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고까지 위험 수위…‘에너지 전쟁 2막’ 열리나 [중동전 100일, 그 후]

입력 2026-06-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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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원유·석유제품, 재고 22년 만에 최저
유가 배럴당 200달러 가능성도 제기
장기 고유가에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 우려 확산
에너지 의존도 높은 한국 산업계도 비상

▲미국 뉴욕의 한 주유소에서 1일(현지시간) 고객이 차에 기름을 넣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미국 뉴욕의 한 주유소에서 1일(현지시간) 고객이 차에 기름을 넣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중동 전쟁이 7일 자로 100일을 맞는 가운데 세계 에너지 시장이 ‘원유 쟁탈전’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세계 원유 수송의 심장부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글로벌 공급 부족을 떠받쳐온 미국의 원유·석유제품 재고마저 22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유가 급등을 넘어 전 세계 공급망 교란과 인플레이션 심화, 경제성장 둔화 위험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산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의 전체 원유(전략비축유 포함)와 석유제품 재고가 지난주에 전주 대비 1060만 배럴 감소한 15억7000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2004년 5월 이후 22년 만에 가장 낮은 재고량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동 전쟁으로 급등하는 유가를 억제하기 위해 비축유를 방출하는 한편 수출업체들은 중동 공급 감소를 틈타 수출을 늘린 영향이다.

원자재 트레이딩 업체 오닉스캐피털그룹 산하 리서치 조직 더오피셜스의 에드워드 헤이든브리펫 애널리스트는 “미국은 글로벌 원유 시장의 ‘최후의 공급자’로서 중동 공급 손실을 상쇄하는 완충 역할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미국이 글로벌 원유시장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더 나아가 전문가들은 미국 재고 급감으로 수주 내 유가가 다시 크게 오를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라피단에너지그룹 대표이자 백악관 전 고문인 밥 맥낼리는 “호르무즈 해협이 유조선 운항에 재개방되지 않는다면 이번 여름 휴가철에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에 이를 수 있다”면서 “또 경제·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유가 급등 충격이 번지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TD증권은 설령 전쟁이 조기에 끝나더라도 공급 부족과 낮은 재고 수준 탓에 유가가 내년까지 배럴당 90~100달러 수준에서 높은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국이 좀처럼 종전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2.4% 상승한 배럴당 96.02달러로, 브렌트유 가격은 1.9% 오른 배럴당 97.81달러로 각각 마감했다.

한국 역시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자동차·석유화학·철강·항공·해운 등 주요 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 차질, 수요 둔화라는 삼중고에 직면했다. 특히 중동 의존도가 높은 에너지 수입 구조상 유가 고공행진이 장기화할 경우 기업 수익성 악화와 소비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호황이 한국 경제의 체력을 떠받치고 있지만 에너지 충격이 장기화하면 ‘반도체 착시 효과’에 가려졌던 산업 전반의 취약성이 한꺼번에 드러날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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