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55.67%를 차지했다. 올해 첫 거래일 35.22%였던 비중이 반년 만에 20%포인트(p) 넘게 뛰었다. 이 기간 두 종목 합산 시가총액은 1253조원에서 4147조원으로 불어났다. 코스피에서 두 종목이 차지하는 무게가 절반을 훌쩍 넘어선 셈이다.
코스피 전체 상승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압도적이다. 올해 코스피 시가총액은 3890조원 넘게 늘었는데,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증가분만 약 2894조원이다. 전체 증가분의 74.37%를 반도체 투톱이 만들어냈다. 코스피 9000선이 단순한 지수 이벤트가 아니라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결과로 해석되는 이유다.
주가 상승률도 시장을 압도했다. 삼성전자는 연초 12만8500원에서 이날 35만3500원으로 175.10% 올랐다. SK하이닉스는 67만7000원에서 291만9000원으로 331.17% 급등했다. 코스피가 두 배 넘게 오르는 동안 SK하이닉스 주가는 네 배 넘게 뛰었다. 지수 전체의 상승보다 반도체 투톱의 시총 팽창 속도가 훨씬 빨랐던 셈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 회사의 존재감은 달라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시가총액 1조달러 클럽에 가입했고, SK하이닉스도 아시아 세 번째 1조달러 기업으로 올라섰다. 글로벌 주요 기업 시가총액 순위에서도 삼성전자는 12위, SK하이닉스는 14위까지 상승했다. 한국 대표 반도체 기업들이 글로벌 빅테크와 직접 비교되는 구간에 들어선 것이다.
한국 증시의 체급도 함께 커졌다. 블룸버그 기준 6월1일 한국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5조420억달러로 인도 증시 4조8430억달러를 넘어섰다. 한국보다 큰 시장은 미국, 중국본토, 일본, 홍콩, 대만뿐이다. 국내에서도 코스피 시가총액은 이날 7449조원대로 불어나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인도보다 작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는 더 크다. IMF 기준 한국 GDP는 1조9300억달러로 인도 4조1500억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자본시장에서는 한국이 인도를 앞섰다. 실물경제 체급보다 증시 재평가 속도가 더 빨랐던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재평가의 핵심을 AI 반도체 사이클에서 찾는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HBM과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도 연산 수요가 메모리 공급 증가 속도를 웃돌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가격 결정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한국 증시의 외연도 넓히고 있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어나면 메모리 뿐 아니라 패키징 기판,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전력기기, 장비 등 주변 밸류체인 수요도 함께 커진다. 최근 장세에서도 반도체 대형주뿐 아니라 전력기기주와 일부 지주·금융주가 동반 강세를 보였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2027년 메모리 수급은 2026년보다 한층 빠듯해지고 가격의 추가 상승 여력도 충분할 것”이라며 “패키징 기판과 MLCC 등 AI 인프라 핵심 부품은 생산능력 증설에 시간이 걸리는 반면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어 장기 실적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반도체 업황에 대한 눈높이를 높이고 있다. iM증권은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각각 48만원, 35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적어도 2027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최근 급등에 따른 단기 조정 가능성은 있지만 업황과 실적 호조, 글로벌 유동성 개선 등을 감안하면 상승 추세는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