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사퇴했지만⋯진짜 문제는 이제부터? [이슈크래커]

입력 2026-06-2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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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32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축구국가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시간) 멕시코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32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축구국가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시간) 멕시코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감독만 바꾸면 달라질까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마친 한국 축구 앞에 다시 익숙한 질문이 놓였습니다.

대표팀은 48개국 체제로 확대된 이번 대회에서 32강 무대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결과도 결과지만 경기 내용은 더 뼈아팠는데요. 기대를 모았던 선수들의 이름값과 달리 대표팀은 답답한 경기력으로 일관했고, 국민적 실망은 곧 분노로 번졌습니다.

결국 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은 조별리그 탈락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월드컵 실패의 책임을 피하기 어려웠던 만큼 사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평가도 나오죠.

그런데 홍 감독의 퇴진으로 논란이 모두 끝난 건 아닙니다. 축구계 안팎의 시선은 이제 대한축구협회로 향하고 있는데요. 홍 감독 선임 당시부터 제기됐던 절차적 논란과 대표팀 운영 문제가 월드컵 실패와 함께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겁니다.

이제 대표팀은 새 사령탑을 찾아야 합니다. 월드컵 졸전 뒤 반복되는 '소방수 찾기'가 한국 축구의 근본 해법이 될 수 있을까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0대1로 패배한 뒤 아쉬워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0대1로 패배한 뒤 아쉬워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졸전에 쓴소리 폭발…이번 월드컵 어땠나

이번 월드컵 시작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체코를 2-1로 꺾으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습니다. 짜릿한 역전승이었던 만큼 이번 월드컵 성적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죠.

그러나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2차전 멕시코전에서 한국은 0-1로 패했습니다. 개최국 멕시코의 거센 분위기 속에서도 쉽게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실점 이후 반격 과정에서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상대 수비를 흔들 만한 세밀한 공격 전개가 부족했고,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공격은 단조로워졌습니다.

문제는 3차전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한국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상대로도 0-1 패배를 당했습니다. 32강 진출을 위해선 남아공과 비기기만 했어도 조 2위로 32강 진출이 가능했지만, 답답한 경기가 이어졌습니다. 높은 점유율을 가져가고도 상대 수비를 흔드는 장면은 많지 않았고, 측면 크로스와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공격이 반복됐습니다.

충격의 조별리그 이후엔 '경우의 수'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조 3위 12팀 간 경쟁에서도 끝내 밀리며 탈락의 고배를 들었는데요. 대표팀은 조별리그 1승 2패, 승점 3점으로 대회를 마쳤고 최종 순위는 34위에 그쳤습니다.

단순히 탈락했다는 결과보다 팬들을 더 분노하게 한 건 경기 내용이었습니다. 체코전 승리 이후 이어진 두 경기에서 대표팀은 위기 상황을 돌파할 전술적 다양성도, 흐름을 바꿀 경기 운영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손흥민(LA FC),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이름값 높은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팀으로서의 완성도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은 뼈아팠습니다. 선수 개인의 역량에 기대는 장면은 있었지만, 이를 하나의 팀으로 묶어내는 유기적인 움직임은 부족했다는 게 중론입니다.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도 남아공전 패배 이후 자신의 SNS에 "어떻게 팀을 이따위로 만들었나"라며 "책임의 비대칭성. 권한과 이익을 크게 가진 자가 좋지 못한 결과의 책임은 적게 지는 것. 대체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앞서 유튜브 채널 '달수네 라이브'에서 남아공전을 지켜보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죠. 박 위원은 당시 "이렇게 좋은 선수들이 모여 있는데 공격할 때 단 하나의 아이디어도 보이지 않았다"며 "누군가 공을 잡으면 나머지 선수들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한 약속된 플레이가 전혀 없다. 약속도 없고 패턴도 없고 전술도 없고 그냥 서 있다"고 일갈했습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4월 7일 공식 개관식이 열리는 충남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취재진을 만나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4월 7일 공식 개관식이 열리는 충남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취재진을 만나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명보 떠났지만…선임 논란 '악몽'

결국 홍명보 감독은 숱한 비판 끝 조별리그 탈락 책임을 지고 사퇴했습니다.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뒤 대표팀 베이스캠프 훈련장이었던 멕시코 사포판 치바스 베르데 바예에서 취재진과 만나 사퇴 의사가 담긴 입장문을 발표했죠. 2024년 7월 8일 선임된 홍 감독의 임기는 당초 2027년 1월 열리는 2027 아시안컵까지였습니다.

