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도 모자라 LH 민참까지⋯대형사 공세에 설 자리 잃는 중견 건설사

입력 2026-06-2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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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 공공주택 시장 공략 본격화
"중소·중견, 성장 사다리 약화 우려"

▲민간참여 공공분양인 왕숙 아테라 투시도. (사진제공=금호건설)
▲민간참여 공공분양인 왕숙 아테라 투시도. (사진제공=금호건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중견 건설사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이 대형 건설사 중심으로 재편된 데 이어 그동안 중견사들의 주 무대였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민참사업)에도 대형사들이 잇따라 뛰어들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공공 부문마저 대형사 중심 구도로 바뀌면서 건설업계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설시장에서는 대형사 중심의 수주 쏠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올해 1~5월 도시정비사업 누적 수주액은 23조6848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소수 건설사로의 수주 집중 현상이 두드러진다. 현대건설은 올해 누적 수주액 8조1474억원을 기록하며 독주 체제를 구축했고 GS건설(7조4694억원)도 7조원을 넘어섰다. 삼성물산(3조9018억원), 대우건설(2조9153억원), 롯데건설(1조5049억원) 역시 조 단위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일부 대형사는 아직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대형사로의 수주 쏠림 심화로 중견·중소 건설사의 입지는 축소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견·중소 건설사 건설 수주액은 2021년 34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15조7000억원으로 54.1% 감소했다. 도시정비사업 시장에서도 지난해 수주 상위 1~5위 건설사의 합산 수주액은 36조8589억원으로 6~10위 건설사 합계(11조8066억원)의 3.1배였다.

이 같은 흐름 속에 민참사업은 중견 건설사들의 핵심 수주처 역할을 해왔다. 도시정비사업은 브랜드 경쟁력과 자금력이 수주 성패를 좌우하는 구조로 바뀌었고 민간 개발사업 역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중견사들이 안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업장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사진제공=더피알)
(사진제공=더피알)

하지만 최근에는 민참사업마저 대형사들이 차지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LH 택지의 민간 분양을 중단하고 직접 시행 체제로 전환하면서 민참사업 물량이 확대됐고 민간 주택사업 침체로 안정적인 수주처를 찾는 대형 건설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LH 1차 민참사업 공모에서는 인천 검단·영종지구 4개 블록(1697가구)을 DL이앤씨 컨소시엄이 확보했다. 양주 회천지구 2개 블록(1172가구)은 남광토건 컨소시엄이 수주했으며 서울 도봉구 성대야구장 부지(2100가구) 사업에는 현대건설 참여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평택 고덕 민참사업도 수주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대우건설과 DL이앤씨, GS건설이 민참사업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건설 역시 수주 확대 기조를 세웠고 아직 실적이 없는 일부 대형사들도 공공 수주 조직을 정비하며 시장 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정비사업은 물론 중견사들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민참사업까지 대형사들이 진입하면서 경쟁 구도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며 “브랜드와 자금력에서 차이가 있는 만큼 중견사들의 수주 여건은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기업에 수주가 집중되는 현상이 지속되면 업계 전반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며 “건설산업의 건강한 생태계 유지를 위한 상생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공공사업과 중소형 사업장이 중견사들의 성장 무대 역할을 했지만 최근에는 대형사들이 이 시장까지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중견사들이 대형사로 성장할 수 있는 사다리가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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