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사망...민사와 형사 결론이 다른 이유는? [수사와 재판]

입력 2026-06-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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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료체계의 공백으로 인한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입니다. 편도선 절제술을 받은 4세 아동이 수술 부위 출혈로 응급상황에 놓였지만, 병원 간 이송 과정에서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하고 결국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병원 측의 민사적 책임과 형사적 책임이 다르게 나왔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과 민사·형사 판결의 차이점을 법무법인 동인 허윤 변호사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사진=AI 생성)
(사진=AI 생성)

2019년 4세 아동이 편도선 절제술을 받은 뒤 수술 부위에서 출혈이 발생해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그러나 해당 병원의 야간 당직의는 충분한 응급처치 없이 아이를 다시 119 구급차에 인계했고, 119 구급대원이 수술을 시행한 병원 소아응급실에 연락했지만, 병원 측은 다른 응급환자가 있다는 이유로 수용을 거부했다. 아동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연명치료를 받다가 이듬해 사망했다.

최근 이 사건에서 병원 측에 대한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의 결론이 다르게 나왔다. 형사 재판에서는 응급환자 수용 거부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았다. 그 결과 사망에 대한 업무상 과실 책임은 부정됐다. 반면 민사 재판에서는 병원 등의 공동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돼 약 4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책임이 부과됐다.

형사 재판에서 문제 된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응급환자 수용을 거부한 행위 자체가 위법한지이고, 두 번째는 그 수용 거부 또는 의료진의 조치가 아동의 사망이라는 결과까지 초래했다고 볼 수 있는지였다. 법원은 전자는 인정했지만, 후자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먼저 응급의료법은 응급의료종사자가 업무 중 응급의료를 요청받거나 응급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응급의료를 해야 하고, 이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려면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병원 측의 수용 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없었다고 봤다. 즉, 병원 측은 당시 다른 CPR 환자가 있어 수용이 어려웠다는 취지로 설명했으나 법원은 실제로 수용을 거부할 정도의 위중한 환자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사망과 관련된 업무상 과실 책임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성립하려면 의료진에게 주의의무 위반이 있고, 그 주의의무 위반 때문에 환자가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었다는 점까지 증명돼야 한다. 의료진의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점과 환자가 사망했다는 점이 모두 인정되더라도, 그 둘 사이에 형사처벌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직접적인 연결'이 필요한 것이다.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이 사건에서도 법원은 의료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망인에게 다량의 2차 출혈이 발생했고, 당시 필요한 핵심 조치는 기관삽관이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전원 이전 병원에는 소아 기관삽관에 필요한 인력과 장비가 충분하지 않았고, 기관삽관은 상당히 어려운 응급처치라는 점이 고려돼 의료진의 행위와 사망 사이에 형사상 유죄를 인정할 만큼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민사 재판의 결론은 달랐다. 법원은 수술 병원과 전원 전 입원 병원 측의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면서, 크게 두 가지 과실을 지적했다. 첫 번째는 수술 병원의 경우 119구급대의 응급의료 요청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함으로써 망인에 대한 응급처치를 지연시켰다는 점이 인정됐다. 두 번째로는 전원 전 입원 병원 측은 아동이 객혈을 한 직후 적절한 응급조치를 하지 못해, 혈액 흡인과 심정지를 예방할 기회가 상실됐음이 인정됐다. 민사법원은 이러한 일련의 대응이 전체적으로 망인의 치료 기회를 상실하게 하거나 손해를 확대했다고 본 것이다.

형사 책임과 민사 책임이 다르게 나오는 이유는 두 재판의 목적과 증명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형사 재판은 국가가 개인에게 형벌을 부과하는 절차다. 따라서 유죄를 인정하려면 매우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 반면 민사 재판은 발생한 손해를 누구에게 어느 범위에서 부담시킬 것인지 판단하는 절차다. 의료진이나 병원의 조치가 부적절했고, 그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됐다고 볼 수 있다면 형사 재판보다 완화된 기준에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결국 형사 무죄가 곧 병원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형사 재판에서는 사망과 과실 사이의 직접적 인과관계가 엄격하게 증명되어야 하지만, 민사 재판에서는 병원들의 대응이 치료 기회 상실이나 손해 확대에 기여했다면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허윤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응급환자 수용 거부는 사망 결과에 대한 형사책임과 별개로 그 자체가 중대한 위법행위가 될 수 있고,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도움]

허윤 변호사는 법무법인 동인 금융팀, 수사대응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방위사업청 옴부즈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 서울특별시의회 입법법률고문, 언론중재위원회 자문변호사, 기획재정부 사무처 고문변호사 등으로 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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