다만 자진 사퇴에도 대중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비판의 방향은 홍 감독 개인을 넘어 대한축구협회로 확산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번 월드컵 실패가 단순히 감독의 전술 실패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특히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건 2024년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입니다.

일단 2023년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정몽규 회장이 전력강화위원회를 사실상 무력화,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사실이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에서 드러난 바 있습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근무 태만' 등 숱한 논란으로 경질되는 결말을 맞았는데요. 축구협회 역시 새 사령탑을 찾아나섰습니다. 당시 제시 마치, 다비드 바그너, 거스 포옛, 헤수스 카사스 등 여러 해외 지도자가 후보군으로 거론됐죠. 이들 중 일부는 한국 대표팀 운영 구상을 담은 발표 자료까지 준비하거나 협상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최종 선택은 홍명보 감독이었습니다. 당시 협회는 홍 감독의 대표팀 경험과 국내 축구 이해도를 강점으로 내세웠지만, 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습니다. 외국인 후보들과의 비교 평가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고, 전력강화위원회 논의가 어떤 방식으로 최종 결정에 반영됐는지도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감독 추천을 담당하는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돌연 사퇴하고, 이후 이임생 당시 기술총괄이사가 홍 감독을 한밤중 카페에서 만나 면접을 진행하는 등 불투명성 논란이 더 커졌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특정 감사 결과에서도 감독 선임 논란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에게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지만, 축구협회는 징계가 부당하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는데요. 결론은 1심 패소, 오히려 법적 정당성을 무너뜨린 모양새가 됐습니다.

여기에 한때 한국 사령탑 후보로 거론됐던 제시 마치 감독이 캐나다의 16강 진출을 이끌어내면서 '투명한 감독 선임'에 대한 요구엔 더욱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결과론적 비교는 지양해야 하지만, 분명한 건 당시 감독 선임이 한국 축구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이었다는 점이죠.

팬들이 축구협회를 비판하는 이유 역시 단순히 홍 감독을 선택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선택의 과정이 충분히 투명했는지, 실패 가능성을 경고한 목소리를 협회가 제대로 들었는지, 결과가 나빴을 때 책임을 질 구조가 있었는지에 대한 불신이 누적된 탓인데요. 홍 감독의 사퇴에도 논란이 끝나지 않는 이유입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손흥민 등 선수들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0대1로 패배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손흥민 등 선수들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0대1로 패배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9월 A매치→내년 1월 아시안컵…축구협회 고심 시작

월드컵 실패의 결과는 홍 감독이 사퇴하는 방식으로 일단락됐지만, 대표팀을 둘러싼 의사결정 구조와 행정 시스템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축구계 인사의 구체적인 조언도 나왔습니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2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축구협회의 무능력한 리더십, 공정하지 못한 인식" 등을 언급하면서 "할 수 있는 것은 좋은 회장을 뽑을 수 있는 제도와 생태계를 구성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박 위원은 200명가량의 대의원이 축구협회장을 선출하는 현행 제도를 '체육관 선거'로 규정하며 선거인단 확대를 주장했습니다. 그는 "한국 축구 산업에서 활동하는 인구가 등록 기준 1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안다. 거기서 200명 정도로 투표한다는 것이 대의의 개념인가"라며 "민심의 굴절이나 왜곡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죠.

다만 그는 제도 개혁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상급기관의 직접 개입에는 선을 그었습니다. 문체부나 대한체육회 같은 상위 기관이 인사나 재정에 직접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습니다. 결국 축구협회가 스스로 책임 구조를 바꾸고, 외부의 감시와 축구계 민심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새 사령탑'이라는 당장의 과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9월 A매치를 시작으로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 굵직한 일정이 이어지는데요. 월드컵 실패의 후폭풍이 가시기도 전에 다음 국제대회를 준비해야 하는 셈입니다. 여기에 정몽규 회장이 대표팀 사전캠프가 진행 중이던 지난달 말 "이번 월드컵 이후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며 사의를 표명하는 등 협회 수뇌부의 공백 리스크까지 겹친 상황이죠.

축구 팬들의 팬심은 물론 대중적 민심까지 싸늘히 식은 이 시점. 축구협회는 선임 논란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생존책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한국 축구계의 시계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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