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찬의 사람 중심 기업가 정신] 삼성전자 노사협상이 던진 교훈과 질문

입력 2026-06-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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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부심, 아쉬움, 그리고 뼈아픈 교훈 — 돈을 제대로 쓰는 법을 묻다

▲김기찬 세계중소기업학회 의장, 프레지던트대학 국제총장.
▲김기찬 세계중소기업학회 의장, 프레지던트대학 국제총장.
최근 사회의 주목을 한몸에 받은 삼성전자 노사협상은 우리 사회에 여러 겹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근로자들에게 세계 최고 기술기업의 구성원이라는 자부심을 안겨 주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아쉬움, 향후 노사관계의 변화 방향, 그리고 인재보상 시스템의 새로운 과제를 동시에 보여 주었다.

이번 합의로 DS, 즉 반도체 부문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세전 연봉 1억 원 기준 최대 약 6억 원 수준의 성과급과 자사주 보상을 받아, 총보상이 세전 7억 원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파격적 보상을 넘어선다. 한국 사회의 인재 구조, 산업 패러다임, 성과배분 질서, 그리고 기술인재의 사회적 위상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예고하는 사건이다.

1. 연봉 7억 원 시대는 단순한 고액 연봉 뉴스가 아니다

700만 디아스포라에게 자부심을 주는 K-기업, 삼성전자

연봉 7억 원 시대의 도래는 단순히 “누가 얼마를 받는가”에 대한 부러움의 뉴스가 아니다. 이것은 대한민국이 기술인재 중심 국가로 갈 것인가를 묻는 시대적 질문이다.

한국 기업이 세계 최고 기술기업의 반열에 올라섰고, 그 성과가 구성원에게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상징적 사건이기도 하다. 동시에 대한민국이 기술인재를 어떻게 존중하고, 어떻게 보상하며, 어떻게 국가 미래역량으로 연결할 것인가를 묻는 사회적 질문이다.

삼성전자는 이제 한국 산업의 자부심을 넘어 글로벌 기술국가 대한민국의 상징이 되었다. 삼성전자는 2000조 원대 기업가치를 가진 세계 10대 기업 수준으로 성장했다. 일본 제조업의 자부심인 도요타의 기업가치가 약 300조 원대라고 할 때, 삼성전자의 기업가치는 그 거의 7배에 이른다. 이것은 단순한 시가총액의 비교가 아니다. 한국 제조업과 기술산업이 세계 자본시장과 산업질서 속에서 어떤 위치에 올라섰는지를 보여 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이 성장은 해외 700만 디아스포라들에게도 큰 자부심이 되고 있다. 과거 한국은 가난한 나라, 원조를 받던 나라, 기술을 따라가던 나라였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반도체와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기술을 이끌고, 세계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초고수익 기술기업을 가진 나라가 되었다. 삼성전자의 성장은 대한민국 기술역량과 K-기업가정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질문이 시작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기업이 되었다면, 그에 걸맞은 노사관계와 보상철학도 세계 최고 수준이어야 하지 않는가. 삼성전자의 성과는 자부심의 원천이지만, 동시에 한국 사회가 기술인재 중심 국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숙제를 던지고 있다.

2. 회사 성장의 결과는 인재의 성과로 돌아갈 수 있다

기술기업에서 인재는 비용이 아니라 가치창출자이다

이번 보상은 회사 성장의 결과가 직원의 성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중요한 교훈을 보여 주었다. 이것은 단순한 임금 인상이 아니다. 기업의 성과를 만든 핵심 인재에게 그 결실을 공유하는 새로운 성과배분 모델이다. 기술기업에서 인재는 더 이상 비용이 아니다. 인재는 가치창출자이며, 기업의 성장은 결국 사람의 성장과 연결되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은 설비투자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수십조 원의 장비와 공장이 있어도 그것을 설계하고, 운영하고, 수율을 높이고,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사람의 역량이 없다면 초격차는 유지될 수 없다. 디램 하나에도 수백 가지 세부 기술역량이 결합되어야 하며, 그 실체는 현장 엔지니어들이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인적자본이다.

