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시장은 목마르다

입력 2026-06-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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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규제로 시장 진입 사실상 차단
투자한도 등 제도적 준비 아직 미흡
행정지도 따른 재산권 제한 우려 커

2017 년 하반기에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급격히 과열되는 양상을 보였다. 정부는 그해 12월 13일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 12월 28일 ‘가상자산 투기 근절 특별대책’을 거쳐 2018년 1월 30일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통해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제한하는 방침을 세웠다.

이후 이런 방침에 따라 금융기관의 가상자산 보유·매입·담보취득·지분투자가 금지되었다. 은행들은 가상자산 거래를 위한 법인 명의 실명계좌 발급을 제한하여 법인의 가상자산 매매, 현금화를 차단하였다. 이 같은 기조는 가이드라인의 효력이 종료된 2021년 12월 이후에도 유지되어 현재까지 국내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은 실무적으로 사실상 차단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동안 해외에서는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하나의 투자 방식으로 확산되어 왔다. 미국에서는 스트래티지(Strategy·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전환사채 및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2026년 6월 기준 비트코인 약 80만 개를 상회하는 규모를 축적하여 세계 최대의 비트코인 보유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블랙록(BlackRock)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프(ETF)인 iShares Bitcoin Trust(IBIT)는 2026년 2월 기준 운용자산 약 5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하였다.

일본에서는 메타플래닛(MetaPlanet)이 비트코인 4만 개 이상을 보유하며 상장사 기준 아시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스위스와 독일에서 기관투자자 대상 가상자산 ETP 시장이 확대되고 있어, 가상자산을 새로운 투자자산군의 하나로 인식하는 세계적 흐름이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한편, 이러한 세계적 흐름 속에서 우리 금융위원회는 2025년 2월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로드맵’을 발표하였다. 금융위원회의 로드맵에 의하면 1단계로 비영리법인과 가상자산거래소에 매도 전용 실명계좌를 허용하고, 2단계에서 기관투자자 등에게 투자·재무 목적의 매매 실명계좌를 발급하며, 3단계에서 일반 법인으로 전면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1단계까지는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검찰, 국세청, 관세청 등 법집행기관은 범죄수익으로 몰수 또는 압류한 가상자산의 처분을 위해 실명계좌를 발급받았다. 2025년 6월에는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인 월드비전이 업비트 원화마켓을 통해 기부금으로 받은 0.55이더리움을 매도한 사례도 존재한다. 그러나 당초 2025년 하반기를 목표로 하였던 2단계는 현재까지 시행되지 않고 있다.

2단계 지연의 배경에는 몇 가지 제도적 과제가 존재한다. 우선 회계처리 기준과 관련하여, 금융당국의 ‘가상자산 회계처리 감독지침’이 마련되어 있으나 기업의 실무 처리 측면에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다.

자금세탁방지 체계 및 공시와 관련해서도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및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통해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규율은 일정 수준 정비되었으나, 일반 법인에 대한 세부 지침이 구체적인 형태로 정착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투자 한도와 관련해서는, 2026년 1월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한도를 자기자본의 5% 이내로 제한하고 자기자본의 3% 이상 투자 시 공시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으나,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확정된 바 없다고 설명하였다. 즉,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위한 제도적 설계가 아직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과제들이 제도 도입 이전 충분한 논의를 통해 정립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다만 이를 이유로 법인의 시장 진입 제한이 장기화되고 있으며 법적 공백이 사실상 고착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나아가 현행 가이드라인은 행정지도 형태로 운영되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기업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규제가 법률이 아닌 행정지도에 의해 이루어지는 구조에 대해서는 우려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는 단순한 투자 대상의 확장을 넘어 국내 가상자산 제도의 안정성과 성숙도를 가늠하는 지표이다. 제도가 시장의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법적 불확실성은 오히려 확대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비용은 결국 시장 참여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오지 않는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제도화를 기다리며, 시장은 오늘도 변화의 신호를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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