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한 번 잘못 가면 끝”…체험학습 사라지는 학교

입력 2026-05-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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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보다 사고 대응 먼저 떠올라”…교사들 깊어진 부담감
국가소송책임제 요구까지…“안전보다 책임 공포가 더 크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TP타워에서 열린 ‘안전한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교육공동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교육부)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TP타워에서 열린 ‘안전한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교육공동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교육부)

“요즘은 체험학습 계획서 쓰는 순간부터 겁이 납니다. 사고라도 나면 교사가 다 책임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으니까요.”

학교 현장에서 현장체험학습과 수학여행이 빠르게 줄고 있다. 단순히 안전을 강화하는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이제 체험학습이 교육활동이라기보다 ‘사고 나면 큰일 나는 업무’처럼 받아들여진다는 말이 나온다. 학생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교사 개인이 민형사상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는 부담 때문이다.

최근 교육부가 연 ‘안전한 현장체험학습’ 간담회에서도 현장 분위기는 비슷했다. 교사들은 안전요원 확대나 매뉴얼 보완보다 먼저 법적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활동 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국가가 교사를 대신해 소송 대응을 맡는 ‘국가소송책임제’ 요구도 공개적으로 나왔다.

“학생보다 사고 대응부터 떠올라”…달라진 학교 분위기

교사들은 2022년 강원 속초 현장체험학습 사고 이후 학교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고 말한다. 당시 초등학생이 버스에 치여 숨진 사건과 관련해 담임교사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서 현장 충격이 컸다는 것이다.

서울 지역 한 초등교사는 “예전에는 어디를 가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지를 먼저 고민했다”며 “지금은 사고 가능성과 책임 문제가 먼저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교실 안에서도 생활지도와 민원 부담이 큰데 학교 밖 활동까지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경기 지역 한 중학교 교사도 “수학여행 준비를 하면 학생 프로그램보다 사고 대응이 먼저 생각난다”며 “교사들끼리도 ‘한 번 잘못되면 끝난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학교 관리자들도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예전에는 사고 가능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접근했다면 지금은 사고 자체가 나지 않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현장에서는 체험학습을 줄이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매뉴얼 추가보다 법적 보호 필요”

교원단체들은 현행 제도로는 현장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현재 학교안전법은 교직원이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사고가 발생하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교사 개인이 책임 부담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십 명 학생을 학교 밖에서 인솔하는 상황에서 모든 위험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간담회에서도 교원단체들은 단순한 소송비 지원이 아니라 국가가 직접 법적 대응을 맡는 국가소송책임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의성이 없는 교육활동 사고까지 교사가 형사처벌 위험에 놓이는 구조에서는 체험학습 정상화가 어렵다는 이유다.

교육부 역시 교사 보호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정부 내부에서는 다른 공무원 직군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놓고 이견도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가 점점 소극적으로 변한다”

전문가들은 지금 학교 현장이 지나치게 ‘무사고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본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사고가 나면 책임이 결국 개인에게 집중되는 구조에서는 학교가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며 “교사들이 안전 문제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체험학습은 단순히 밖에 나가는 활동이 아니라 학생들이 같이 생활하고 부딪히면서 배우는 과정”이라며 “학교가 계속 움츠러들면 그런 경험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김성식 서울교대 교육학과 교수도 “학생 안전이 중요한 건 맞지만 지금은 현장 부담이 너무 한쪽에 몰려 있다”며 “사고가 났을 때 어디까지를 교사 개인 책임으로 볼 것인지 기준을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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