결국 반도체의 본질은 기술이고, 기술의 본질은 사람이다. 좋은 장비와 대규모 투자는 필요조건일 뿐이다. 초격차를 완성하는 것은 사람의 몰입, 경험, 판단, 실행력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보상은 “기술자는 비용이 아니라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자산”이라는 사실을 한국 사회에 보여 주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협상이 던지는 두 번째 질문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업이 성장했을 때 그 성과는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야 하는가. 이번 보상은 기술기업의 성과가 자본과 설비만의 결과가 아니라 사람의 기여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이제 한국 기업의 보상체계도 근속 중심, 직급 중심, 관행 중심에서 벗어나 기여도, 기술역량, 혁신성과를 정교하게 반영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3. 삼성전자, 사업보국의 K-기업가정신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기업도 애국자이고, 기술자도 애국자이다

노사협상으로 주목을 받던 삼성전자가 발표한 5조 원 규모의 사회펀드는 사업보국 기업의 미션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기업이 큰 성과를 거두었을 때 그 결실은 주주와 임직원에게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인재양성, 산업생태계, 사회적 신뢰, 국가경쟁력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5조 원 규모의 사회펀드는 ‘사업보국, 인재제일’이라는 K-기업가정신의 현대적 실천이며, 한국 기업이 사회와 국가의 미래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를 보여 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이것은 단순한 기부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아니다. 기업의 성과를 사회의 미래자산으로 전환하는 전략적 투자다.

삼성전자의 성과보상과 사회펀드는 한국 기업가정신이 이윤을 넘어 인재, 사회, 국가로 확장되어 온 사업보국의 현대적 표현이다. 이는 K-기업가정신이 단순한 이윤극대화를 넘어 인적자본 투자, 사회적 신뢰 구축, 국가경쟁력 강화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번 협상은 단순한 성과급 논쟁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왜 세계적 기술기업이 되었는가, 그리고 그 성과를 어떻게 사회와 국가의 미래역량으로 연결해야 하는가를 묻는 사건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삼성전자의 창업 사명으로 돌아가 보아야 한다.

삼성에는 창업회장 이병철 회장의 세 가지 경영철학이 깊이 흐르고 있다. 바로 사업보국, 인재제일, 합리추구이다. 사업보국은 기업이 나라에 기여해야 한다는 사명이고, 인재제일은 기업의 미래가 사람에게 달려 있다는 믿음이며, 합리추구는 감정과 구호가 아니라 과학, 이성, 공정, 윤리로 경영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한국의 K-기업가정신은 역사적으로도 늘 사회와 나라를 향해 있었다. 그것은 사업보국이었다. 그래서 최근 한국의 사람중심 K-기업가정신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칼뱅의 정신이 자본주의 정신이 되었다는 막스 베버의 주장처럼, 한국의 경의사상은 세상을 위한 의로운 기업정신을 만들었다. 이윤을 얻되 공동체를 외면하지 않고, 성공하되 나라와 사회에 책임지는 기업정신이 한국 기업가정신의 깊은 뿌리였다.

이 의로운 정신은 흉년에는 의장, 즉 의로운 재산이 되어 어려운 이웃을 살렸다.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자금이 되어 나라의 회복을 도왔다. 상하이 임시정부 예산의 상당 부분, 또는 60%가 백산상회 등 민족기업가들의 헌신과 지원에 의해 조달되었다는 사실은 한국 기업가정신이 단순한 이윤추구를 넘어 공동체와 국가를 위한 책임의식 위에 서 있었음을 보여 준다.

