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너머] "내것이 아닌 돈을 남을 위해 쓸 때"

입력 2026-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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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을 내게 쓸 때는 신중하게 쓰지만 남의 돈을 남을 위해 쓸 때는 그런 경향이 적어집니다. 국가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는 이유겠죠." 지난해 정부 관계자에게 들었던 말이 다시 떠오른 것은 26조2000억원 규모의 '전쟁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과정을 보면서다.

이번 추경의 핵심은 소득하위 70% 국민 1인당 10만~60만원을 지급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이다. 국비 4조8000억원에 지방비 1조3000억원을 더해 6조1000억원이 투입된다. 비수도권 기초생활보장수급자는 최대 60만원을 받는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달 27일부터 지급이 시작됐다.

그러나 소득 기준으로 '고유가 피해' 강도를 산정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다. 실제로 운수업, 석유화학 관련 제조업 등 특정 업종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지만 정부 선택은 핀셋 지원이 아닌 광범위한 현금 지원이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보고서에서 소득 1·2분위(하위 40%) 내 기초생보 비수급가구가 수급가구보다 에너지 지출 비중이 높아 수급 여부에 따른 차등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이지만 기초생보 비수급가구의 경제활동 참여, 에너지 사용 비중이 수급가구보다 높은 실정은 간과하고 국민에 돈을 나눠준 것이다.

서슬퍼런 청와대 입김이 작용한 탓이겠지만 예산당국은 역대 최단기간(17일) 추경안을 내놨다.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초과세수를 활용해 적자국채 발행 없이 재원을 마련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나랏빚이 1300조원을 넘어가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여유'가 곳간에 생겼다고 해서 당장 연례행사처럼 소득과 지역에 따라 수조원을 국민에 단순 배분해야만 하는 이유가 될 순 없을 것이다.

중동전쟁 전 L(리터)당 1600원대였던 휘발유 가격이 석유 최고가격제를 통해 누르고 있어도 2000원을 넘은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지원이 없다면 당장 숨막히는 업계가, 사람이 있다. 그렇다면 정부 '네이밍'처럼 고유가 피해가 가장 많은 곳에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 옳았다.

2020~2025년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연평균 5.3% 증가할 때 중앙·지방정부의 직접적인 빚을 의미하는 국가채무(D1)는 연평균 9.0% 늘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GDP 대비 일반정부부채(D2) 비율이 상당히 증가할 국가로 한국을 지목했다. 정부는 부채 비율이 주요국에 비해 낮다고 반박하지만 채무 증가 속도가 가파른 것은 사실이다.

시행 중인 정책을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정부 출범 1년도 안 된 시점이다. 대내외 여건 변화에 휩쓸린 경제 충격은 얼마든 있을 수 있다. 내 돈을 내게 쓰는 마음으로 재정 운용을 할 수 있으리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 다만 정부 결정은 어떤 국민의 삶에는 지배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나라의 성장 경로도 바꿀 수 있다. 정책결정권자의 보다 정교하고 중장기적인 정책적 판단이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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