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 맞은 코스닥⋯“우량주 선별한 ‘세그먼트’ 제도 도입해 재도약”

입력 2026-07-0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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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 30주년 기념식'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거래소)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 30주년 기념식'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이 출범 30주년을 맞아 부실·한계 기업의 퇴출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우량 기업군을 별도로 선별하는 '세그먼트 제도'의 도입을 추진한다.

1일 한국거래소는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코스닥시장 30주년 기념식'을 열고 코스닥 시장 체질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코리아 프리미엄 K-자본시장 특별위원회 위원장,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정은보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1996년 출범한 코스닥 시장은 대기업 중심인 우리 경제에 벤처라는 새로운 성장의 길을 열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다만 지금 코스닥 시장은 전에 없던 자본시장 호황에도 중소기업과 대기업, 코스피와 코스닥의 동반 성장 구조가 뿌리내리지 못한 듯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구조 개혁을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 질서를 재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축사로 나선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세그먼트 분리를 통해 대표 기업을 선별하고 기관 투자의 벤치마킹 지수 연계, 상장지수펀드(ETF) 개발 등 안정적 투자 기반을 마련하여 우량 기업들이 다른 시장으로 이전할 이유가 없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또 "대형 투자은행(IB)의 공급 의무, 국민성장펀드 직접투자 등을 통해 자금조달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닥 30주년 성과 및 로드맵 발표를 맡은 최지우 코스닥시장본부 상무는 코스닥 시장이 안고 있는 두 가지 구조적 문제점으로 '시장 신뢰 부족'과 '가치 저평가(디스카운트)'를 지적했다. 한계 기업의 퇴출이 지연되면서 일부 기업이 불공정 거래에 악용됐고, 우량 기업과 부실 기업이 혼재돼 시장 전체가 저평가받았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래소는 코스닥 내 우량기업군을 별도로 구분하는 세그먼트 제도를 추진한다. 가칭 '코스닥 셀렉트(Select)'를 신설해 성장성·안정성을 갖춘 대표 기업을 선별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수 사업도 추진한다. 올해 4분기 도입이 목표로, 이달부터 공청회를 열어 외부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거래소는 주가 1000원 미만의 '동전주'에 대한 상장폐지 규정을 이날부터 시행한다. 코스닥 200억원·코스피 300억원으로 시가총액 퇴출 기준도 상향했다. 불성실 공시 누적 벌점 기준도 엄격해졌다.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조치의 일환으로 10월부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업종별 하위 20%인 상장사를 공표하는 제도를 시행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의 자발적인 리스크 관리와 가치 제고를 유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불성실 공시 누적 벌점 기준을 엄격히 정비하고 실질심사 단계를 축소했다. 이에 따라 상장폐지 결정 기업은 지난해 38개사에서 올해 약 88개사 수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코스닥시장 3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장,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 오기형 코리아프리미엄 K-자본시장특위위원장,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동훈 코스닥협회장, 김학균 VC협회장, 황선오 금융감독원 부원장 (사진제공=한국거래소)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코스닥시장 3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장,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 오기형 코리아프리미엄 K-자본시장특위위원장,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동훈 코스닥협회장, 김학균 VC협회장, 황선오 금융감독원 부원장 (사진제공=한국거래소)

이날 기념식에서는 1996년 7월 1일 출범한 코스닥 시장의 30년 성과를 조명했다. 개장 초기 시가총액 7조원·상장기업 341개사로 출발한 코스닥은 1990년대 말 벤처 붐을 거쳐 2000년 3월 지수 최고치인 2834포인트를 기록했다.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개장 초기 22억원에서 올해 14.1조원으로 늘었다. 올해 1월에는 시가총액 600조원을 돌파했다. 1996년 이후 30년간 상장 기업 수는 5.4배, 시가총액은 약 85배, 일평균 거래대금은 6400배 이상 늘었다.

코스닥은 양적 성장과 함께 제도 개선도 추진돼 왔다. △2005년 바이오 기업 기술특례상장 제도 도입 △2013년 코넥스 시장 개설 △2015년 코스닥 150 지수 및 ETF 개발 등을 통해 산업 다변화와 제도적 기반을 구축했다. 최근에는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상장폐지 개혁 방안과 자본시장 체질 개선안을 잇달아 발표했다.

그 결과 코스닥 상장기업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827개사로 늘었다. 최근 5년 연속 매년 100개 이상 기업이 신규 상장됐다. 시장 개설 이후 지난해까지 IPO 공모와 유상증자를 통해 총 89조원을 조달했다.

한편 이어진 토론에서는 세그먼트 제도 도입 등 시장 구조 개편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기업들의 책임 의식과 주주 보호 장치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는 조언이 쏟아졌다.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현재 코스닥은 상·하위 분산이 너무나 넓게 벌어져 있다"며 "부실기업과 우량 기업들을 한 시장에 담아서 하나의 제도 안에서 규율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시장을 세그먼트로 나누어서 기업의 특성에 맞는 적절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상당히 도움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소액주주 보호와 기업 경영진의 의식 변화 등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먼저라는 쓴소리도 나왔다. 김지운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운용2본부장은 "현 시장에는 소액주주 보호에 대한 장치가 굉장히 부족하다"며 "코스닥 시장은 그간 대주주건 기업공개(IPO)건 엑시트(자금 회수) 창구 역할을 주로 해왔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근에도 리노공업 같은 기업이 블록딜을 통해 지분을 10%가량 매도하면서 시장에 큰 부담을 주고 주가를 끌어내렸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기업 내부에서도 먼저 자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며 "밸류업과 소액주주 보호에 대한 경영진의 의식 개선이 정부의 정책만큼이나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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