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초라한 방중 성과...이란·인플레이션 과제 여전

입력 2026-05-1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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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여객기 200대 판매만 공표
이마저도 시장 기대치 밑돌아
中상무부 “중요 품목에 관세 인하 원칙적 합의”
달리오 “세계 정상들 방중, 현대판 조공 체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베이징 중난하이를 떠나면서 대화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베이징 중난하이를 떠나면서 대화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9년 만에 중국을 다시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초라한 성과만 낸 채 귀국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지지를 얻는 등 일부 긍정적인 부분은 있었지만, 이렇다 할 무역 성과는 내지 못했다. 이란 종전 합의나 인플레이션 억제 등 기존 과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의 무역 협상이 대체로 실망스러웠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중 전 미국 기업 경영진들이 시 주석을 만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밝혔지만 회담 후에는 어떤 거래가 성사됐는지에 대한 언급을 거의 하지 못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거래는 중국이 보잉 여객기 200대를 구매하기로 했다는 것 정도다. 다만 이마저도 시장에서 기대했던 예상치를 밑도는 수준이었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뉴욕증시에서 보잉 주가는 전날 3.8% 급락했다. 사실상 빈손 귀국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초라한 무역 성과에 미국 경기둔화 불안감은 더 커졌다. 앞서 공개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모두 시장 전망보다 크게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공포도 커졌다. 옵션 시장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확산했고 채권시장에서 30년물 금리는 5%를 웃돌았다.

이러한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이 1기 행정부 때인 2017년 중국을 방문해 2500억달러(약 375조원) 규모의 세일즈 성과를 낸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협상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것과 달리 시 주석은 대만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결과라고 WP는 짚었다.

이란 문제도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시 주석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지지하고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반대한다는 미국 입장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 역시 중국이 예전부터 밝혀온 입장이었다고 CNN방송은 지적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귀국길에서 이란을 향한 자신의 인내심이 바닥났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뉴욕증시가 하락하는 등 시장만 요동쳤다. 이보 달더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재 미국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허세를 부려도 소용없었고 협상을 시도해도 효과 없었다”며 “그는 현재 교착 상태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시 주석에게 유리하게 흘러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미국의 대만 무기 지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매우 상세히 논의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때인 1982년부터 대만 무기 판매에 있어 중국과 논의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기에 해당 발언은 파문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 없는 것은 9500마일(약 1만5290㎞)이나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이라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WP는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원 약속을 지키는 데 있어 이전 대통령들보다 관심이 적어보인다”고 지적했다.

경제 분야에 있어서도 중국은 관세 인하와 협의체 신설 등 실질적으로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대변인 명의의 질의응답 형식 보도자료에서 “양국은 서로에게 중요한 품목에 대해선 관세를 인하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며 “무역과 투자 분야에서 서로의 우려 사항을 논의하고자 무역협의회와 투자협의회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억만장자 투자자이자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설립자인 레이 달리오는 “미국은 세계 강대국으로서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지만, 중국은 부와 영향력을 축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많은 정상이 중국을 방문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이는 마치 역사 전반에 걸쳐 존재했던 조공 제도처럼 권력의 차이를 인정하러 가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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