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퇴냐 진전이냐’ 지속가능성 공시 공개 앞두고 고민 깊어지는 금융위

입력 2026-06-1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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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이달 지속가능성 공시 로드맵 최종안 발표 목표
SEC 기후공시 폐지 제안에도…회계기준 달라 국내 영향 제한적
공시 대상·법정공시 전환 쟁점…기업 부담·투자자 보호 저울질

금융위원회가 지속가능성 공시 로드맵 최종안 공개를 앞두고 막판 조율에 들어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공시 규정 폐지 제안 이후 기업 부담을 고려한 속도 조절 요구가 커지고 있으나 투자자 보호와 글로벌 정합성을 감안하면 초안의 큰 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12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달 중 지속가능성 공시 로드맵 최종안 발표를 목표로 세부 내용을 조율하고 있다.

업계에서 최근 변수로 거론되는 것은 SEC의 기후공시 규정 폐지 움직임이다. SEC는 지난달 말 2024년 도입한 기후공시 규정을 전면 폐지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해당 규정은 미국 상장기업이 등록신고서와 연례보고서에 온실가스 배출량과 기후 관련 위험 등을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SEC는 자료를 통해 기후공시 규정이 기업에 과도한 비용과 부담을 지운다며 폐지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2월 공개된 지속가능성 공시 로드맵 초안이 최종안에서 완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SEC의 기후공시 철폐가 국내 로드맵을 직접 흔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IFRS가 아니라 별도 회계기준 체계를 쓰는 국가인 만큼 SEC의 기후공시 규정 철폐가 국내 로드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미국 기후공시 규정은 이미 소송 등으로 사실상 시행 가능성이 낮았던 만큼 이번 폐지 제안만으로 국내 로드맵이 크게 달라지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국내 로드맵은 정책 방향과 이해관계자 의견 조율 결과에 더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가능성 공시 로드맵 초안도 이미 해외 주요국의 제도 변화와 기업 부담을 함께 고려한 절충안 성격이 강했다는 설명이다. 초안은 2028년부터 연결자산총액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공시 채널도 법정공시로 바로 도입하기보다 거래소 공시로 우선 시행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일정 기간 운영한 뒤 법정공시 전환을 검토하고, 제도 도입 초기에는 예측 또는 추정 정보를 활용한 공시에 면책을 부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최종안의 핵심 쟁점은 공시 대상과 법정공시 전환 시점이다. 산업계에서는 의무공시 대상이 확대되거나 법정공시 전환이 빨라질 경우 데이터 산출과 검증, 내부통제 체계 구축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제도 초기에는 기업 준비 상황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투자자 측은 초안보다 넓고 신뢰성 있는 공시 체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앞서 국민연금은 금융위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의무공시 대상을 연결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사로 확대하고, 법정공시도 조기에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낸 바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속가능성 정보는 투자자가 기업의 중장기 리스크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라며 “공시 제도는 국제적 정합성과 정보 신뢰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로서는 기업의 수용 가능성과 투자자 보호 필요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속가능성 공시 로드맵은 의견수렴 결과와 해외 규제 동향, 국내 기업 준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 중”이라며 “기업의 수용 가능성과 투자자 보호 필요성을 함께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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