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10년 이상⋯사업비만 10조
업계, 원전 포트폴리오 재편 속도
해외사업 수주 신뢰 향상 시너지

해외 원전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온 건설사들의 시선이 다시 국내로 향하고 있다.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유지한 데 이어 후보 부지가 선정되면서 우리나라 일감까지 더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국내 원전 사업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건설사들은 해외와 국내를 아우르는 원전 포트폴리오 구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 신규원전 부지선정평가위원회는 전날 총 2.8GW 규모의 대형 원전 2기 건설 후보 부지로 경북 영덕군을 최종 선정했다. 국내 첫 0.7GW급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후보 부지로는 부산 기장군이 낙점됐다.
영덕 원전은 영덕읍 석리·노물리·매정리와 축산면 경정리 일원에 들어설 예정이다. 한수원은 영덕 원전 2기를 각각 2037년과 2038년, 기장 i-SMR은 2035년에 준공한다는 목표다. 2031년 착공 일정을 고려하면 시공사 선정은 2030년 전후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원전 건설은 단순한 발전소 건립을 넘어 대표적인 국가 인프라 사업으로 꼽힌다. 계획 수립부터 인허가, 착공, 준공까지 통상 10년 이상이 걸리고 사업비도 10조원을 웃도는 초대형 투자 프로젝트다. 생산과 고용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크다.
건설사들은 그동안 신규 원전 발주가 이어지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사업 기회를 넓혀왔다. 국내에서는 정권 변화에 따라 원전 정책이 흔들린 전례가 있어 신규 일감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덕 후보 부지 선정으로 국내 원전 사업의 예측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신규 원전 계획을 유지하고 후보 부지까지 정하면서 사업이 실제 절차로 넘어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발주 시점과 후속 사업을 중장기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향후 입찰에서는 국내외 원전 시공 경험을 갖춘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이 주요 참여 업체로 꼽힌다.
현대건설은 미국과 유럽에서 대형 원전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17일 네덜란드에서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와 현지 공급업체를 발굴하기 위한 서플라이어 심포지엄도 열었다. 네덜란드 신규 원전 2기 사업 참여를 위한 공급망 구축 작업이다.
불가리아에서는 웨스팅하우스와 코즐로두이 원전 7·8호기 설계를 수행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텍사스주 복합 에너지·AI 캠퍼스 ‘프로젝트 마타도르’에 들어설 대형 원전 4기의 기본설계를 맡아 후속 설계·조달·시공(EPC)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신한울 3·4호기 주설비공사의 주간사를 맡고 있다.
삼성물산은 글로벌 SMR 시장에서 설계·시공 역량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뉴스케일과 플루어, 사전트앤룬디 등과 루마니아 SMR 사업 기본설계를 공동 수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일본 IHI와 실제 크기의 강판콘크리트 벽체 모듈 제작·실증을 마쳤다.
같은 해 미국기계학회로부터 원자력 배관시스템 설계 분야인 ‘ASME-N’ 인증도 취득했다. 설계 인증까지 더하면서 원전 설계부터 제작·설치까지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대우건설은 체코 원전에 이어 베트남과 미국 등 신규 원전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 베트남을 방문한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은 현지 국책 원전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조직과 인력도 보강했다. 대우건설은 4월 해외사업단과 원자력사업단을 통합·확대한 글로벌인프라본부를 신설했다.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에서도 플랜트·원자력 직군을 포함해 전체 70명 이상의 인력을 선발했다.
건설업계에서는 국내 신규 원전이 해외사업 확대에도 힘을 보탤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 대형 원전 설계·시공 경험을 이어가야 전문인력과 협력업체 공급망을 유지할 수 있고 이를 해외 입찰에서 요구하는 수행 실적과 기술 신뢰도로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원전 일감이 이어지면 전문인력과 협력업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해외 원전 수주 경쟁에서도 국내 수행 경험과 공급망을 계속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