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 전통 수주 텃밭 중동서 91.7% ↓

올해 들어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가 전년 대비 70% 넘게 급감했다. 지난해 초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집중됐던 중동 지역 계약액이 90% 이상 줄어든 데다 미국·이란 무력 충돌 등 지정학 리스크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동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하반기 수주 회복도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6일 해외건설협회 월간 수주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계약액은 29억2196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2.3% 감소했다.
수주 부진은 중동에서 가장 뚜렷했다. 올해 1~4월 중동 지역 계약액은 4억6667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1.7% 급감했다. 전체 해외수주 감소액 가운데 중동 지역 감소분만 51억2618만달러로 전체 감소분의 67%가량을 차지했다. 국내 건설사의 전통적인 해외수주 핵심 시장에서 대형 발주 공백이 발생하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내린 셈이다.
중동 외 지역도 대체로 부진했다. 태평양·북미 지역 계약액은 6억798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3% 감소했고 유럽은 1억7583만달러로 80.9% 줄었다. 아프리카와 중남미도 각각 47.5%, 71.8% 감소했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중동 수주 회복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중동은 국내 건설사의 전통적인 해외수주 핵심 시장이지만 분쟁 리스크가 길어질 경우 발주처의 투자 판단과 입찰 일정이 보수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발주가 재개되더라도 공사비와 운송비, 보험료,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입찰 가격을 높이거나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선별할 수밖에 없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중동 분쟁이 해외건설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전략’ 보고서에서 미국·이란 무력 충돌이 해외건설시장에 비용 상승과 변동성 확대를 초래하고 수주 구조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 사업 손실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신규 발주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동 분쟁에 따른 비용 리스크는 신규 수주 여건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불안과 해상운송 차질, 금융·보험비용 상승, 제재·결제 리스크 등이 겹치면 발주처는 사업비와 공사 일정을 다시 따질 수밖에 없다. 건설사도 기자재 조달 지연과 물류비 상승, 전쟁위험 보험료 등을 입찰가에 반영해야 해 수주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하반기 해외수주 전략도 보수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중동 대형 발주 재개만 기다리기보다 비중동 지역으로 수주처를 넓히고 원가 보전이나 공기 연장 조건이 명확한 사업을 중심으로 입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수주액 확대보다 손실 가능성을 줄이는 선별 수주 기조가 강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은 “중동 분쟁 장기화로 해외건설시장의 비용과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건설사들은 수주 확대와 함께 계약 조건, 조달망, 보험·보증 비용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