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서로 다른 절차 속에 길잃은 ‘노란봉투법’

입력 2026-06-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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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요구 쏟아지는데 ‘적절성’ 혼란
절차 보완 위한 후속입법 준비하되
원·하청 이해관계자 참가 보장해야

세칭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된 지 석 달이 넘게 지났다. 여전히 원청이 언제, 어떤 의제에 대하여 교섭의무를 부담하는지는 불분명하고, 당사자들은 범람하는 단체교섭 요구와 서로 다른 절차들 속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러한 혼란의 상당 부분은 그 판단을 명확히 내릴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현재 여러 절차가 뒤섞여 진행되고 있지만, 대표적인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다수의 하청 노동조합은 원청이 교섭의무를 부담한다는 점을 확인받기 위하여 교섭요구사실 미공고에 대한 시정 요청이나 교섭단위분리·통합 신청을 택한다. 일부 하청 노동조합은 원청을 상대로 노동쟁의에 대한 조정을 신청하기도 한다.

하나같이 복잡한 명칭들이고, 원청이 하청 노동조합의 교섭 요구에 응해야 하는지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문이 있는 절차들이다. 뭔가 어색하다는 직관은 대개 틀리지 않는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절차들은 원청의 교섭의무를 판단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절차가 아니고, 원청이 교섭의무를 부담하는지 판단하기에 적절한 절차도 아니다.

우선 각 절차가 본래 만들어진 목적과 주요한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교섭요구사실 미공고에 대한 시정 요청이란 노동조합이 교섭을 요구하였음에도 사용자가 그 사실을 공고하지 않는 경우 노동위원회에 시정명령을 요청하는 절차다. 해당 절차는 어디까지나 사용자가 절차적으로 노동조합의 교섭요구사실을 공고하지 않는 경우, 이를 신속하고 간이하게 시정하기 위한 제도였다. 이에 노동조합법 시행령 역시 요청을 받은 후 10일 이내에 시정명령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였다. 고용노동부는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무렵 시행령을 개정하여 해당 기간을 20일로 연장하였지만, 여전히 원청이 언제, 어떤 의제로 하청 노동조합에 대하여 교섭의무를 부담하는지 판단하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다.

교섭단위분리·통합 절차는 노동조합 중 누구를 대표(교섭대표)로 할 것인지를 정하기에 앞서, 대표를 뽑는 단위(교섭단위)를 정하는 절차다. 현행 노동조합법은 한 사업장에 여러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도록 하되, 여러 노동조합 중 하나의 대표를 뽑아 사용자와 교섭하는 방식을 원칙으로 한다. 그런데 당사자들이 느끼기에 일하는 환경이나 교섭해야 할 내용 등이 많이 다르다면, 대표를 뽑는 단위를 분리하도록 노동위원회에 신청할 수 있다. 현재 일부 하청 노동조합은 교섭단위분리·통합을 신청하며, 원청이 하청에 대한 교섭의무를 부담한다는 사실을 함께 확인받으려 한다.

그러나 이 절차는 교섭단위를 분리할지 통합할지를 판단하는 절차이지, 원청이 하청 노동조합과 언제, 어떤 의제로 교섭하여야 하는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일부 노동위원회는 고육지책으로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원청이 하청 노동조합과 교섭할 의무는 있다는 식의 주문을 작성하고 있다. 절차 관련 법령이 미비한 상황에서 노동위원회의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법령상 신청대상(교섭단위분리 여부)이 아닌 판단의 전제가 되는 내용(원청의 교섭의무 여부)을 주문에 표시하는 방식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조정은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음에도 주장이 일치하지 않을 때 노동위원회가 나서서 당사자들이 적절한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돕는 절차다. 그런데 일부 하청 노동조합은 원청이 사용자인지 여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원청과 교섭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며 선제적으로 조정부터 신청하는 경우가 있다. 조정신청이 쟁의행위(파업)를 개시하기 위한 요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하청 노동조합이 최선을 다해 교섭을 한 사실 자체가 없기에 노동위원회가 어디서 의견이 불일치하는지 확인하고, 조정안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다.

개정 노동조합법은 거칠고 빠르게 만들어졌고, 개정 과정에서 절차 보완에 대한 고민도 충분하지 못했다. 당사자들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절차 정비와 후속 입법이 필요하다. 후속 입법 과정에서는 아래 사항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당사자들의 방어권 보장과 노동위원회의 세밀한 심리를 위해 충분한 증거제출 기회와 심리기간을 부여해야 한다. 원청이 하청 노동조합에 대하여 교섭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는 각 사업장의 복잡하고 구체적인 상황을 충분히 살펴야만 판단할 수 있는 문제다.

둘째, 이해관계자의 참가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일각의 오해와 다르게 다수의 하청 사용자는 원청과 구분되는 이해관계를 가진다. 하청 사용자 역시 원청이 교섭의무를 부담하는지를 판단하는 절차에 참가하여 하청의 경영권과 노무지휘권이 부당하게 침해받지 않도록 필요한 주장과 증거를 제출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셋째, 각 절차별 노동위원회 주문의 내용과 구성 요소를 분명히 해야 한다. 고용노동부와 노동위원회는 각각의 절차가 제정된 목적과 당사자의 신청취지를 고려하여 시행령 및 노동위원회 규칙을 개정, 정비하고 주문의 구성 요소를 통일해야 한다.

넷째, 난립하는 절차를 정비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현재 원청 사용자는 하청 노동조합이 어떤 절차로, 언제 원청이 교섭의무가 있다고 주장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법령을 개정해 원청의 교섭의무와 범위를 어느 절차에서 다툴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그리고 해당 절차가 끝나면, 하청 노동조합이 같은 쟁점을 다른 절차에서 다시 다투거나 인정된 교섭의제를 벗어나 추가로 교섭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제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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