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옆 상업벨트 확장⋯수색·DMC역 일대, ‘서북권 거점’으로 [서울 복합개발 리포트⑯]

입력 2026-05-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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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C역엔 업무·수색은 컨벤션
사업 완료 땐 2.7조 생산 유발
경의선숲길 연계⋯보행로 확장
수색차량기지 이전·롯데 이탈 암초

▲서울 수색역·DMC역 일대 복합개발 예정지.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서울 수색역·DMC역 일대 복합개발 예정지.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지하철 6호선과 경의중앙선, 공항철도가 교차하는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에서 내려 개찰구를 빠져나오자마자 시야 너머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낡은 수색차량기지가 펼쳐진다. 선로가 촘촘히 얽힌 기지 내부에는 열차들이 서 있다. 은평구 수색동과 마포구 상암동에 걸친 수색차량기지는 한눈에 담기 어려울 만큼 광활한 모습이다.

역 주변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MBC, YTN, JTBC, CJ ENM 등 방송·미디어 기업들이 밀집한 DMC 일대에는 유리 외벽의 사옥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도시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반면 1940년대 조성된 수색차량기지는 활기찬 방송가와는 달리 시간이 멈춘 듯한 모습이다. 수색차량기지를 사이에 두고 수색·증산뉴타운과 상암동 업무지구가 단절되면서 두 지역의 분위기도 대비된다.

5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처럼 서북권의 단절된 공간을 하나로 잇기 위해 추진되는 사업이 수색·DMC역 일대 복합개발이다. 수색차량기지는 코레일 주도로 2007년부터 복합개발이 추진됐고, 7년가량 표류하던 사업은 2014년 서울시가 ‘수색역 일대 개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수색차량기지를 이전하고 이를 백화점과 호텔 등을 갖춘 대규모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이 골자로, 총 사업비만 3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2단계 개발로 상업·업무·문화 집적

대규모 복합개발인 만큼 서울시와 코레일은 위험요소를 줄이기 위해 단계별 개발을 계획했다. 1단계는 DMC역 일대 약 2만㎡ 부지에 중심이 될만한 상업시설을 조성하는 것이다. 환승이 불편했던 경의중앙선과 공항철도 DMC역사를 철도 상부로 연결해 환승 시간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계획도 포함됐다.

2단계에서는 나머지 철도시설 부지 약 20만㎡를 순차적으로 개발해 업무지구를 확장하는 구조다. 서울시에 따르면 사업 완료 시 약 1만5000개의 일자리 창출과 2조7000억원 규모의 생산유발 효과가 기대된다. 방송·미디어 기업 중심으로 형성된 상암동 일대에 부족한 업무·상업 인프라를 보완해 서북권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가 2024년 발표한 세부 개발계획에서는 내용이 좀 더 구체화 됐다. DMC역은 상암 DMC 기능을 확장·지원하기 위해 업무·주거복합시설을 도입한다. 수색역 남측에는 문화·컨벤션·숙박시설과 공연문화지원센터, 국제교류센터를 조성해 복합문화관광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철도시설로 단절됐던 남북 간 연계를 위해 보행 동선도 대폭 확충된다. 수색역과 DMC역 건물 상부를 연결하는 입체 공공보행통로와 역사 내 공공보행통로, 광폭보행교가 신설된다. 대상지 중앙을 관통하는 지하 차로는 기존보다 확장되며, 성암로변 공항철도 상부에는 공공공지를 조성해 경의선숲길과 연계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수색·DMC역 일대를 ‘서북권 광역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청사진이다.

▲서울 수색역·DMC역 일대 복합개발 예정지.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서울 수색역·DMC역 일대 복합개발 예정지.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차량기지 이전 무산·롯데 철수⋯곳곳이 암초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차량기지 이전이 핵심 변수로 꼽힌다. 서울시는 2027년까지 차량기지 이전 기본구상을 수립하고 이후 절차를 거쳐 장기적으로 개발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전 후보지로 거론됐던 경기 고양시 덕은동 개발제한구역은 고양시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고양시는 이미 서울시의 화장장, 시립묘지, 폐기물 처리시설 등 기피시설이 집중돼 있다는 이유로 추가 이전에 강하게 반대했다.

여기에 핵심 민간사업자의 이탈도 사업 추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1단계 사업인 DMC역 복합개발에 참여했던 롯데쇼핑은 코레일과 함께 설립한 합작법인 ‘롯데DMC개발’을 지난해 청산하며 사업에서 철수했다. 롯데DMC개발은 롯데쇼핑이 지분 95%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코레일은 5%의 지분으로 참여했다. 합작법인은 2021년 5월 DMC역 일대 약 2만㎡ 부지에 약 2000억원을 투입해 판매·문화시설이 결합된 지하 4층~지상 10층 규모 복합건물을 조성하는 계획을 제안했지만 사업성 문제 등으로 결국 손을 뗐다.

1단계 사업이 무산되면서 시너지가 기대됐던 인근 상암 롯데몰과 서울시가 추진 중인 상암 랜드마크 부지, DMC 홍보관 부지, 교육·첨단용지 개발 역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코레일은 롯데쇼핑의 철수 이후 수색·DMC역 복합개발사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했다. 다른 민간사업자와의 협력을 포함해 다양한 재추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2007년 첫 구상 이후 약 20년 가까이 사업이 지연되면서 개발 방향을 전면 재설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 내부에서는 해당 부지를 신규 공공주택 공급지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도심 내에서도 손꼽히는 대규모 개발 가능지인 만큼, 단순 면적 기준으로 환산하면 최소 수천 가구에서 최대 1만 가구 수준의 주택 공급 잠재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순 주택 중심 개발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수색 일대를 주택 중심으로 개발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공급 확대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역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서북권은 일자리 기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업무·상업 기능을 결합한 복합 생활권으로 조성해야 지속적인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발 속도를 높이되 주거와 일자리 기능을 함께 갖춘 구조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복합개발을 추진하는 서울시는 사업의 핵심 전제인 차량기지 이전을 위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색·DMC역 복합개발 사업은 차량기지 이전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이전 부지 확보를 위해 코레일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수색역·DMC역 일대 복합개발 예정지 인근 모습.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서울 수색역·DMC역 일대 복합개발 예정지 인근 모습.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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