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청주까지, 타운 매장 찾아 외국인 발길…전국 방방곡곡 ‘낙수효과’[관광·상권 흔든 K뷰티 파워(下)]

입력 2026-04-3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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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처럼 살아보기’ 트렌드...비수도권 관광·소비 확산

올리브영 광주·청주타운점 개점 반년...지역상권 판매액 3~4배↑
관광객, 비수도권 확장 효과...전통관광지 外 관심 분산
정부·지자체 협업해 지속성장...지역경제 관광엔진 기대

▲비수도권 외국인 매출 증가율 (글로벌텍스프리 판매액 기준) (이투데이 그래픽팀=김소영 기자)
▲비수도권 외국인 매출 증가율 (글로벌텍스프리 판매액 기준) (이투데이 그래픽팀=김소영 기자)

서울 쏠림현상이 짙었던 외국인의 한국 관광법이 급속히 바뀌고 있다. K콘텐츠 붐에 힘입어 ‘한국인처럼 살아보기’가 방한 외국인들 사이에서 하나의 트렌드가 되면서 부산, 제주 등 이미 알려진 곳보다 경주, 청주 등 소도시로 향하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여기엔 ‘K쇼핑 필수 코스’ CJ올리브영(올리브영)의 영향력도 확인되고 있다. 비수도권 지역에 둥지를 튼 올리브영 핵심 거점 점포 ‘타운 매장’이 K뷰티를 원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욕구를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KTX 등 철도 인프라와 지방공항을 통한 지역 유입률이 높아진 영향도 크다. 새로운 K컬처를 찾는 외국인의 니즈와 잘 갖춰진 교통 인프라, 쇼핑 욕구를 충족하는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라는 삼박자가 맞물려 ‘K-관광 신(新)지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K뷰티 덕분에...외국인 방문 상권 ‘활기’

29일 국내 1위 택스리펀드(Tax Refund) 사업자 글로벌텍스프리(GTF)가 방한 외국인 소비 동선을 분석한 결과 비수도권에 들어선 K뷰티 매장이 지역 상권 활성화의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리브영 같은 뷰티 플랫폼 매장에서 외국인의 소비가 늘면, 인근 상권에서도 매출이 늘어나는 ‘K뷰티 낙수효과’가 뚜렷했다.

2024년 5월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에 올리브영 거점 점포 광주타운점이 들어섰다. 매장 오픈 3개월 만에 충장로 상권은 급격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GTF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광주 충장로 중심 상권의 외국인 판매금액이 직전 3개월보다 무려 148% 늘었고, 객수도 177% 늘었다. 이후 외국인 방문이 더 늘어나면서 오픈 6개월 만에 판매금액은 오픈 이전 6개월보다 297% 신장했다. 객수 역시 이전 6개월보다 328% 증가했다.

같은 해 8월 충북 청주시에 들어선 올리브영 거점 매장 청주타운점 효과도 마찬가지다. 청주시 성안길 중심의 핵심 상권에서 외국인 판매금액은 오픈 3개월 만에 직전 3개월보다 191%, 반 년 만에 226% 급증했다. 외국인 객수도 3개월만에 218%, 반 년 만에 161% 뛰었다.

연간으로 따져봐도 이런 현상은 꾸준한 것으로 파악됐다. GTF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25년 올리브영 광주타운 매장의 외국인 판매금액은 전년 대비 111% 증가했다. 인근 광주 상권 전체의 외국인 판매금액도 68% 동반 상승했다. 청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올리브영 청주타운점의 외국인 판매금액이 전년 대비 130% 증가하는 동안 인근 청주 상권 전체의 외국인 판매금액도 102% 뛰었다.

GTF 관계자는 “외국인 방문객들이 서울 명동, 성수 등에서 올리브영에서부터 쇼핑을 하고 인근 식당이나 길거리에서 K푸드를 먹고, K패션을 즐기는 패턴이 뚜렷하다”며 “지역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K뷰티 소비가 인근 식음료 매장까지 이어져 올리브영이 지역 상권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경북 경주는 2024년 올리브영 매장이 들어서면서 외국인 쇼핑 동선이 새롭게 창출된 사례다. GTF가 집계한 올리브영의 지난해 외국인 판매금액은 전년보다 409% 늘었다. 경주타운점이 들어선 황리단길 등 경주 주요 상권의 외국인 판매금액도 405% 증가했다. 지난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개최 이후 경주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외국인들이 몰린 영향도 크다. 올리브영 매장이 없던 2023년과 비교하면, 지난해 경주 주요 상권 외국인 판매금액 증가율은 무려 2만%가 넘는다.

◇오래 머물수록 매출 늘어...교통인프라도 한몫

지역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도 유의미하다. 경주시 관계자는 “황리단길이나 금리단길 모두 경주 대표 상권인데,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올리브영 매장 역할이 큰 게 사실”이라며 “올리브영이 들어서 있다는 것 자체가 해당 상권이 살아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외국인들이 많이 찾으면서 덩달아 주변 가게 매출이 오르니 상권 전반에 활력이 커진다”고 전했다. 황리단길 상인들은 경주 관광을 위해 찾은 외국인들은 검증된 가게를 매일 찾는 경우도 많고 올리브영 역시 마찬가지라, 이들이 오래 머물수록 상권 활성화는 계속 된다는 판단이다.

