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넘어 성장·분배 경제철학 충돌…하반기 정국 뇌관 부상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보유세·양도세 조정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여야 간 세금 전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대통령실은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나는 자금이 부동산으로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한 정책적 검토라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선거 끝나자마자 드러낸 ‘증세 본색’"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창출되는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보유세와 양도세의 합리적 조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정책실장은 반도체 산업 성장으로 늘어나는 유동성이 생산적 투자 대신 수도권 부동산 시장으로 집중될 경우 자산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대통령실도 부동산 불로소득을 억제하고 첨단산업 투자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고민 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사실상 증세 신호탄으로 규정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결국 선거 끝났으니 또 세금을 올리겠다는 증세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며 "교묘한 말장난으로 포장했을 뿐 본질은 국민의 지갑을 겨눈 증세 예고편"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김 실장이 하반기 자금 흐름을 언급한 데 대해 "시장과 국민에게는 하반기 투자 전망 가이드로 읽혔다"며 "정책 설계자가 아니라 부동산 일타강사라 불러야 할 지경"이라고 직격했다.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도 "보유세 강화, 양도세 강화, 그리고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논란을 불러왔던 국민배당금 구상을 현실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지금 이 상황에서 보유세와 양도세까지 밀어붙인다면 매물 잠김은 더욱 심화되고 거래는 얼어붙으며 가격 왜곡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여권 내부에서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억제하고 산업 투자로 자금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반도체 등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생산적 투자와 자산시장 간 자금 흐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논란이 단순한 부동산 세제 논쟁을 넘어 성장과 분배를 둘러싼 경제철학 충돌로 확산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 실장이 과거 제안했던 국민배당금 구상까지 다시 소환되면서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둘러싼 공방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를 "재분배 중심 경제관"이라고 비판하는 반면 여권은 자산 불평등 완화와 경제 선순환을 위한 정책이라고 맞서고 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밤 YTN 라디오 '김준우의 뉴스정면승부' 인터뷰에서 재정경제부가 발표하는 세제개편안에 대해 "부동산 보유세 개편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관측한다"며 "이재명 대통령께서 주택 공급, 수요 관리, 세제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세제의 큰 원칙은 보유세는 올리고 거래세는 낮춰야 한다는 것"이라며 "진보·보수 할 것 없이 부동산 세제의 일반 원칙으로 합의되고 있으며 그런 원칙에 따라 조세 형평성과 세제 합리성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시장 안정이냐 세금 폭탄이냐를 둘러싼 프레임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동산과 민생 이슈가 다시 핵심 전선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