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중앙은행, ‘탈달러’ 가속…金, 29년 만에 美국채 추월

입력 2026-06-0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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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액서 금 비중, 16→27%로 확대
미국 국채는 26→22%로 축소
경제 제재·미국 재정 불안에 달러 인기 약화

▲전 세계 중앙은행 외환보유액 자산별 비중. 단위 %. 밑에서부터 금/유로/미국 국채/기타 달러자산/기타. (출처 닛케이)
▲전 세계 중앙은행 외환보유액 자산별 비중. 단위 %. 밑에서부터 금/유로/미국 국채/기타 달러자산/기타. (출처 닛케이)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달러자산 의존도를 줄이고 금 보유를 늘리면서 금이 29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국채를 제치고 최대 준비자산(외환보유액)으로 부상했다. 미국의 금융제재 확대와 재정적자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 중심의 국제금융 질서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의 2일(현지시간) 분석에서 지난해 말 기준 세계 중앙은행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말의 16%에서 27%로 커졌다. 같은 기간 미국 국채 비중은 26%에서 22%로 낮아졌다. 금 비중이 미국 국채를 넘어선 것은 1996년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각국 중앙은행은 유동성이 풍부하고 안전성이 높은 미국 국채를 중심으로 외환보유액을 운용해왔다. 다만 달러 표시 자산 비중은 여전히 전체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지만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미국 국채 발행 잔액은 30조8000억달러(약 4경6800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세계 중앙은행과 기관투자가 등이 보유한 물량은 9조3000억달러로 전체의 30.3%를 차지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록한 정점 대비 절반 수준까지 감소한 것이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들의 미국 국채 매도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국 국채 순매도 규모는 중국이 1400억달러로 가장 많았다. 인도와 브라질 등 주요 신흥국들도 매도 행렬에 동참했다.

금 선호 현상은 미국 자산 집중에 대한 경계심이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의 달러 자산을 동결한 사례가 각국 중앙은행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할 경우 자국 외환보유고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한 것이다.

미국 재정건전성에 대한 불안도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재정적자 축소보다 경기 부양에 무게를 두면서 미국 국가채무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금은 지정학적 위기와 인플레이션에 대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금 가격은 지난해 한 해 동안 약 60% 상승하며 각국 중앙은행의 보유 자산 가치도 크게 늘렸다. 중국과 폴란드 등은 지정학적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금 매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 약화는 연기금 등 장기 투자기관에서도 확인된다. 유럽 최대 연기금인 네덜란드 ABP는 지난해 미국 국채 보유 규모를 거의 절반으로 줄였고, 덴마크의 교원·전문직 연기금인 아카데미커펜션도 미국 국채 비중 축소 계획을 발표했다. 캐나다 온타리오투자관리공사(IMCO) 역시 미국 재정정책의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위험을 이유로 자산 다각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각국 중앙은행과 기관투자가들의 미국 국채 비중 축소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캐피털그룹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2%가 미국 국채의 안전자산 지위가 앞으로 약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달러 중심 체제는 여전히 건재하지만, 세계 금융시장이 조금씩 ‘탈달러’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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