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 실제로 가능할까요? [해시태그]

입력 2026-06-1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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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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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아빠가 화가 많이 났어요

네? 어쩌라는 거죠? 당황스러운 이 문장이 현 교권 실태를 관통하는 ‘밈’이 돼 버린 요즘입니다. 학교 내 들려오는 여러 사건 소식에 ‘고구마’ 같은 답답함만 쌓이던 현실을 깨버리는 ‘사이다’가 등장했는데요. 비록 ‘드라마’일 뿐이지만 그 시원함은 상당하죠.

학교폭력 가해자는 부모의 권력을 믿고 교실을 휘젓습니다. 교사는 학생을 지도했다는 이유로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 압박에 시달리고 또 다른 학생들은 자신들이 미성년자라 큰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믿으며 범죄를 반복하는데요.

그때 교육부 산하 가상 조직인 ‘교권보호국’이 움직입니다. 감독관은 학교로 들어가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학교와 보호자가 외면한 피해자의 편에 서는데요. 가해자는 자신이 저지른 행동의 대가를 빠르게 치르게 되죠. 신고와 조사, 심의와 소송을 거쳐도 좀처럼 보기 어려운 결말이 한두 회 안에 완성됩니다.

바로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이 공개 직후 화제가 된 이유죠.


(출처=넷플릭스 '참교육' 캡처)
(출처=넷플릭스 '참교육' 캡처)


5일 공개된 ‘참교육’은 공개일을 포함해 사흘만 반영된 넷플릭스 6월 1~7일 공식 집계에서 비영어권 TV쇼 1위에 올랐는데요. 조회 수는 640만회, 시청 시간은 6870만시간으로 집계됐죠. 한국 넷플릭스 TV쇼 순위에서도 정상에 올랐고 비공식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 기준으로는 7일 25개 국가·지역에서 1위를 기록했습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 조사에서도 공개 첫 주 TV·OTT 드라마 화제성 2위, 출연자 부문에서는 나화진을 연기한 김무열이 1위를 차지했는데요. 첫 주 화제성 점수는 5만4881점으로, 올해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가운데 가장 높은 출발이었습니다.

강한 액션과 빠른 전개 속 시청자들은 속이 뻥 뚫리는 ‘사이다’같은 문제 해결에 박수를 보냈는데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이다’의 뿌리는 현실의 반복된 피해와 더딘 보호에 대한 답답함에 가깝죠.

작품 속 교권보호국 감독관 나화진과 임한림(진기주 분), 사무관 봉근대(표지훈 분)는 학교폭력 조사관이면서 감사관이고 때로는 경찰과 수사관 역할까지 수행하는데요. 학교가 사건을 축소하면 직접 자료를 확인하고 가해자가 권력이나 나이를 방패로 삼으면 그 방패까지 무너뜨리죠. 현실에서는 권한이 이렇게 한곳에 모여 있지 않은데요.

학교폭력은 학교와 교육지원청의 조사·심의를 거치고 범죄가 의심되면 경찰 수사가 별도로 진행되죠. 교육활동 침해 사건은 지역교권보호위원회가 다루며, 형사처벌은 다시 수사기관과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합니다. 각 절차는 필요한 견제장치이지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책임을 맡을 기관이 계속 바뀌는 과정으로 느껴질 수 있는데요. ‘참교육’은 이 복잡한 과정을 한 사람의 얼굴로 압축합니다. 이 차이가 통쾌함을 만들죠.


(출처=넷플릭스 '참교육' 캡처)
(출처=넷플릭스 '참교육' 캡처)


첫회부터 너무나 ‘현실적’인데요. 유력 정치인의 아들이 등장하고 아버지의 영향력을 믿고 동급생을 괴롭히지만, 학교는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못하죠. 사건이 알려져도 가해자의 배경이 학교의 판단을 흔듭니다.

설정은 극단적이지만, 유력자나 유명인 자녀가 연루된 학교폭력 사건에서 학교의 부실 대응이 논란이 된 전례는 있는데요. 2017년 서울의 한 초등학교 학교폭력 사건에서는 유명인 자녀들이 연루된 사실뿐 아니라 학교가 사건을 처리한 과정이 더 큰 문제가 됐습니다.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는 학교의 보고 지연과 조사 과정의 부적절성 등이 지적됐고 교장과 교감 등에 대한 징계 요구가 뒤따랐죠.

학생의 교사 폭행과 악성 민원도 실제 교육 현장의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2023년 서울과 부산의 초등학교에서는 학생이 담임교사를 폭행해 교사가 전치 3주의 상처나 골절상을 입는 일이 발생했는데요. 반복적이고 부당한 민원, 교육활동 간섭, 교원의 영상·음성을 무단 촬영·유포하는 행위 역시 교육활동 침해로 규정돼 있죠. 다만 교사가 민원을 먼저 견딘 뒤에야 보호 절차가 시작된다면 제도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출처=넷플릭스 '참교육' 캡처)
(출처=넷플릭스 '참교육' 캡처)


악성 민원을 다룬 에피소드는 ‘참교육’ 가운데 현실과 가장 가깝다는 반응을 얻었는데요. 학부모의 반복적인 전화와 메시지에 시달리거나 생활지도를 하면 자녀의 자존감을 훼손했다는 항의를 받는 내용이죠. 아동학대 신고 가능성은 대화를 위한 절차가 아니라 교사를 압박하는 수단처럼 사용했는데요. 이미 반복적·부당한 민원이나 교육활동 간섭, 교원의 영상·음성을 무단 촬영·유포하는 행위는 이미 교육활동 침해로 규정돼 있습니다. 다만 교사가 먼저 민원을 견딘 뒤에야 보호 절차가 시작된다면 현장의 체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죠.