가난한 한국을 일으킨 것도 결국 사업보국의 기업가정신이었다. 기업은 일자리를 만들고, 기술을 축적하고, 수출을 확대하고, 인재를 키우며 나라의 경제적 자립을 가능하게 했다. 그런 점에서 삼성전자의 성장과 성과공유, 그리고 사회펀드는 한국 기업가정신의 오래된 유전자가 인공지능·반도체 시대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흉년에는 나눔이었다. 식민지 시대에는 독립자금이었다. 산업화 시대에는 사업보국이었다. 그렇다면 오늘의 반도체 시대에는 인재와 기술, 그리고 사회적 신뢰에 대한 재투자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인공지능·반도체 시대의 새로운 사업보국이다.

기업은 단순히 이윤을 창출하는 조직이 아니다. 기업은 일자리를 만들고, 기술을 축적하고, 세금을 내고, 인재를 키우며, 국가의 산업경쟁력을 지탱한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은 사업보국이다. 이번 성과보상 역시 단순히 개인에게 돌아가는 고액 보상으로만 볼 수 없다. 후배들이 받는 큰 성과보상 중 상당 부분은 세금으로 국가에 다시 돌아간다. 기업이 큰 이익을 내고, 직원들이 큰 보상을 받으며, 그 일부가 조세를 통해 국가 재정과 사회 시스템으로 환류된다. 이것이 시장경제 안에서 작동하는 또 하나의 공공성이다. 기업의 성과는 개인의 성취이면서 동시에 국가의 재원이고, 사회의 미래투자가 된다.

이 점에서 기술자도 애국자이다. 이병철 회장, 이건희 회장, 이재용 회장을 모시고 함께 일했던 임형규 전 삼성전자 사장과의 최근 대화에서 가장 깊게 남은 말도 바로 이것이었다.

“기업과 기술자는 애국자이다.”

임형규 전 사장은 삼성 반도체의 성장사를 온몸으로 살아낸 분이다. 그분의 말씀 속에는 삼성의 정신이 깊게 흐르고 있었다. 사업보국은 가슴에서 나온다. 나라를 위해 사업을 한다는 사명감이다. 인재제일은 머리에서 나온다. 결국 기업의 미래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는 경영의 지혜다. 합리추구는 공정과 윤리, 과학과 이성으로 피어난다. 감정이 아니라 사실을 보고, 관성이 아니라 합리를 따르며, 구호가 아니라 실행으로 성과를 만드는 정신이다.

이 세 가지 정신은 임형규 전 사장의 반도체 정신이 되었다. 반도체는 단순한 기업의 사업이 아니었다. 그것은 국가 산업주권을 지키는 사업이었다. 인재는 그 사업을 완성하는 핵심 자본이었다. 합리적 판단과 집요한 실행은 세계 1등을 만드는 경영 방식이었다. 그래서 반도체의 역사는 기술의 역사이면서 동시에 사업보국의 역사였다.

삼성전자 노사협상의 본질도 여기에서 다시 보아야 한다. 이것은 임금협상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최고 기술기업이 만든 성과를 어떻게 사람에게 돌리고, 사회에 환원하며, 국가의 미래역량으로 연결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기업은 사업보국이고, 기술자는 기술보국의 주체다. 삼성전자의 성과보상과 사회펀드는 그 사실을 다시 일깨워 주고 있다.

4. 이번 노사협상은 인재의 의대 쏠림에서 기술인재로 변화할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국가 인재 포트폴리오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이번 삼성전자 노사협상은 한국 사회의 오랜 과제였던 의대 쏠림 현상에 균열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그동안 한국의 최상위권 인재들은 안정성, 사회적 지위, 고소득을 이유로 의학계열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했다. 의대 진학은 개인에게는 합리적 선택이었지만, 국가 전체로 보면 과학기술 인재의 편중과 산업 인재 포트폴리오의 불균형이라는 문제를 낳았다.

그러나 반도체와 인공지능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보상 체계가 등장하면서 기술인재의 사회적 위상은 새롭게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이번 삼성전자의 보상 사례는 엔지니어도 세계적 보상과 명예를 받을 수 있고, 기술자가 국가의 핵심 인재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다. 이는 단순한 연봉 뉴스가 아니라 청년 인재들에게 새로운 진로 상상력을 열어 주는 사건이다.

