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5·18 피해자 가족 위자료 소송 파기환송…“소멸시효 완성 안 돼”

입력 2026-06-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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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연합뉴스)
▲대법원 (연합뉴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폭행·총격 등으로 숨지거나 다친 피해자들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위자료 소송에서 대법원이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원심 일부를 파기환송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최근 5·18 피해자들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가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 판결 일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해 숨지거나 다친 피해자들의 배우자·자녀·형제자매 등이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유족들은 과거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수령한 바 있는데, 이 법에는 보상금 지급에 동의하면 관련 피해에 대해 재판상 화해가 성립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이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2021년 5월 27일 이 조항이 정신적 손해에 대한 적절한 배상 없이 국가배상청구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고, 피해자 가족들은 그 직후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 핵심 쟁점은 피해자 가족이 갖는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됐는지였다. 소멸시효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일정 기간 행사하지 않으면 권리가 소멸하는 제도다. 국가는 피해자 가족들이 보상금을 받을 당시 이미 피해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 그때부터 시효가 진행됐고,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1심은 헌재 위헌 결정 이후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보고 일부 유족의 위자료 청구를 인용했으나 일부 가족의 청구는 기각했다. 반면 2심은 일부 원고에 대한 배상 범위는 확대했으나, 형제자매 등 일부 가족은 보상금 지급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화해 간주 조항과 관계없이 처음부터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었다고 봤다. 이에 따라 보상금 지급 결정 무렵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됐는데 그로부터 훨씬 지난 뒤 소가 제기됐으니 시효가 완성됐다며 이들의 고유의 위자료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보상금 지급 당시 피해 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화해 간주 조항이 존재하는 한 헌재 위헌 결정 전까지는 위자료를 청구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멸시효는 위헌 결정일인 2021년 5월 27일부터 비로소 진행되고,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에 소를 제기한 이상 시효는 완성되지 않았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이 소멸시효 완성을 인정한 것은 소멸시효의 진행을 막는 권리행사 장애사유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며 해당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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