외국인 체류 기간이 늘어날수록 해당 지역 소비도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외국인의 국내 지역 체류일 수는 528만 일로, 전년 대비 36.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지역 지출액도 8억8000만 달러(약 1조2940억원)로 전년보다 17.2% 늘었다.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데이터랩 카드 빅데이터를 봐도 1분기 외국인 지역 소비액은 26.8%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통 인프라가 좋아지면서 비수도권을 찾는 외국인 관광 수요가 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문체부에 따르면 1분기 지방공항 입국 외국인이 전년 동기 대비 49.7% 급증한 85만3905명으로 집계됐다. 철도 이용 외국인도 169만2988명으로 46.4% 늘었다. 지방항만 입항 외국인도 33만5161명으로 6.1% 증가했다.

특히 청주와 광주는 국제공항(무안‧청주공항)을 통한 외래객 유입이 뚜렷해, K뷰티를 통한 상권 활성화 기류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청주공항은 중화권과 동남아시아, 일본 등과의 노선을 확대했다. 지역특화 관광상품 개발, 프로모션 등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특히 적극적이다.

신선한 K컬처도 외국인들이 소도시를 찾는 이유다. 특히 경주는 지난해 APEC 정상회의 효과에 더해 ‘역사 도시’로서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K라이프스타일 관광지로 인기다. 여기에 핵심 상권에서 누릴 수 있는 K뷰티 인프라까지 더해져, 관광-쇼핑 동선이 한층 짜임새를 갖추게 됐다. 정부의 ‘글로컬상권’ 사업 공모에 지원한 경주시는 사업 선정 시 올리브영과 경주 특화 상품을 준비할 계획도 있다.

◇전국 곳곳 FTI 확산...“지역 특화 상품 필요”

서울과 수도권, 제주, 부산 등 유명 관광지로 몰렸던 관광 수요가 최근 외국인 개별관광객(FIT)이 늘면서 점차 분산되는 현상도 올리브영의 ‘앵커 테넌트’ 역할을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최근 한국인의 생활방식과 감성을 직접 체험하는 데일리케이션 (Dailycation, Daily+Vacation) 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며 “서울에만 머물던 외국인들의 발길이 전국 곳곳으로 거침없이 확장, 로컬 탐험을 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외국인 FIT 수요에 맞춰 올리브영도 지역 곳곳에 타운매장을 속속 열고 있다. 상권 활성화 효과는 상당하다. 지난해 타운 매장이 들어선 대전·부산 서면·강릉 상권의 경우, 오픈 후 6개월간 방문객 수가 직전 6개월 대비 평균 25% 증가하며 주변 상권의 유동인구 확대를 견인했다. 나아가 집객 효과도 부산, 제주 등 전통적인 관광 중심지를 넘어 다양한 지역으로 확산되는 흐름이다. GTF에 따르면 경남·충북·울산 등에서도 올리브영을 찾은 외국인 매출이 전년 대비 120% 이상 증가, 특정 지역에 국한됐던 방문 수요가 점차 넓은 지역으로 퍼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올리브영은 올해 1238억원을 투입, 신규 출점 혹은 리뉴얼을 통해 지역 상권 활성화에 이바지할 계획이다. 약 330.58㎡(100평) 이상 대형 매장 78개 중 43개 매장을 비수도권에 전면 배치할 방침이다. K컬처를 중시하는 외국인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지역별 특색을 극대화한 독보적인 디자인과 체험형 요소를 결합한 ‘K뷰티 랜드마크’로서 각 매장의 정체성을 각기 달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한 ‘지역 청년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타운매장 한 곳의 고용 규모는 평균 55명 수준으로, 올리브영은 올해 비수도권에서만 약 600명의 신규 채용한다. 이밖에 올리브영은 입점 브랜드의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전국 주요 글로벌 관광 상권 매장에 디지털사이니지도 도입했다. 영어, 일어, 중국어 등으로 제작된 브랜드 영상을 본 외국인들이 친밀감을 느끼며, 실제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

관광업계는 이달 6일부터 관세청이 크루즈 관광객의 ‘즉시 환급‧도심 환급’이 가능해진 것도 지역 상권에 보탬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기존 내국세 환급제도는 외국인이 물품 구매 후 출국 시 세관의 반출 확인을 거쳐야만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제도 개선으로 세관 대기시간이 줄고 환급 절차가 간소화된다. 이에 따라 시간제한이 큰 크루즈 고객도 짧은 시간에 인근 K뷰티 매장에서 택스리펀드를 받으면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국인들이 애써 지역 도시를 찾았는데 그곳에도 손쉽게 선호하는 K뷰티 브랜드도 살 수 있다면 당연히 지갑을 열 것”이라며 “여기서 그치지 않도록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업해 올리브영 등 앵커 테넌트 기업이 해당 지역 특화 상품,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지역 관광 콘텐츠 차별화, 지역 상생을 동시에 도모하는 동시에 지역 상품과 브랜드를 해외로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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