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 늘리는 삼성·SK하이닉스…韓 소부장 낙수효과는? [기술 속국 탈출기①]

입력 2026-05-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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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투자 100조 중 80조 외국계로
국내 발전기금 조성ㆍ활용방안 거론
외산 장비 쏠림 지속, 협업 확대 필요성

▲경기 용인시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현장의 수십대 대형 크레인 모습. 신태현 기자 holjjak@
▲경기 용인시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현장의 수십대 대형 크레인 모습. 신태현 기자 holjjak@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 물결이 국내 소부장 업계로 흐르는 ‘낙수효과’에 관심이 쏠린다. 수조 원대 투자의 태반이 외산 장비로 쏠리는 구조적 한계를 깨기 위해, 대기업의 국산화 의지와 이를 뒷받침할 정부의 파격적인 정책적 유인책이 맞물린 ‘K-공조 체계’ 재설계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설비투자(CAPEX)가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두 회사의 설비투자는 합산 60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되며, 시장에서는 올해 100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이 같은 투자 확대가 국내 소부장 업계로 충분히 확산되지 못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실적이 개선된 만큼 일부라도 소부장 기업과의 협업을 확대해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책 지원도 중요하지만, 대기업이 수요를 일정 부분 열어주지 않으면 산업 기반 강화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소부장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의 설비투자가 100조원 수준이라고 가정하면 이 중 80조원은 외국계 장비 업체로 흘러가고 나머지 20조원을 국내 기업들이 나눠 갖는 구조”라며 “국내 기업들은 제한된 물량을 두고 경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설계와 착공이 진행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예로 들었다. 클러스터 조성에는 전력·용수 인프라 구축과 원주민 이전 비용 등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고 있으며, 이는 반도체 특별법에 기반한 정부 지원과 국민 세금으로 마련된 재원이다. 그는 “두 기업이 향후 클러스터를 통해 얻는 성과는 기업 역량뿐 아니라 정부 지원이 결합된 결과”라며 “그만큼 소부장과의 상생을 위한 책임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당기순이익 일부를 소부장 발전기금 형태로 조성해 공동 연구개발에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개발 과정에서 소부장 기업과 협업하며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성과에 따라 보상까지 연계하는 구조를 통해 소부장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장비업체 대표는 “독일 자동차 기업들은 신차를 출시하면 부품사에 차량을 통째로 제공해 분해하고 연구하는 것을 독려한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생태계 성장을 이끄는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국내 구조는 차이가 크다. 중국은 정책을 통해 장비 국산화율을 강제적으로 끌어올리고 있으며, 대만은 TSMC를 중심으로 공급망 기업과의 협업과 투자를 통해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반면 한국은 대기업 중심 구조가 고착되면서 중소 소부장 기업의 성장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다.

2019년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 사건 당시, 수출 규제로 불화수소 수입이 막히자 국내 대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국내 소부장 제품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당초 대기업에서는 국산 제품의 품질 문제를 지적했으나, 이후 반복적인 테스트와 개선을 거쳐 품질을 끌어올리며 국산화에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신뢰성 평가를 통과한 제품도 있었지만 우리 기업들이 일본산 불화수소만 찾으며 국산 제품을 사용할 기회가 없었다”며 “대기업이 국내 소재를 적극 활용해야 품질 개선과 산업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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