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이 미국과 잠정 합의한 종전 양해각서(MOU)와 관련해 최고지도자의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란 측이 최고지도자의 합의안 승인 사실을 직접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전국에 생중계된 TV 연설에서 미국과의 합의가 최종 단계에 들어갔다며 최고지도자와 국가안보회의를 포함한 이란 최고지도부의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번 MOU가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의 분쟁을 종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란과 미국이 47년 만에 처음으로 서로의 주권과 통치권을 존중한다는 내용을 서면으로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은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자”라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전쟁 및 종전 합의 과정에서 이란이 실익을 확보했고, 종전보다 강한 국가로 부상했다는 취지다.
아라그치 장관은 전쟁 종식 합의의 하나로 이스라엘이 레바논 영토에서 철수하고 레바논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당사자가 약속을 이행한다면 지속적인 평화를 위한 협상이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전 MOU 서명은 직접 대면 방식이 아닌 원격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아라그치 장관은 “그동안 합의가 이보다 더 가까웠던 적은 없었다”며 “다가오는 며칠 내로 일어날 수 있다. 나는 매우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두고는 미국과 온도차를 드러냈다. 아라그치 장관은 미국과의 잠정 합의안에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다방면에 걸친 분쟁 종식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호르무즈 해협의 관리 문제는 전쟁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해협의 주권은 이란과 오만에 속해 있으며, 이란이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의 안전한 통항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해협 통과에 대해 ‘서비스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아라그치 장관은 “우리의 칼은 언제나 호르무즈 해협 위에 매달려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유지하면서 유사시 이를 대미 압박 카드로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사이에 둔 인접국 오만 정부와 해협 통제에 관한 공동성명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아라그치 장관은 전했다.
앞서 이란은 개전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고 이곳을 지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미국은 이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혀왔다.
아라그치 장관은 “미국의 해상 봉쇄는 완전히 해제돼야 한다”며 “이것이 합의문에 명시된 첫 번째 사안”이라고 말했다.
핵 협상은 종전 MOU 체결 이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란 국영TV 대담 프로그램에서 “미국과의 핵 협상은 향후 다음 단계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제안된 잠정 합의안이 이행되지 않는 한 핵 협상은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란이 보유한 농축우라늄 처리 방식과 관련해서도 국외 반출은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농축우라늄을 처리할 유일한 방법은 이란 내에서 희석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스라엘이 미국과 이란의 합의를 무산시키려 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그는 “이번 합의안에는 적들이 존재하며, 그 선두에 있는 시온주의자 정권이 합의를 무력화할 구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