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안보 불안에 유럽 독자 방위론 확산
공동원정군, 유럽의 새 안보 대책으로 부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주둔 미국 감축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위 공약 축소 가능성을 지속해서 시사하며 유럽 각국이 미국 없이도 러시아에 대응할 수 있는 독자 방위체제 구축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23일 영국 경제 주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4000명 규모의 미 육군 기갑부대 ‘블랙 잭’ 여단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폴란드 배치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갑작스럽게 해당 계획을 취소했다.
이는 이달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에 주둔 중인 미군 5000명을 철수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유럽 내 미군 주둔 축소를 지시한 두 번째 발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나토 집단방위 조항인 제5조에 대한 미국의 의무 이행 여부를 모호한 방식으로 여러 차례 언급해왔다.
특히 올해 초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미국이 장악할 수 있다고 거론한 것은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미국이 러시아와 유럽이 충돌할 시 미국이 소극적 태도를 보이거나 최악의 경우 나토의 군사대응 자체를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게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안보·외교적 위기 우려에 일부 유럽 국가는 미국의 지원 없이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플랜 B를 비공식적으로 준비 중에 있다고 보도했다.
스웨덴의 한 국방 당국자는 “그린란드 위기가 경각심을 키웠다”면서 “우리는 현재의 방위 계획을 대체할만한 계획도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나토는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을 맡고 있는 미군 장성이 전체 지휘 체계를 통합해 움직이는 구조다. 이에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각국은 미국이 분쟁에서 빠질 경우 기존 나토 체제가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해 대체 지휘체계를 마련할 필요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대안은 영국 주도의 공동원정군(JEF)이다. 영국과 북유럽 및 발트해 연안 국가 등 10개국이 참여하는 JEF는 나토와는 별도의 독자 지휘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만장일치 의사결정이 필요한 나토보다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나토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 보안 통신망을 보유하고 있고 영국의 참여로 일정 수준의 핵 억지력도 갖추고 있다. 스웨덴과 핀란드가 2017년 JEF에 합류하며 북유럽 안보 협력체라는 성격이 강화되며 유사시 초기 대응의 핵심 전력이 될 수 있다.
다만 아직은 한계점도 명확하다. 현재 JEF에는 프랑스·독일·폴란드 등 유럽 주요 군사 강국이 포함되지 않았고 영국 역시 국방 예산 부족으로 즉각 투입 가능 병력이 많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유럽 내에서는 미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큰 현재의 나토 방위 체제로는 미래의 안보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란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이에 이코노미스트는 국방비를 대폭 늘리고 있는 독일을 비롯한 몇몇 국가가 JEF에도 참여하는 방법이 나토가 기능 불능이 될 경우를 대비하는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코노미스트는 “결국 유럽은 미국을 대체할 새로운 공동 방위체계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며 “(유사시) 실제로 나타날지 확신할 수 없는 동맹에 기반한 억지력은 제대로 된 억지력이라고 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