성과에 대한 강력한 보상은 최상위권 인재들의 진로 선택을 의학 중심에서 반도체·인공지능 등 공학 중심으로 유인하는 강력한 직원가치제안이 될 수 있다. 직원가치제안은 단순히 높은 임금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성장 가능성, 사회적 인정, 직업적 자부심, 기술적 도전, 장기적 보상까지 포함하는 총체적 매력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사례는 기술기업이 우수 인재에게 어떤 미래를 제안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이것은 개인의 진로 선택 문제를 넘어 국가 인재 포트폴리오의 재구성 문제이다. 미래 국가경쟁력은 병원과 법률시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반도체, 인공지능, 바이오, 로봇, 에너지, 우주기술을 이끌 엔지니어와 과학기술 인재가 있어야 한다. 기술인재가 존중받고, 세계 수준의 보상을 받고, 사회적으로 명예를 얻을 수 있을 때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도 지속될 수 있다.

한국 사회는 이제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청년들에게 어떤 성공 모델을 보여 주고 있는가. 의사와 변호사만이 안정적 성공의 상징인 사회인가, 아니면 기술자와 엔지니어도 국가의 주역이 되고 세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회인가. 삼성전자의 이번 보상은 그 질문의 방향을 바꾸는 신호가 될 수 있다.

결국 이번 노사협상은 기술인재가 국가의 미래 자산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켰다. 대한민국이 기술인재 중심 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보상체계, 교육제도, 사회적 명예, 기업의 인재전략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 의대 쏠림을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술자가 존중받고, 성장하고, 보상받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국가 인재 포트폴리오를 다시 설계하는 출발점이다.

5. 창업을 넘어 사내 인재의 성공모델을 제시했다

사내기업가정신의 시대가 열린다

이번 삼성전자 노사협상은 창업을 넘어서는 ‘사내 인재’의 새로운 성공모델을 제시했다. 과거에는 큰 부를 얻기 위해 창업을 하거나 전문직에 진입하는 길이 가장 대표적인 성공 경로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글로벌 기술기업 안에서 핵심 인재로 기여하고, 그 성과를 공유하는 길도 창업 못지않은 성공모델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는 사내기업가정신의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내기업가정신은 기업 내부의 구성원이 단순한 직원으로 머무르지 않고, 창업가처럼 문제를 발견하고, 기술자처럼 해결하며, 경영자처럼 성과에 책임지는 태도다. 기업 내부의 기술자, 연구자, 엔지니어가 기업가적 성과를 만들고, 그 성과에 대해 시장 수준의 보상을 받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창업가만 기업가가 아니다. 기업 내부에서 기술혁신을 만들고, 신사업을 키우고, 세계시장에서 경쟁우위를 만드는 인재도 기업가적 주체이다. 특히 반도체와 인공지능처럼 대규모 투자, 장기 기술 축적, 글로벌 공급망, 초정밀 공정이 결합된 산업에서는 개인 창업만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거대한 혁신이 기업 내부에서 일어난다. 이때 사내 기술인재는 단순한 고용인이 아니라 기업가적 혁신의 주역이 된다.

이들이 정당하게 보상받을 때 기업은 더 강해지고, 국가는 더 깊은 기술역량을 축적하게 된다. 한국 사회는 창업가만이 아니라 기업 내부에서 세계 수준의 혁신을 만드는 사내기업가를 새롭게 인정해야 한다. 기술기업의 경쟁력은 외부 창업 생태계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기업 내부에서도 창업가처럼 생각하고, 기술자처럼 축적하며, 경영자처럼 책임지는 사내기업가가 필요하다.