드라마에서는 나화진이 임시 담임으로 들어가 교사 대신 학부모를 상대하는데요. 학부모가 교사에게 반복했던 요구를 비슷한 방식으로 돌려주며 자신의 행동을 체감하게 합니다. 현실에서 이런 ‘거울 치료’는 가능하지 않은데요. 대신 민원을 교사 개인에게 연결하지 않고 학교와 교육청이 기관 차원에서 처리하는 체계, 교사에게 법률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은 가능하죠. 실제 지역교권보호위원회는 교육활동 침해학생과 보호자에 대한 조치, 교원의 교육활동과 관련된 분쟁 조정 등을 심의하도록 돼 있습니다.


(출처=넷플릭스 '참교육' 캡처)
(출처=넷플릭스 '참교육' 캡처)


자신들이 미성년자라 처벌받지 않는다고 믿는 청소년들의 범죄도 작품의 주요 소재인데요. 이들은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도를 넘어, 나이를 범죄의 안전장치처럼 이용합니다.

사실 현실에서 촉법소년이 아무런 조치도 받지 않는 것은 아닌데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닐 뿐 소년부로 송치돼 보호관찰과 수강명령, 시설 위탁, 소년원 송치 등의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죠. 그런데도 ‘촉법소년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반복되는 것은 피해자에게 처리 결과가 충분히 보이지 않기 때문인데요. 형사재판과 달리 소년보호 절차는 비공개성이 강하고,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보호와 교화가 중심인 제도의 취지가 피해 회복보다 앞서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죠.

드라마는 복잡한 절차를 건너뛰고 가해자가 곧바로 책임을 체감하게 만듭니다. 현실의 법 집행을 그대로 옮겼다기보다, 피해자가 느끼는 무력감을 뒤집어놓는 판타지에 가까운데요. 시청자가 바라는 것도 무조건 더 센 처벌이라기보다, 나이와 배경에 관계없이 책임을 묻고 피해자를 보호하며 재발까지 막는 분명한 대응일 겁니다.

작품 후반부에서는 학교 문제가 사이버도박과 불법 약물로 확장했죠. 지난해 11월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이 도박 이용자뿐 아니라 회원 모집과 계좌 제공, 운영 보조에 가담한 사례가 적발됐고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ADHD 치료제를 이른바 ‘공부 잘하는 약’으로 판매한 온라인 게시물을 다수 적발했는데요. 드라마처럼 조직을 단숨에 무너뜨리는 해결은 판타지지만, 학생 뒤에 이를 이용하는 어른과 불법 유통망이 있다는 설정은 현실과 맞닿아 있죠.


(출처=넷플릭스 '참교육' 캡처)
(출처=넷플릭스 '참교육' 캡처)


그렇다면 작품 속 교권보호국이 실제로 가능할까요? 쉽지 않다를 넘어 현실적이지 않다에 가까운데요.

현재 지역교권보호위원회는 교육활동 침해학생에 대한 조치와 보호자에 대한 조치, 분쟁 조정 등을 담당합니다. 교육활동 침해로 병가나 휴직을 사용한 교원이 복귀할 때 상담·심리치료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도 마련돼 있죠.

학교가 사건을 은폐하거나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시정명령과 징계 요구를 할 수 있는 특별감찰 조직도 법률로 설계할 수 있다. 경찰과 합동조사팀을 꾸리는 방식 역시 가능한데요. 그러나 교권보호국 직원에게 학생과 학부모를 강제로 연행하고 휴대전화와 가방을 압수하며, 주거지를 수색할 권한까지 줄 수는 없죠. 이는 행정조사가 아니라 형사수사에 해당하기 때문인데요. 강제처분에는 영장과 사법적 통제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학생을 때려 자백을 받거나 처벌을 즉석에서 집행하는 권한은 허용이 불가능한데요. 공무원에게 체벌권을 부여한다고 해서 폭행이 교육으로 바뀌지는 않죠. 교육 목적을 내세워도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주는 체벌은 현행 법체계에서 금지됩니다. 현실적인 교권보호국은 ‘교육 특수부대’가 아니라 교육 분야의 특별감찰·피해지원기관에 가깝죠.

다만 현실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닌데요. 2023년 교권보호 법률 개정 이후 교육활동 침해 사건을 학교 단위가 아닌 교육지원청의 지역교권보호위원회가 심의하는 구조가 마련됐습니다. 정당한 학생생활지도를 아동학대와 동일하게 보지 않도록 법적 보호를 강화하고, 교원 대상 법률·심리 지원을 확대하는 조치도 이어졌죠. 학교폭력 조사 과정에서 교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전담조사관 제도도 도입됐습니다.


(출처=넷플릭스 '참교육' 캡처)
(출처=넷플릭스 '참교육' 캡처)


그런데도 ‘참교육’이 흥행했다는 것은 제도 신설과 현장의 체감 사이에 거리가 남아 있다는 걸 꼬집는데요. 신고와 분리, 민원 대응 제도가 마련돼 있어도 실제 현장에서는 보호가 곧바로 시작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학교가 초기에 사건을 축소하면 피해자는 같은 설명을 반복해야 하고, 민원 창구가 있어도 교사가 직접 전화를 받는 순간 보호장치는 사후 대응에 머물게 됩니다. 가해 학생과의 분리 역시 결정까지 시간이 걸리면 피해자는 그동안 같은 공간을 견뎌야 하는데요.

‘참교육’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장면은 감독관의 주먹보다,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하자 누군가 곧바로 찾아와 그의 말을 믿고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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