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지 부족’ 사태 일주일…재선거 요구 넘어 선관위 개혁론 확산

입력 2026-06-1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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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공원 집회 엿새째…진상규명위·합수본 본격 가동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설치된 개표소 앞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설치된 개표소 앞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6·3 지방선거에서 벌어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일주일째 정치권과 사회 전반을 흔들고 있다. 일부 투표소의 관리 부실로 여겨졌던 문제가 전국 곳곳에서 확인되면서 시민들의 분노는 재선거 요구를 넘어 선거제도 개편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혁 요구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사태 발생 이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에서는 재선거와 선관위 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집회가 엿새째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지는 가운데, 선관위는 외부 전문가 중심의 진상규명위원회를 가동하며 진상 규명 작업에 나섰다.

올림픽공원으로 번진 분노…2030이 주도한 ‘참정권 시위’

▲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한 참가자가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한 참가자가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서울시 실시간 도시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올림픽공원 내 실시간 인구는 1만~1만2000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 주말 경찰 비공식 추산 3만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였던 이곳에는 평일인 이날에도 집회가 이어졌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논란이 된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의 투표함이 이송돼 개표가 진행된 곳이다. 이후 재선거와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이곳에 모이기 시작하면서 이번 사태의 상징적인 장소가 됐다.

이번 집회의 가장 큰 특징은 20·30대 청년층 참여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기존 정치 집회처럼 특정 정당이나 시민단체가 주도하기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모인 시민들이 집회의 중심이다.

현장에서는 “참정권을 보장하라”, “선관위가 책임져야 한다”, “재선거를 실시하라” 등의 구호가 이어지고 있다. 참가자들은 이번 사태를 정치 진영 간 갈등이 아닌 유권자의 권리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며 참정권 침해와 선거 공정성 회복을 요구한다.

당초 잠실7동 제2투표소를 중심으로 알려졌던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이후 전국적인 문제로 확대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방선거 당일 투표용지 부족이 발생한 투표소는 현재까지 전국 91곳으로 집계됐다.

사태 규모가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요구는 단순한 재선거를 넘어 선관위 개혁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수개표 확대와 개표 과정 공개, 투명 투표함 도입, 현장 개표 도입 등 선거 절차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아울러 선관위에 대한 외부 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책임성을 높이는 방향의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진상규명위 가동·합수본 출범…정치권은 국정조사 공방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 모습. (뉴시스)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 모습. (뉴시스)

사태 발생 일주일이 지나면서 진상 규명 절차도 본격화되고 있다. 선관위는 외부 전문가 중심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규명위원회'를 출범했다. 위원회는 조현욱 위원장(전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을 포함해 시민단체와 법조계, 언론계, 학계 등에서 추천받은 외부 인사 6명으로 구성됐다. 위원회는 이날 첫 회의를 열고 열흘간 투표용지 인쇄·배정 과정과 투표소 운영, 초동 대응, 보고 체계 전반을 조사할 계획이다.

서울동부지법 민사51단독 김지연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잠실7동 제2투표소였던 송파구 우성아파트 노인정을 찾아 증거보전 절차를 진행한다. 전날 김 부장판사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김정철 개혁신당 최고위원이 제기한 투표용지 보관 상자 등에 대한 증거보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보전 대상은 투표용지 보관 상자와 3일 오전 8시부터 5일 오후 9시까지 송파구 10개 투표소 및 투표함 보관 장면을 촬영한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이다. 법원은 현장 증거물을 봉인한 뒤 별도 장소로 옮겨 보관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도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검찰과 경찰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할 합동수사본부 구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수사 준비에 들어갔다. 합수본은 검찰 12명, 경찰 15명 등 총 27명 규모로 꾸려졌으며, 투표용지 부족이 발생한 경위와 선관위 대응 과정 전반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국정조사 요구도 커지고 있다. 여야는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조사 범위와 기간, 특별위원회 구성 등을 놓고는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와 함께 특별검사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특검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우선 국정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한편 전날 선관위에는 서울시장 선거의 효력을 다투는 소청이 접수됐다. 이에 따라 선관위 소청심사위원회는 서울시장 선거의 유·무효 여부를 공식적으로 판단하게 됐다. 소청심사위원회는 접수된 사건에 대해 60일 이내 결론을 내려야 하며, 소청을 인용할 경우 결정 통지일로부터 30일 이내 재선거가 실시된다. 반대로 소청이 기각 또는 각하될 경우에는 대법원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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