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모르게 섞인 생장조정제…비료 시장 ‘깜깜이 성분’ 걸러낸다

입력 2026-05-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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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진원, 비료·유기농업자재 생장조정제 6종 동시분석 체계 구축
표시 없는 불법 혼입 과학적 판별…농자재 유통 신뢰 관리 강화

▲식물생장조정제 다성분 분석 모습 (사진제공=한국농업기술진흥원)
▲식물생장조정제 다성분 분석 모습 (사진제공=한국농업기술진흥원)

비료나 유기농업자재에 표시 없이 섞인 생장조정제를 한 번에 가려낼 검사망이 국내 처음으로 마련됐다. 생장조정제는 작물 생육을 조절해 생산성과 품질을 높일 수 있지만, 농가가 알지 못한 채 농자재에 포함될 경우 재배 관리와 제품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농자재 시장이 성분 표시와 품질 보증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만큼, 이번 조치는 ‘깜깜이 성분’ 유통을 막는 안전판으로 작동할 전망이다.

24일 정부 등에 따르면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비료와 유기농업자재에 생장조정제가 불법으로 섞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생장조정제 다성분 분석체계’를 구축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이번 분석체계는 인돌아세트산, 나프탈렌아세트산, 지베렐린산 등 생장조정제 6종을 대상으로 한다. 농진원은 이들 성분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동시 분석법을 새로 마련하고 검사 항목도 신설했다. 비료와 유기농업자재 분야에 이 같은 분석체계를 도입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생장조정제는 식물의 성장과 발달을 조절하는 물질이다. 세포 분열과 줄기 신장, 꽃 형성, 열매 맺기, 낙과 방지, 휴면 해제 등 작물 생육 전반에 영향을 준다. 적정하게 사용하면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문제는 농가가 알지 못한 상태에서 농자재에 섞여 들어가는 경우다.

비료와 유기농업자재는 작물 생육과 토양 관리에 반복적으로 쓰이는 기본 농자재다. 제품에 표시되지 않은 생장조정제가 포함돼 있으면 농가는 실제 투입 성분을 알기 어렵고, 생육 이상이나 품질 저하가 발생해도 원인을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유기농업자재는 친환경 생산 과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재라는 신뢰가 중요한 만큼, 표시 성분과 실제 성분이 다를 경우 시장 전체의 신뢰도 흔들릴 수 있다.

그동안 일부 제품에서 생장조정제가 표시 없이 섞여 있다는 지적은 있었지만 이를 정밀하게 검증할 분석 기반은 부족했다. 기존에는 유통 단계에서 의심 제품을 체계적으로 가려내는 데 한계가 있었던 만큼, 농진원이 동시분석 체계를 마련한 것은 이 같은 관리 공백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농자재 관리의 초점도 단순 표시 확인에서 성분 검증으로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료와 유기농업자재에 신고되지 않은 생장조정제가 들어갔는지를 과학적으로 판별할 수 있게 되면 불량 제품의 유통을 차단하고, 농업인 피해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성분을 제대로 신고한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를 구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한 유통 질서 확립에도 의미가 있다.

다만 실효성은 분석체계 구축 이후의 운용에 달려 있다. 검사 항목이 새로 만들어진 만큼 의심 제품 선별, 유통 단계 점검, 부적합 제품에 대한 후속 조치가 얼마나 촘촘하게 이어지느냐가 관건이다. 농가가 제품 표시만 보고 농자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는 사후 적발뿐 아니라 관리 정보의 신속한 공유도 중요하다.

강신호 농진원 농업환경분석본부장은 “생장조정제 분석체계를 새롭게 마련해 농자재 안전관리를 한층 강화하겠다”며 “농업인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농자재 유통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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