삼성전자의 사례는 한국 기업들이 내부 인재를 단순한 직원이 아니라 혁신의 주체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구성원이 회사 안에서 도전하고, 성과를 만들고, 그 성과에 대해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다면 기업 내부에서도 창업 못지않은 역동성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것이 기술기업형 인재보상의 새로운 방향이다.

결국 사내기업가정신은 한국 기업의 다음 성장엔진이다. 창업 생태계가 새로운 기업을 만드는 힘이라면, 사내기업가정신은 기존 세계적 기업을 다시 혁신하게 만드는 힘이다. 삼성전자 노사협상이 보여 준 성과보상 논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이제 기업은 사람을 관리하는 조직을 넘어, 사람의 가능성을 키우고 성과를 공유하는 혁신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6. 삼성전자 노사협상에는 뼈아픈 교훈이 있다

이번 삼성전자 노사협상에는 자부심만큼이나 뼈아픈 교훈도 있다. 성과보상의 규모가 컸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보상 논의의 주도권을 누가 먼저 설계하고 제안했는가의 문제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성과를 만들어 낸 기업이라면, 그 성과를 어떻게 인정하고, 어떻게 평가하며,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선제적 시스템을 제시했어야 한다.

임형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삼성전자 노조문제를 두고 한 말은 짧았지만 무거웠다.

“회사 측이 선수를 빼앗긴 것이다.”

이 한마디는 이번 협상의 본질을 압축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만들어 낸 특별성과를 회사가 먼저 해석하고, 핵심 인재의 기여를 정교하게 평가하며, 그에 합당한 보상체계를 선제적으로 제시했어야 했다는 뜻이다. 기술기업에서 보상은 단순한 임금 문제가 아니다. 보상은 기업이 어떤 인재를 존중하는지, 어떤 성과를 미래가치로 보는지, 어떤 조직문화를 만들고자 하는지를 보여 주는 전략적 신호이다.

노사 갈등의 이면에는 삼성전자가 맞이한 전례 없는 글로벌 위상과 책임이 자리 잡고 있다. 2026년 1분기 기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초고수익 전략 플랫폼 기업들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제 반도체 기업은 단순 제조기업이 아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계산 능력, 데이터 처리, 클라우드 인프라, 디바이스 생태계, 국가 안보와 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 플랫폼 기업이 되었다.

2026년 1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매출 81.7조 원, 영업이익 53.7조 원을 기록하며 약 65.7%의 영업이익률을 보였다. 이는 메모리 및 제조 기반 반도체 플랫폼 최강자로서의 위상을 보여 준다. 엔비디아는 매출 816억 달러, 영업이익 535억 달러, 약 65.6%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인공지능 계산 플랫폼과 글로벌 설계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다. 티에스엠시는 매출 1조 1341억 대만달러, 영업이익률 58.1%를 기록하며 세계 첨단 파운드리 생산 플랫폼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이 수치는 글로벌 인공지능 질서가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권력은 데이터를 가진 기업,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기업, 그리고 그것을 계산하고 제조할 수 있는 반도체 플랫폼 기업에게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 엔비디아, 티에스엠시는 각각 메모리·제조 플랫폼, 인공지능 계산·설계 플랫폼, 첨단 파운드리 생산 플랫폼이라는 서로 다른 축에서 글로벌 인공지능 산업질서를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제 엔비디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다. 이 거대한 기업가치는 주주와 경영진만의 결과가 아니다. 연구개발 인력, 엔지니어, 현장 근로자, 협력업체, 장비기업, 소재기업, 대학, 정부, 그리고 국가 산업생태계가 함께 만든 성과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노사관계는 단순한 임금협상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이것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상생경영의 관점에서 한국 하이테크 기업의 미래 제도를 설계하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초고수익 플랫폼 기업이 된 삼성전자는 단순히 높은 이익을 내는 회사를 넘어, 그 성과를 어떻게 배분하고, 어떻게 재투자하며, 어떻게 사회적 신뢰로 전환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책임을 갖게 되었다. 글로벌 인공지능 질서 속에서 기업의 경쟁력은 기술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내부 구성원의 몰입, 협력업체와의 상생, 대학과의 인재양성, 사회와의 신뢰관계가 함께 작동할 때 지속가능한 경쟁우위가 만들어진다. 이것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반도체와 인공지능 시대에 다시 중요해지는 이유이다.

