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 치료옵션의 한계가 뚜렷한 뇌종양 영역에서 첫 번째 표적치료제가 등장했다.
한국세르비에는 1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IDH(이소시트르산탈수소효소) 변이 신경교종 표적치료제 '보라니고'(성분명 보라시데닙)의 국내 출시를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보라니고는 20년 만에 등장한 신경교종 혁신신약으로, 올해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신경교종은 원발성(1차성) 뇌종양의 가장 흔한 유형으로, 뇌와 척수 내부에서 신경 세포를 보호하는 신경교세포에서 발생한다. 국내에서 뇌 및 중추신경계 종양으로 신규 진단받은 환자는 2023년 기준 2011명으로, 이 중 신경교종이 1659건(82.5%)에 달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뇌에는 유해 물질의 침입을 막는 혈액뇌장벽(BBB, Blood-Brain Barrier) 존재해 뇌종양이 중추신경계 외부로 전이되는 경우가 드물지만, 항암제 등 약물이 뇌로 투과되기 어려워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장종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최근 5년 사이 면역치료제와 표적치료제 등 좋은 항암제가 많이 나와서 다른 암종의 치료는 굉장히 향상된 반면 뇌종양은 BBB 때문에 해결되지 않고 있다"라면서 "이에 따라 대부분의 신경교종은 재발하며, 치료 역시 최대한 늦게 재발하는 것을 목표로 할 정도로 어려움이 크다"라고 말했다.
신경교종의 표준치료는 수술적 절제지만 종양과 정상 조직의 경계가 불분명해 완전 절제가 어렵고, 무리하게 제거하면 신경학적 결손이 발생할 수 있다. 수술 후에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극적 경과 관찰 또는 방사선요법이나 항암화학요법이 권고되나 장기적으로 광범위한 인지 손상이 나타나며, 치매 및 중증 백질뇌병증과 같은 치명적인 신경 독성으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장 교수는 "신경교종은 경계가 불분명한 침윤성 종양이기 때문에 수술 후 사진상에서는 다 제거된 것처럼 보여도 종양세포를 남김없이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 많이 제거할수록 장애가 생길 가능성도 높아져서 일부러 종양을 남겨둬야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면서 "수술 이후 추가 치료하지 않으면 급격히 재발해서 생존 기간이 짧아지는 만큼 효과적이고 안전한 수술 후 치료옵션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존재한다"라고 설명했다.

종양 발생에 관여하는 IDH 바이오마커의 변이가 확인된 성인형 미만형 신경교종은 성상세포종과 희돌기교종으로 분류되며 IDH 변이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 교모세포종으로 분류된다. 종양의 성장 속도에 따라 1~4등급으로 재분류되는데, 국내에서는 한해 약 200명 내외의 환자가 저등급 신경교종(미만성 성상세포종 및 희돌기교종)을 새롭게 진단받는다. 중위 연령은 35~42세로, 환자 대부분이 직업 활동과 양육 등 사회와 가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연령대에 발병해 환자 개인과 가족,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보라니고는 뇌종양 신경교종 영역에서 약 20년 만에 나온 새로운 기전의 혁신신약이다. BBB를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최초이자 유일한 경구용 IDH1/2 변이 이중 억제제이다. 종양 성장에 관여하는 2-HG 수치를 90% 이상 감소시켜 종양 발생을 촉진하는 비정상적인 대사 환경을 근본적으로 조절, 치료 효과를 낸다. IDH1/2 변이는 2등급 신경교종 환자의 80% 이상에서 발견된다.
김재용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글로벌 임상 3상 연구에 따르면 보라시데닙은 혈장에 들어간 약의 농도와 뇌에 들어간 약의 농도가 거의 비슷할 정도로 뇌 투과성을 입증했다"면서 "위약군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이 11.4개월인 반면 보라니고군은 아직 도달하지 않았을 정도로 효능이 뛰어나며,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65% 감소시키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강조했다.
보라니고 치료군에서 다음 치료까지 개입 시점 역시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았으며, 위약군은 20.1개월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위약 대비 다음 치료를 받거나 사망할 위험은 75% 감소했다. 또 투여 시작 후 2년이 경과한 시점에서도 10명 중 8명의 환자가 후속 치료 없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성별, 연령, 종양의 위치. 수술 시점 등 어떤 하위 그룹이든 보라니고군의 결과가 좋았다"며 "미국 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은 보라니고를 IDH 변이 성상세포종 또는 희돌기교종 환자의 수술·생검 후 전신 치료의 선호 요법이자 카테고리1로 권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식약처는 보라니고를 생검, 대부분 절제 또는 완전 절제를 포함하는 수술 후 40kg 이상의 12세 이상 소아 및 성인의 IDH1 또는 IDH2 변이가 있는 2등급 성상세포종 또는 희돌기교종의 치료제로 허가했다. 한국 외에도 미국과 캐나다, 영국, 일본 등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허가받아 사용되고 있다.
장 교수는 "항암 치료 분야에서 표적치료제가 처음 등장한 지 30년 만에 뇌종양에서도 쓸 수 있는 표적치료제가 생겼다"라면서 "5~10년 후에는 신경교종의 치료 가능성을 완전히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