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26일 '증권시장 결제주기 단축 토론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글로벌 결제주기 단축 동향 및 우리 증권시장의 과제'를 주제로 열렸다. 정 이사장은 "이제 'T+1' 결제는 일부 시장의 선택이 아니라, 글로벌 자본시장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박용진 대통령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주식을 매도하고도 그 대금이 손에 들어오기까지 2영업일, 연휴라도 끼면 4일, 5일까지도 기다려야 하는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박 부위원장은 "결제 주기 단축은 단지 며칠의 차이가 아니라, 수백만 개미 투자자들의 자금 운용의 자유를 돌려드리는 일이자 이재명 정부가 금융과 행정 모든 영역에서 국민의 불편을 덜고 규제를 합리화하겠다는 약속을 실천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최훈 한국거래소 청산결제본부 부장은 '글로벌 결제주기 단축(T+1) 동향 및 시사점'을 주제로 무대에 올랐다. 최 부장에 따르면 미국, 캐나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북미 지역은 이미 2024년 5월부터 'T+1' 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EU와 영국, 스위스 등 유럽권은 2027년 10월경 도입을 앞두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중국이 1990년대부터, 인도가 2023년 1월부터 일찍이 T+1 결제주기를 적용해왔으나, 지난달 홍콩이 2027년 4분기 도입 계획을 전격 발표하면서 아시아 지역 내 논의에도 한층 속도가 붙었다.
이어 두 번째 발표를 맡은 노성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결제 주기를 이틀에서 하루로 단축하면 미결제 노출 기간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그에 비해서 위험의 크기도 감소한다"고 진단했다. 노 연구위원은 "증권사는 결제 실패에 대비하여 미결제 포지션에 비례하는 증거금을 적립하게 되는데, 결제 주기가 단축되면 청산 기관이 요구하는 증거금 규모도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매도 대금을 하루 일찍 수령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금을 하루 더 빨리 운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투자자의 유동성 확보와 거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노 연구위원은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T+1' 전환을 위해서는 △전환 비용과 편익의 정량적 평가 △대차거래 절차 및 인프라 고도화 △전과정 자동화 처리(STP) 등 자동화 시스템 구축 △외환시장 접근성 개선 △장기적인 시장 활성화 방안 마련 등 다섯가지 과제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행사 말미 진행된 토론에는 금융위원회, 한국예탁결제원 등 유관기관과 증권·은행업계, 아시아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ASIFMA), 투자자 대표 등이 참여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토론자들은 결제주기 단축에 대해서는 대체로 찬성 입장을 보였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철저한 준비를 위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나왔다. 조은아 SK증권 IT인프라본부장은 "결제 시한 단축은 증권사 대고객 시스템 전반을 변경해야 되는 매우 영향도가 큰 이슈"라며 "미수 유예 시간, 사고 발행 정정 가능 시간 등 주문 체결 확정 관련된 전반적인 프로그램을 변경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증권회사의 충분한 업무 분석과 개발 기간 빈틈없는 시나리오 검증 시간이 보장되어야 되고 무엇보다 유관 기관 간 충분한 통합 테스트가 선행되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금융 업무를 대리하는 보관 기관의 제언도 나왔다. 김미강 SC은행 이사는 "국내 상장 주식에 대한 비거주 외국인 투자 비중이 상당히 높은 현실에서 개인 투자자와 달리 매매일부터 결제일까지 3일에 걸쳐 결제를 위해 별도 작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특히 비거주 외국인의 투자 환경 개선 측면에서 최근 3년간 혁신적인 제도 변화에 따른 운영 체제의 정비가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며 "이러한 제도의 안착이 선행되어야 결제 주기 단축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업계의 우려에 대해 박상욱 한국거래소 청산결제본부장은 "현실적인 어려움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을 인지를 하고 있다"며 "물밑에서 저희가 검토해야 될 것들은 이제 1차적으로 스캔을 마쳤고, 이제는 세부적인 과제와 실질적인 이행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업계 및 관련 유관 기관들과 긴밀하게 소통해서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이행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