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보다 무서운 1500원대 환율…항공·해운업계 덮친 '2차 충격’

입력 2026-06-0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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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장기화에 달러 결제 비용 급증
항공유·용선료·리스료 부담 확대
하반기 실적 변수 부상

중동 전쟁 장기화에 더해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로 고공행진 하면서 국내 항공·해운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 우려에 더해 항공기 리스료와 정비비, 용선료 등 주요 비용이 대부분 달러로 결제되는 구조인 만큼 업계에서는 유가에 더해 환율까지 '이중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9시 기준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1535.0원)보다 5.6원 내린 1529.4원에 개장했다. 이번 주 들어 환율은 1550원대를 넘나들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6일(1597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외국인 자금 이탈이 겹치며 1500원 안팎의 환율이 뉴노멀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항공업계는 유가와 환율이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하고 있다. 항공사는 항공유 구매뿐 아니라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공항 사용료 등을 대부분 달러로 결제한다. 특히 중동 전쟁 장기화로 노선 감편도 시행하면서 수익성 악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형 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도 공급 조정에 나선 상황이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의 부담은 더욱 크다. 대형 항공사들은 장거리 노선과 화물 사업을 통해 일부 수익을 방어할 수 있지만 LCC는 상대적으로 운임 인상 여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티웨이항공을 비롯한 에어로케이와 제주항공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휴직 신청받고 절차를 진행 중이다. 최근 들어 LCC들은 운임 인상 여파를 덜 받는 일본 노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노선의 감편도 진행했다. 한 LCC 관계자는 “환율이 100원 오를 때마다 비용 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며 “유가에 더해 환율 변동성도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선박 용선료와 연료비, 항만 이용료 등 대부분 비용이 달러로 지급되는 만큼 환율 상승은 곧바로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특히 글로벌 해운시장이 아직 홍해 사태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동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장기화할 경우 해상 물류비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척당 150만~200만달러 수준의 서비스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운항 지연과 보험료·연료비 상승까지 겹치며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환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란 간 협상 결렬,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등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1550~1600원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박상현 iM증권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환율은 1500원 안팎에서 높은 변동성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고환율과 고물가 부담을 완화하려면 결국 국제유가 안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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