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군 합동성 강화를 명분으로 육·해·공군사관학교 통합을 추진 중인 가운데 성과에 대한 뚜렷한 평가도 없이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안규백 국방장관은 육·해·공군사관학교를 직접 방문해 국군사관학교 창설 관련 의견을 청취했다. 앞서 안 장관은 4월 기자간담회에서 육·해·공군 사관학교 생도들을 통합 선발해 1·2학년엔 공통 교육을 받도록 하고, 3·4학년에는 군을 선택해 군별 특화 전공교육을 받도록 하는 구상을 발표했다. 미래전(戰) 수행에 필요한 합동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현장에서는 각 군의 전문성 유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첨단과학기술 활용을 요구하는 전장에서 즉각 임무수행을 하기 위해서라도 전문성 강화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실제 사관학교 학생들도 정체성과 전문성을 강조한다. 15일 공군사관학교 교직원과 생도들은 안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안정적 조종사 양성을 위해선 비행훈련에 필요한 역량을 함양하기 위한 교육체계가 필요하다”면서 “공군의 정체성과 전문성이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에 안 장관은 “향후 국군사관학교 체제에서도 우수한 조종사를 안정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통합 교육체제에서 각 군의 전문성 유지가 가능할지, 어떻게 강화할지에 대한 검토 없이 학교 통합부터 추진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각 군 특성을 고려해야 된다”면서도 “‘명품사관학교’ 창설 방안을 현재 마련 중이고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설명이 제한된다”고 밝혔다.
앞서 해군사관학교 교직원과 생도들도 10일 해사를 찾은 안 장관에게 "사관학교 통합 과정에서 해양 전문성과 해군의 고유 정체성이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장관은 "핵추진잠수함 사업을 비롯해 첨단 해군력 건설의 새 역사를 함께할 인재를 길러내는 해사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한 만큼, 교육 여건 조성과 역량 강화를 위해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해사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면서 통합을 추진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가 사관학교 통합 목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합동성 강화도 명분이 약하다는 평가다. 한 국방부 전직 고위관계자는 “사관학교 교육은 자군 특수성을 이해하고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고 진정한 군 합동성은 영관장교 이후 본격적으로 요구되는 것”이라며 “합동성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학사장교, ROTC(학군장교), 육군3사관학교를 제외한 신임장교 가운데 14%에 불과한 사관학교만 통합하는 이유는 뭔가”라고 지적했다.
육사 총동창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2028년을 목표로 사관학교 통폐합을 급박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급변하는 안보 환경 속에서 사관학교 통합을 넘어 전체 장교양성체계의 혁신으로 우리 군의 실질적인 전투력 강화를 위한 합리적 개혁 추진을 해야 하고, 충분한 사전 검증을 위한 공론화와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