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창] 자, 나가서 걷자!

입력 2026-05-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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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때 동시에 두 발이 공중에 있을 수 없다. 두 발 중 하나는 땅을 딛어야 한다. ‘한 발은 땅에, 다른 한 발은 공중에’, 그게 걷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두 발이 다 공중에 있거나 땅을 딛는다면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걷기란 이 장소에서 저 장소로 나아가는 일이다. 아울러 몸을 써서 이동하며 삶의 곤핍감이 빚는 피로에서 벗어나고, 주변 풍광에 한눈을 팔며 걷는 동안 도파민이 솟아 뇌를 적시며 우리 기분을 바꿔놓는다.

나는 읽거나 쓰기를 하며 걷는 일에 진심이다. 나는 파주에 살며 아카시아 꽃향기가 퍼지는 숲속 길을 걷는 걸 좋아한다. 나는 왜 이토록 걷기를 좋아할까? 그게 궁금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곤 한다. 걷기는 돈이 들지 않고 어디서나 할 수 있다. 두 다리로 걷는 일은 여러 면에서 효용성을 발휘한다. 먼저 자연 경관을 관조하며 숲속 공기를 들이마시며 단단한 땅을 딛고 걸을 때 활기를 되찾는다. 막힌 속이 뚫리거나 엉켰던 난제들이 풀리면서 느끼는 쾌감은 덤이다.

초기 인류는 길을 내는 자가 아니라 동물이 먼저 지나가고 다져놓은 길을 찾아내 걸었다. 사람보다 동물이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동물이 지나간 길은 위험 회피가 쉽다는 걸 명민한 인간들이 먼저 알아차렸던 것이다. 인간들은 동물의 발자국을 찾아내 그걸 길라잡이 삼아 새 길을 냈다. 토르비에른 에켈룬은 『두 발의 고독』이란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길이 생기기 전 발자국이 있었다. 길은 오로지 수많은 발자국들이 지나간 뒤에 비로소 생겨나고, 그 발자국들은 같은 자리를 밟고 지나간다.”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이란 거친 땅, 즉 야생 그 자체다. 길은 문명의 흔적이다. 우리는 들길, 산길, 오솔길, 바닷가길, 아스팔트길을 걷는다. 종종 길은 새로운 생각을 낳는 산파이기도 하다. 글을 쓰다가 막히면 책상에 쓰던 걸 늘어놓은 채 바깥으로 나가 걷는다. 한참을 걷다보면 뜻하지 않게 새로운 착상들이 머릿속으로 떠오른다. 나는 자주 길을 걸으면서 뜻밖에 시의 구절들을 얻는다. 그건 걷기의 기쁨 중 하나다. 발바닥이 땅과 맞닿을 때마다 생기는 지각이 생각하는 뇌를 자극한다. 발바닥이 대지와 맞닿으며 느껴지는 감각이 신경중추를 통해 뇌에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이다.

길은 앞서 걸은 자들로 인해 생겨난다. 길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공평하게 받아들인다. 길이 있는 곳으로 사람이 모이는 건 당연하다. 길을 걷는 뜻은 내면에 고갈된 동력을 충전시키는 한 방식이라는 점에 오롯하다. 평범하건 비범하건 간에 걷는 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제 내면 형질을 미묘하게 바꾼다. 걷는 자는 이미 걷기 전과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 두 다리를 써서 이족 보행을 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일은 내면 혁명의 시작이다.

자, 나가서 걷자. 어두운 심연에 웅크려 있지 말고 밖으로 나와서 숲속 공기를 폐를 가득 채운 채 오솔길을 걸어보자. 우리 뇌에 쌓인 피로 물질을 씻어내고 회복 탄력성을 한껏 높여보자. 우리 뇌가 권태, 관성, 무기력에서 벗어나며 돌연 창의적 영감을 쏟아내기를 기다려보자. 망설일 이유가 무엇인가? 길은 저기에 있고, 당신은 그 길을 걸으면 되는 것을! 망설임을 떨쳐내고 가벼운 운동화를 신고 나가 두 팔을 힘껏 휘저으며 멀쩡한 두 다리를 써서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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