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다 국립칭화대 교수 “제조 강국 대만도 영원할 순 없어…AI 적응력이 승부” [대만 석학들의 진단]

입력 2026-06-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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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칭화대 잇는 인재 생태계
제조 넘어 의료·서비스로 AI 확산
칭화대 전기공학 석사 20% TSMC행

▲3일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TSMC와 미디어텍, 도쿄일렉트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신주과학단지는 대만 반도체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타이베이(대만)=손희정 기자 sonhj1220@
▲3일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TSMC와 미디어텍, 도쿄일렉트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신주과학단지는 대만 반도체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타이베이(대만)=손희정 기자 sonhj1220@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 본사가 있는 대만 신주는 반도체 산업의 심장부로 불린다. 3일 오후 찾은 신주과학단지에는 TSMC와 미디어텍, 도쿄일렉트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진 오후 5시30분, 미디어텍 본사 1층 스타벅스와 맥도날드에는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하고 있었다.

▲3일 대만 신주과학단지 내 미디어텍 본사 1층 스타벅스와 맥도날드에서 직원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미디어텍은 TSMC와 함께 대만 반도체 생태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꼽힌다.타이베이(대만)=손희정 기자 sonhj1220@
▲3일 대만 신주과학단지 내 미디어텍 본사 1층 스타벅스와 맥도날드에서 직원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미디어텍은 TSMC와 함께 대만 반도체 생태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꼽힌다.타이베이(대만)=손희정 기자 sonhj1220@

신주과학단지에서 차로 10분 남짓 떨어진 곳에는 국립칭화대가 자리 잡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과 대만 대표 공대가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에 있는 셈이다. 양상다 국립칭화대 전기공학과장 겸 반도체연구대학원 겸임교수는 이 같은 밀착 구조가 대만 반도체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양 교수는 국립칭화대에서 진행한 본지 인터뷰에서 “신주에는 국립칭화대와 국립양명교통대 등 최상위권 대학이 있고, 신주과학단지 기업들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졸업생 상당수가 과학단지 기업으로 진출하면서 대학과 산업계의 연결이 세대를 거쳐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상다 국립칭화대 전기공학과장 겸 반도체연구대학원 겸임교수가 3일 대만 신주 국립칭화대 델타빌딩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양상다 국립칭화대 전기공학과장 겸 반도체연구대학원 겸임교수가 3일 대만 신주 국립칭화대 델타빌딩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그는 대만 반도체 산업의 힘으로 촘촘한 협력 네트워크를 꼽았다. 대만은 오랫동안 중소·중견기업 중심 경제 구조를 유지해왔고, 기업 간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생태계를 구축해왔다는 설명이다. 양 교수는 “대만은 작은 섬이기 때문에 같은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기 쉽다”며 “기업이 달라도 네트워크가 유지되는 것이 강점”이라고 했다.

TSMC가 세계 1위 파운드리로 성장한 배경에는 고객과의 파트너십이 자리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TSMC는 많은 고객사의 설계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만 직접 경쟁자가 되지는 않는다”며 “고객을 경쟁 상대가 아닌 파트너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한 차별점”이라고 평가했다.

기술 독립에 대한 집착도 TSMC의 경쟁력으로 꼽았다. 양 교수는 “경쟁사였던 대만 파운드리 업체 UMC가 기술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외부 기술을 도입했을 때도 TSMC는 자체 기술 개발을 선택했다”며 “중국 시장이 급성장하던 시기에도 비용이 더 들더라도 핵심 기술 개발은 대만에서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현재의 성공 모델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대만 제조 경쟁력은 여전히 강하고 지금도 중요하다”면서도 “누구도 항상 같은 모델에 머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AI는 모든 것을 가속한다. 이제 변화는 해마다가 아니라 매주 일어날 수도 있다”며 “성공한 단계에 머무르기보다 다음 단계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봐야 한다”고 했다.

대만에서도 AI 활용은 제조업을 넘어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 양 교수는 “보험과 의료, 서비스 등 여러 분야에서 AI 활용이 늘고 있다”며 “의료 분야에서는 영상 분석 기술을 활용한 진단 보조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고 관련 스타트업도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상다 국립칭화대 전기공학과장 겸 반도체연구대학원 겸임교수가 3일 대만 신주 국립칭화대 델타빌딩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대만 반도체 생태계와 AI 산업 발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양상다 국립칭화대 전기공학과장 겸 반도체연구대학원 겸임교수가 3일 대만 신주 국립칭화대 델타빌딩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대만 반도체 생태계와 AI 산업 발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인재 양성은 대만 반도체 경쟁력의 또 다른 축이다. 양 교수는 전 TSMC 연구개발 담당 부사장 출신인 린번젠 국립칭화대 교수를 사례로 들었다. 린 교수는 은퇴 후 국립칭화대에 합류해 반도체연구대학원 운영을 맡고 있다. 산업계 경험을 갖춘 전문가들이 대학 교육에 직접 참여하는 구조다.

실제 국립칭화대 졸업생 상당수는 신주과학단지 기업으로 향한다. 양 교수는 “전기·전자 계열 석사 졸업생 가운데 약 20%가 TSMC에 입사한다”며 “미디어텍 취업 비중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학이 연구 인력과 산업 현장을 잇는 공급망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인재 확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양 교수는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많은 인재를 필요로 하지만 학생 수는 해마다 줄고 있다”며 “TSMC도 전기공학 전공자뿐 아니라 과학기술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반도체 인재 저변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 학생들 사이에서 TSMC는 여전히 가장 선호하는 직장 중 하나다. 국립대만대 의공학 계열 4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대만 학생 대부분은 TSMC 입사를 희망한다”며 “연봉이 가장 높고 보상 수준도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TSMC는 한국처럼 정기 공채를 하기보다 필요한 인력이 생기면 채용하는 경우가 많아 입사가 쉽지 않다”며 “근무 강도가 높은 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그만큼 보상도 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양상다 교수는 1975년생으로 국립칭화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퍼듀대에서 전기·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5년 국립칭화대 전기공학과 조교수로 부임했으며 현재 전기공학과 학과장과 반도체연구대학원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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