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통한 지수부양 시장 왜곡
인위적 개입은 변동성 확대만 불러

자본시장의 변동성이 커질수록 ‘개미의 자산’은 녹아내린다. 어떤 주식이 ‘40% 오른 후 40% 내리면’ 원래 주가를 유지하는가. 주가가 100원이라고 하자. 40% 상승 후 (100원×1.4=140원) 40% 하락하면 (140원×0.6=84원), 최종 주가는 84원이 된다. 왜 손실이 발생하는 가. 상승률과 하락률이 적용되는 기준 금액이 다르기 때문이다.
100원이 40% 올라 140원이 된 뒤 다시 100원으로 돌아가려면, 필요한 하락률은 ‘40/140×100=28.57%’이다. 반등과 하락은 개미투자자의 자산을 녹인다.
6월 23일과 26일 코스피는 각각 ‘9.9%, 5.81%’ 폭락했다. 23일에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4도5000억, 4조1000억원을 순매도 했고, 개인은 8조5000억원 순매수했다. 26일에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4조1000억원, 4조3000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은 8조1000억원을 순매수 했다. 기관과 외국인이 팔은 주식을 개인이 받아낸 것이다. 개인의 금융부채는 늘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권은 ‘코스피 5000’을 정책목표로 삼았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 한국처럼 특정 주가지수를 정책목표로 내건 나라는 없다. 선진국 정부의 공식 거시정책 목표는 “물가 안정, 고용, 성장률, 재정건전성, 금융안정” 등이다. 주가지수 특정치를 정책목표로 삼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 증시의 정책목표는 “코스피 5000”이 아니라 “주주권 보호와 자본시장 신뢰 회복”, “주가 부양”이 아니라 “기업이익과 주주환원이 정당하게 반영되는 시장구조 구축”이어야 한다. 최근 목도되는 개인 투자자의 ‘영끌, 빚투’는 정부가 투자자에게 결과를 책임져줄 것같이 행동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연금을 통해 코스피 지수를 ‘노골적’으로 부양했다. 국민연금은 5월 28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정한 2027~2031년 중기자산배분안”을 심의·의결했다.
2026년 말 기준 목표 비중을 ‘국내주식 20.8%, 해외주식 34.7%, 국내채권 23.1%, 해외채권 7.4%, 대체투자 14.0%’로 의결했다. 국내 주식의 목표 비중을 올린 논거로 “상법 개정 등에 따른 국내주식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리밸런싱이 불러올 시장 충격 회피”를 들고 있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 ‘20.8%’는 비상식적으로 큰 숫자이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연금소득을 책임지는 장기 기금이기에 ‘국내 경기·기업 실적·정책 리스크’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것(exposure)은 분산투자 원칙에 어긋난다.
2026년 5월 조정 전까지 국민연금의 자산운용 방향은 “국내채권 축소 → 해외주식 확대 → 대체투자 확대 → 국내주식은 14~15%대에서 관리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국내주식 비중 20.8%는 비정상적이다.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비중 20.8%에 집착하는 데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2026년 국민연금 기금적립금은 ‘1610조4000억원’이다. 2026년 2월 현재 국내주식 비중 24.5%를 감안하면(1610조4000억원×0.245 = 394조5000억원) 국민연금이 395조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인위적’으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의 고공행진을 부추겨 온 것이다.
국민연금이 한국기업의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최선의 자산관리 차원에서의 결정이어야지, 자본시장 부양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는 아니다.
국민연금이 자본시장의 ‘큰손’으로 기능하다 보니, 외국자본이 차익실현 후 한국을 탈출하는 데 국민연금이 조력자가 되고 있다. 외국인은 6월 23일, 26일 한국물을 팔고 한국을 떠났다. 그들은 자신들이 던진 ‘한국물’을 국민연금이 받아줄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다.
주가는 기업의 경쟁력에 의해 결정된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은 스스로의 경쟁력으로 ‘AI 물결’에 올라탔기 때문이지 국민연금이 주식을 사줘서가 아니다. 당국의 인위적 개입은 시장을 왜곡시킨다. 그리고 ‘변동성 확대’라는 시장의 복수를 초래한다.
5월 27일 ‘삼전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금융상품’(2X, single stock ETF)이 출시됐다. 단일 종목 ETF는 그 자체가 변종이다. 여러 종목이 아닌 단일종목으로 위험을 분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골드만 삭스는 한국의 레버리지 ETF가 변동성을 증폭시켰다고 평가했다. 한국적 현실에서 국민연금기금, 금융당국은 변동성을 줄이는 균형추가 아닌 변동성의 기폭제로 기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