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 민음사...책 안 읽는다는데 왜?

입력 2026-05-1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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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민음사)
(사진제공=민음사)

국내 대표 출판사 중 하나인 민음사의 행보가 출판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창립 60주년을 맞았지만 대대적인 기념 행사나 화려한 홍보 대신 '책' 그 자체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어서다.

사명에 담긴 '백성의 올곧은 소리를 경청한다'는 창립 정신처럼, 민음사는 19일 기자간담회나 기념식을 열지 않고 "출판사는 오직 책으로 말해야 한다"는 기조 아래 독자와 만나는 길을 택했다.

옥탑방에서 일궈낸 출판 제국

▲박맹호 민음사 회장. (사진제공=민음사)
▲박맹호 민음사 회장. (사진제공=민음사)

9개의 브랜드를 거느린 거대 출판 그룹으로 성장한 민음사의 시작은 1966년 서울 종로구 청진동의 한 옥탑방이었다. 창업주 고(故) 박맹호 회장은 당시 외판 전집물이나 일본 번역서가 주를 이루던 시장에서 뚝심 있게 단행본 시장을 개척해 나갔다.

1966년 출간되어 1만5000부 이상 팔린 첫 책 '요가'를 시작으로, 민음사는 한국 현대 시의 정점을 보여준 '오늘의 시인 총서'와 작가 발굴의 산실이 된 '오늘의 작가상', '김수영 문학상' 등을 운영하며 한국 문학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또한 '이데아 총서' 등을 통해 해외 최신 사상을 국내에 소개하며 아카데미즘의 발전을 이끈 지성의 보고 역할도 충실히 수행해 왔다.

한강 작가 없이도 '사상 최대 실적'

(AI 기반 편집 이미지)
(AI 기반 편집 이미지)

민음사의 60주년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종이책의 위기 속에서도 거둔 압도적인 경영 성과에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민음사의 매출은 206억1200만원, 영업이익은 41억7700만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3.8%, 72.7% 급증했다. 특히 최근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독서 열풍을 주도한 한강 작가의 작품을 단 한 권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거둔 성적이라는 점이 놀랍다. 이는 특정 신간의 흥행이나 외부 변수에 기대지 않고, 수십 년간 공들여 쌓아온 세계문학전집 등 '스테디셀러 카탈로그'가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구축했음을 입증한다.

2만5000명 팬덤과 '보는 독서'의 결합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민음사의 김민경 편집자와 조아란 부장. (출처=유튜브 채널 'tvN D ENT' 캡처)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민음사의 김민경 편집자와 조아란 부장. (출처=유튜브 채널 'tvN D ENT' 캡처)

민음사는 출판사를 넘어 하나의 '브랜드 팬덤'으로 진화했다. 최근 진행된 제16기 '민음북클럽' 모집에서는 접속자가 폭주하며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가 벌어졌고, 당초 예상을 상회하는 2만5000명이 하루 만에 가입하며 조기 마감됐다.

여기에 46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민음사TV'와 최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화제가 된 김민경 편집자, 조아란 부장의 사례처럼 편집자와 마케터가 출판사의 얼굴이 되는 '휴먼 브랜딩' 전략이 독자들을 다시 불러 모으는 기폭제가 됐다.

세계문학전집 500권 출간 예정

(사진제공=민음사)
(사진제공=민음사)

창립 60주년의 조용한 기조 속에서도 민음사는 독자들을 위한 내실 있는 기획을 이어간다.

1998년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로 시작된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는 28년 만인 6월, 500권 출간이라는 이정표를 세운다. 민음사는 이를 기념해 전집의 변천사와 독자 인터뷰 등을 집대성한 브랜드북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7월에는 '세계문학기행'을 주제로 한 총 8회차의 대규모 강연이 예정되어 있다. 텍스트로만 접하던 문학의 배경을 전문가의 해설과 함께 입체적으로 조망하며 독자들과 호흡하겠다는 취지다.

단순히 유행하는 베스트셀러를 쫓는 대신, 60년간 쌓아온 아카이브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가공해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식은 침체된 출판 시장에 실질적인 생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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