하나의 혁신생태계를 만들고 있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건물의 규모나 유명 대학의 이름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연결의 방식이다. 미국의 혁신도시는 대학을 섬처럼 두지 않았다. 대학을 도시의 심장 가까이에 두고, 기업과 정책, 자본과 인재가 오가도록 길을 열었다. 연구는 논문에만 머물지 않았고, 창업은 개인의 도전에만 맡겨지지 않았으며, 도시정책은 행정 안에서만 닫히지 않았다. 대학과 도시는 서로를 실험실이자 시장, 교육장이자 일터로 활용했다.

경기도에도 그런 가능성은 충분하다. 오히려 산업의 다양성과 도시의 밀도만 놓고 보면 더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는 대학, 지자체, 기업이 각자의 필요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대학은 인재 양성을 말하고, 기업은 인력난을 말하며, 지자체는 지역경제를 말하지만 이 셋이 하나의 실행판 위에서 만나는 경우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경기도는 ‘Campus GRID’ 전략을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Campus GRID는 대학·지자체·기업을 하나의 실행망으로 연결하는 지역혁신 전략이다. 대학의 연구성과와 인재, 지자체의 정책 조정 능력, 기업의 현장 수요를 하나의 플랫폼 위에 올려 지역의제 발굴, 공동실증, 청년 일거리 창출, 기술사업화, 창업지원, 정책 환류로 이어지게 하는 구상이다.

물론 협력이라는 말은 익숙하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협약식, 자문회의, 포럼, 선언문을 경험했다. 그러나 퍼즐판 위에 많은 재료를 올려놓는다고 저절로 그림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부분을 먼저 맞출 것인지, 어디에 힘을 집중할 것인지, 어떤 연결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일이다.

경기도는 여러 대학과 기관에 예산을 조금씩 나누어 주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성과 가능성이 높은 과제를 선별하고, 대학과 기업, 시군의 역량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장실습, 인턴십, 계약학과, 캡스톤디자인, 공동연구, 기술사업화, 창업교육이 각각 흩어진 사업으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 이 모든 과정이 청년의 성장 경로이자 지역산업의 혁신 경로로 이어져야 한다.

청년은 대학에서 배우고, 기업 현장에서 경험하며, 지역에서 일거리를 만들고, 다시 지역에 정착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교육정책이 아니다. 산업정책이자 일자리정책이며, 지역경제 전략이다. 대학의 강의실과 기업의 현장, 지자체의 정책이 하나의 그림으로 맞춰질 때 지역 혁신은 비로소 체감 가능한 변화가 된다.

경기도는 수도권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지역 간 격차라는 과제도 안고 있다. 북부와 남부, 신도심과 구도심, 첨단산업지역과 생활서비스지역의 조건은 서로 다르다. 그래서 더욱 행정구역의 선만 보고 정책을 설계해서는 안 된다. 사람이 이동하는 길, 기업이 협력하는 길, 인재가 성장하는 길을 따라 경기도의 혁신망을 다시 짜야 한다.

이러한 구조 위에서 민선 9기 경기도정의 가치인 공정·혁신·포용도 더 분명해진다. 공정은 청년과 지역기업에게 실질적 참여 기회를 여는 일이다. 혁신은 대학의 지식자산을 산업과 도시 현장에 적용하는 일이다. 포용은 그 성과를 특정 지역이나 일부 기관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나누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경기도정의 성패는 예산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예산 효용, 연결의 정교함, 실행의 지속성에서 나온다. 긴축재정의 시대일수록 기존 자원을 어떻게 엮고, 어떤 과제에 집중하며, 그 성과를 어떻게 다시 정책과 투자로 환류시키느냐가 중요하다.

이재명 정부의 지역성장 전략과 추미애 경기도정의 현장 실행력이 만나는 지점에 Campus GRID가 자리할 수 있다. 경기도가 단순히 대학과 기업이 많은 지역을 넘어, 대학을 통해 산업이 성장하고, 기업을 통해 청년이 기회를 얻으며, 지역이 함께 미래산업을 견인하는 혁신 플랫폼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퍼즐의 묘미는 흩어진 단서들이 어느 순간 하나의 그림으로 드러나는 데 있다. 경기도의 미래도 마찬가지다. 이미 충분한 자산은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자산들을 제대로 잇고, 배치하고, 성과로 완성하는 일이다. Campus GRID가 그 연결의 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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