결국 이번 협상의 뼈아픈 교훈은 분명하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과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 되었지만, 그에 걸맞은 미래형 보상질서와 노사관계 모델을 회사가 먼저 제시했어야 했다. 세계 1등 기술기업은 보상 규모만 세계 1등이어서는 안 된다. 보상철학, 인재존중, 노사신뢰,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도 세계 1등이어야 한다.

이제 삼성전자의 노사관계는 과거의 임금협상 모델을 넘어야 한다. 노사는 성과를 나누는 협상 상대를 넘어, 기업가치를 함께 만들고 미래 기술역량을 함께 축적하는 공동 가치창출의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회사는 인재의 마음을 먼저 읽고, 구성원은 세계 최고 기술기업의 일원으로서 더 큰 책임과 사명을 품어야 한다. 그것이 이번 삼성전자 노사협상이 남긴 가장 뼈아픈 교훈이다.

결론: 이건희 회장의 질문

기술자는 신르네상스 문명을 여는 애국자이자 국가경쟁력이다. 이건희 회장이 반도체를 일으킬 때 삼성 임원들에게 즐겨 던졌던 질문이 있다.

“돈을 버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돈을 제대로 쓰는 일이다.”

이 질문은 오늘 삼성전자 노사협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초고수익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성과를 어디에, 누구에게, 어떤 원칙으로, 어떤 미래를 위해 쓸 것인가이다. 돈을 제대로 쓰는 일은 단순한 비용 집행이 아니다. 그것은 미래 경쟁력을 설계하는 일이고, 다음 세대의 산업주권을 준비하는 일이다.

반도체 산업은 오랜 기간 고성장을 이어 왔고,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그 성장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동시에 새로운 기업이나 국가가 이 산업에 진입하기는 매우 어렵다. 지난 50여 년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분야별 승자기업들은 이미 가려졌고, 한국은 그 승자기업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한국 경제와 안보에 매우 특별한 전략적 자산이다.

반도체 산업은 문명의 역사가 한국에게 준 다시 받기 힘든 선물이다. 1970~80년대 한국의 공업화와 함께 성장했기에 당시 신흥공업국이었던 한국과 대만이 그 산업의 주역이 될 수 있었다. 우수한 엔지니어 자원을 집중 투입할 수 있었고, 기술로 가난을 극복해야 했던 절박함이 성공의 에너지가 되었다. 이병철 회장의 1983년 초고집적 메모리 사업 도전은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한국은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참여했기 때문에 추격이 가능했고, 추격을 넘어 세계적 선도기업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앞으로 글로벌 메이저 산업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기회는 한국에게 자주 오지 않을 것이다. 이미 한국이 교두보를 마련한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반도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여 간다면 한국의 경제적 존재감과 안보적 위상은 계속 상승할 것이다. 그만큼 반도체는 전략적 가치가 큰 산업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엔지니어가 노조에 의지하지 않아도 정당하게 보상받는 문화이다. 하이테크 기업에서는 뛰어난 개인의 기여가 혁신의 엔진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노조의 연대투쟁이 이러한 혁신의 엔진을 약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노조를 부정하자는 뜻이 아니다. 기술기업에서는 개인의 능력, 기술성과, 문제해결력, 혁신기여가 더 정교하게 평가되고 보상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경영진의 기술 리더십이다. 뛰어난 기술적 통찰을 바탕으로 구성원의 기술역량을 정확히 평가하고, 적절한 임무를 부여하며, 기여에 맞는 보상체계를 설계해야 기술조직이 살아난다. 기술조직은 기술을 아는 리더가 이끌 때 살아난다. 스포츠팀에 비유하면 기술경영자는 감독과 코치의 역할을 한다. 명감독이 있어야 좋은 선수가 살아나듯, 기술기업에는 기술을 이해하고 인재를 알아보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노사문제의 궁극적 해법은 ‘사람 중심의 진화’에 있다. 기술기업의 노사관계는 생산직 중심의 과거 대립 모델을 넘어야 한다. 이제는 엔지니어의 자부심, 기술역량, 개인별 성과 기여를 공정하게 평가하는 상생의 기술공동체로 진화해야 한다. 노사는 임금만을 나누는 관계가 아니라, 기업가치를 함께 만들고 미래 기술역량을 함께 축적하는 공동 가치창출의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세계 1등을 만든 삼성이 이제 해야 할 일은 단순히 성과를 배분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다음 세대가 다시 세계 1등을 지킬 수 있도록 사람과 생태계에 투자해야 한다. 성과급은 오늘의 성취에 대한 보상이다. 그러나 인재양성, 기술축적, 협력생태계 강화, 사회적 신뢰 구축은 내일의 초격차를 만드는 투자다. 이것이 바로 돈을 제대로 쓰는 일이다.

