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가상화폐 대출 플랫폼 컴파운드의 창립자 로버트 레쉬너가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한국 주식시장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자국 증시가 문을 닫은 심야 시간대에도 가상화폐 못지않은 매력을 지닌 한국 증시에 투자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함께 인용된 그림도 화제가 됐다. 한 가상화폐 투자자가 '장기간, 가치, 안정성, 성장'이라고 적힌 디딤돌을 밟고 '한국 코스피 시장'이라는 문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이다. 문 너머에는 가파르게 우상향하는 코스피 지수 그래프가 있고, 그 아래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네이버 등 국내 대표 종목명이 적혀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개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의 새로운 '수급의 축'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외국인'으로 대표되는 외국 기관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7조1833억원 팔아치웠지만, 외국인 개인투자자는 224억원을 사들이며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외국 기관이 주도하던 기존 수급 장세에서 '외국인 개인'이라는 새로운 주체가 부상했다는 평가다.
해외 개미들의 국내 투자는 지난해부터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개인투자자는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코스피 시장에서 누적 55억원을 순매도했다. 그러나 2분기(78억원)와 3분기(153억원)를 거치며 매수 우위로 돌아섰고, 4분기에는 그 규모를 730억원까지 대폭 키웠다. 나아가 올해 1분기에는 직전 분기 대비 4배 이상 급증한 3016억원을 사들이면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월별 추이를 살펴봐도 외국인 개인투자자의 매수세는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 1월 972억원, 2월 506억원에 이어 3월에는 1538억원을 쏟아부었다. 이는 전년도 월간 최고치였던 11월(536억원) 기록을 3배 가까이 뛰어넘는 규모다. 4월 초부터 이달 7일까지만 합산해도 벌써 1186억 원의 누적 순매수를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개인투자자들의 '바이 코리아(Buy Korea)' 행보가 단순한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국내 증시의 하방을 지지하는 새로운 핵심 수급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고 진단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개인투자자의 국내주식 직접 매수를 통한 수급 뒷받침도 5월 외국인 역대급 순매수로 이어졌다"며 "이는 시장 하방을 지지하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증권업계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외국인 통합계좌를 통한 '해외 개미' 유치 경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외국인 통합계좌란 해외 투자자가 현지 증권사를 통해 별도의 국내 계좌를 개설하지 않고도 국내 주식을 일괄 매매 및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곳은 하나증권이다. 지난해 4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은 하나증권은 같은 해 8월 홍콩 엠페러증권과 국내 최초로 통합계좌 거래를 시작했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오는 6월 통합계좌 3호 론칭을 목표로 홍콩 푸투증권과 막바지 준비 중"이라며 "앞으로도 외국인 투자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른 증권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미국 인터랙티브브로커스(IBKR)와 제휴를 맺고 지난달 말부터 미국 시장에서 시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메리츠증권과 키움증권은 미국 온라인 주식거래 플랫폼 '위불(Webull)'과 손잡고 관련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미래에셋, NH투자증권, KB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도 글로벌 플랫폼과의 제휴 논의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를 통해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신규 자금 유입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통합계좌'가 K-증시 선진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삼성증권의 외국인 통합계좌 운영 소식으로 다시 한번 증권의 구조적 성장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며 "다른 대형사들도 서비스 개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외국인 거래대금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