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에 가려진 그늘⋯車·철강·기계 수출 역성장 '늪'

입력 2026-06-0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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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대응 위한 현지 생산 확대ㆍ중동 물류비 급등ㆍ중국 저가 공세 등 '삼중고'
산업연구원 "하반기에도 가시밭길…자동차·기계 연간 수출 나란히 역성장 전망"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차량들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차량들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우리 수출이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지만, 자동차와 철강, 일반기계 등 이른바 '전통 주력산업'은 역성장하며 수출 전선의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다.

미·중 무역 갈등과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맞물리면서 당분간 이들 품목의 수출 반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7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3.2% 급증한 877억5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169.4% 급증한 반도체 수출(371억6000만달러, 역대 1위 실적) 호황 덕분으로, 반도체 한 품목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약 42%를 책임진 셈이다.

반면 주요 전통 제조업의 성적표는 암울했다. 지난달 자동차 수출은 58억3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5.9% 감소하며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고, 자동차 부품 역시 2.5% 줄어든 16억1000만달러에 그쳐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일반기계(38억2000만달러)도 6.3% 줄어들며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고, 철강 수출(20억4000만달러)은 2.1% 줄어들며 한 달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들 주력 품목의 동반 부진은 대내외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자동차와 부품은 조업일수 감소와 국내 협력사 화재에 따른 부품 수급 차질이라는 일시적 악재가 겹쳤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를 피하기 위한 주요 완성차 업체의 해외 현지 생산 확대 기조가 이어지며 국내 수출 물량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중국 전기차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 역시 치열한 가격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일반기계는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물류비용 증가와 주요 수출국인 미국의 관세 영향으로 타격을 받았다. 특히 부피와 면적이 큰 기계 장비 특성상 해상 운임 급등과 물류 차질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철강은 중국발 과잉 공급 속에서 열연, 후판 등 주력 품목의 수출이 줄고 저가 건설용 자재 위주로 수출이 이뤄지며 수출 단가가 하락해 전체 금액이 감소했다.

문제는 이 같은 부진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에 따르면 글로벌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소비 위축과 보호무역주의 심화로 전통 주력산업의 험로가 예고됐다.

산업연구원은 하반기 자동차 수출(부품 포함)이 글로벌 수요 부진과 가격 경쟁 심화 여파로 전년 동기 대비 0.6% 감소해 연간 기준으로는 1.7%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반기계 역시 하반기에는 1.4% 증가로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상반기 주요 시장 부진의 여파로 연간 1.0%의 역성장이 관측됐다.

철강의 경우 하반기에는 글로벌 철강 가격 인상 등에 힘입어 수출이 3.3%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과 중동의 설비 증설에 따른 과잉 공급 압력 및 EU 철강 관세할당(TRQ) 강화가 지속적인 성장을 옥죄는 핵심 리스크로 꼽혔다.

수출업계 관계자는 "반도체가 이끄는 화려한 수출 신기록 이면에 지정학적 위기와 관세 장벽에 갇힌 전통 제조업의 짙은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며 "수출 구조 다변화와 산업 생태계 전반의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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