젊은 엔지니어가 자부심을 갖고 클린룸으로 향할 때, 대한민국의 산업 안보와 경제주권은 굳건히 지켜질 것이다. 기술자가 존중받고, 인재가 성장하며, 기업의 성과가 사회와 국가의 미래역량으로 확장될 때, 삼성의 노사협상은 단순한 고액 연봉 논란을 넘어 한국형 기술보국 모델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연봉 7억 원 시대는 부러움의 뉴스가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기술인재 중심 국가로 갈 것인가, 아니면 다시 인재 쏠림과 단기 성과의 덫에 머물 것인가를 묻는 시대적 질문이다. 답은 분명하다. 반도체의 미래는 사람에게 있고, 기술자의 자부심이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이다.

삼성전자 노사협상이 사회에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기업은 단순한 돈벌이 조직이 아니라 국가역량을 키우는 플랫폼이어야 한다. 기술자는 단순한 고소득 근로자가 아니라 미래 산업문명을 만드는 애국자여야 한다. 경영진은 단순한 보상 지급자가 아니라 인재의 마음을 먼저 읽고 미래 제도를 설계하는 기술 리더여야 한다. 노사는 단순한 협상 상대가 아니라 다음 세대의 국가경쟁력을 함께 설계하는 파트너여야 한다.

이건희 회장의 질문은 다시 삼성과 한국 사회 앞에 서 있다. 돈을 벌 것인가를 넘어, 번 돈을 어떻게 제대로 쓸 것인가. 그 답은 사람에게 있다. 기술자에게 있다. 다음 세대의 반도체 문명을 열어 갈 인재와 생태계에 있다.

김기찬 교수는 세계중소기업학회 의장, 프레지던트대학 국제총장을 맡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경영학자다. 기업가정신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통합한 사람중심 경영 철학의 선구자이자, K-Entrepreneurship의 세계화를 이끄는 학계·실무계의 권위자다.

서울대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도쿄대 경제학부 객원연구원, MIT 국제자동차프로그램(IMVP) 연구위원, 조지워싱턴대학 초빙교수 등을 역임했다.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혁신경제분과 위원장,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이사, 신남방정책 민간자문위원을 역임하며 정부 자문 역할도 수행했다.

또한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포스코에너지 등 대기업의 자문교수 및 현대모비스·홈앤쇼핑·킨텍스 사외이사 등 산업계와 학계를 연결하는 산학연 허브형 리더로 평가받는다. 윤경ESG포럼 공동대표, 한국인도네시아경영학회 회장으로서 아세안과의 경영교육 및 교류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사람중심 기업가정신'(2018), '이토록 신나는 혁신이라니'(2019), '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2015) 등이 있다. 다수의 국내외 수상 경력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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